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2곳·미국 28곳·대만 10곳 포함될 때 한국은 3곳만 올라
법인세 부담률은 가장 높아..."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지원 절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시가총액(시총) 기준 세계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은 세 곳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순위와 수익성도 뒷걸음질 쳤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삼성과 SK 등 주요 특정 기업들에게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IQ에 기반해 시총 상위 100대(1월~9월 평균 기준) 기업의 경영지표를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은 100위 안에 3곳만 포함됐다.

그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다.

반도체 주요 경쟁국인 중국(42곳)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처지는 성적이다. 미국(28곳)과 대만(10곳), 일본(7곳)도 한국을 크게 앞섰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총 상위권에 SMIC(파운드리), TCL중환신능원(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팹리스) 등 다양한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시총 순위 또한 떨어졌다.

2018년 대비 올해 상황을 살펴봤을 때, 삼성전자는 1위에서 3위로 두 계단을 내려왔다. 왕좌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꿰찼고, 2위에는 미국 팹리스(설계) 엔비디아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0위에서 14위로 4계단 내려왔다. 과거 19위였던 미국 팹리스 AMD(현 9위)에게 추월당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한 SK스퀘어는 지난해 80위에서 올해 100위로 내려왔다.

[자료=전경련]
[자료=전경련]

이들 기업의 매출액 순이익률 또한 2018년 16.3%에서 지난해 14.4%로 1.9%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3.9%p), 일본(2.0%p), 대만(1.1%p)씩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전경련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5분의 1(지난해 기준 19.9%)을 차지하는 대표 산업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의 시총 순위에서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도 지난해 8.3%로 경쟁국보다 낮았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과 대만이 주력하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해 26.9%로 가장 높았다. 미국(13.0%), 대만(12.1%)과 비교했을 때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시총 순위 하락과 수익성 약화에도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매년 대규모 설비 투자와 R&D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투자 유치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초 국가첨단산업법을 제정해 반도체 등에 대해 시설투자 세액공제 6%를 주는 안을 마련했지만, 올 7월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 과학법의 시설·장비 투자 세액공제(25%)와 비교했을 때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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