윤종원 은행장 제안으로 기존 카드 교체 및 신규 카드 ‘항균’ 제작
평균 매당 가격 378원 더 비싸지만, 사용 중인 카드의 경우 효능 여부 미지수
강민국 의원 “항균 효과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전면 교체는 예산 낭비” 질타

20일 강민국 의원실은 기업은행이 실생활에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향균카드로 모든 카드를 교체하면서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항균카드로 제작된 '무민 체크카드' [사진=연합뉴스]
20일 강민국 의원실은 기업은행이 실생활에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향균카드로 모든 카드를 교체하면서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항균카드로 제작된 '무민 체크카드'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균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우리 생활 곳곳에 항균 제품들이 배치됐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은 항균카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수령 후 실생활에서 사용할 경우 항균 효과가 지속되는지 검증되지 않아 도입을 포기했다.

이런 항균카드를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행장 윤종원)이 기존 카드 교체와 신규 카드 제작에 사용하고 있어 예산 낭비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원실(국민의힘)은 기업은행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기업은행 항균카드 발급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가나다 순) 등은 시중은행으로 분류되지만, 기업은행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별법으로 만든 국책은행으로 구분된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급한 항균카드 수는 약 239만 2000매로 구매 비용은 약 41억 50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 항균카드 발급 현황을 보면 △2020년 8만 9000매(1억 3000만원) △2021년 94만 5000매(17억 2000만원) △2022년(9월 기준) 135만 8000매(23억원)로 계속 늘고 있다.

특히 2022년 총 항균카드 발급 물량은 181만매, 비용은 30억 7000만원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 전망이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항균카드 발급 물량과 구매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사용했을 때 항균 효능 지속 여부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항균카드 항균 효능 검증을 2020년 9월 관련 상품 출시 이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사용 전인 ‘미발급 카드’ 상태에서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은 “기업은행에 실제 사용 중인 카드에 대한 항균 효능검사 결과 존재 여부를 묻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즉, 기업은행은 사용 중인 항균 카드에 대한 항균 효능 여부 검사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반 카드보다 매당 가격이 약 378원(2021년 기준) 더 비싼 항균 카드를 계속 발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현재 발급된 일반 카드들을 모두 항균 카드로 교체하고, 앞으로 발급되는 신규 카드를 모두 항균카드로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기업은행 측이 매년 일반 카드 대비 항균카드 구매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약 4억 5000만원이라고 답변했다”며 “항균카드 도입 배경에 대해서는 윤종원 은행장의 제안이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강 의원실이 시중은행 2곳에 확인해보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항균카드 도입을 기획단계에서 검토했으나, 항균 효과 지속 불확실성과 추가 비용 대비 광고 효과 미비 등의 사유로 포기했다.

강 의원은 “시중은행도 검토 단계에서 포기한 항균카드 도입을 국책은행이 은행장 지시 한 마디에 은행 카드 전체를 교체하겠다는 것은 코로나19 시국에 편승한 포플리즘 정책이자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은행은 전체 카드의 항균카드 도입 정책을 중지한 후 일상생활에서의 항균 효과 지속성 검증을 실시해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항균카드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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