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시작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현재 운용중인 자산 규모는 10조달러에 달한다.[사진=연합뉴스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현재 운용중인 자산 규모는 10조달러에 달한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안치용 ESG연구소장 】환경·사회·거버넌스(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뒤에는 의례 '기업의 비재무정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비재무정보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사회적 책임투자(SRI)' 또는 '지속가능투자' 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SRI는 투자수익률(ROI)만을 고려한 기존 대부분의 투자와 달리 수익률과 함께 사회책임까지 살펴보겠다는 투자철학이다.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를 대행하는 자산운용사 등의 금융기업이 투자대상 기업을 고를 때 재무성과와 더불어 비재무성과를 잣대로 채택한 것이 SRI다.

ESG와 관련,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 데 바로 래리 핑크라는 사람이다.  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 경영자다.

ESG는 래리 핑크가 2020년 초 연례서한에서 블랙록이 ESG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적으로 ESG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항간에는 ESG 바람의 원인을 BBC로 설명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BBC는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히 영국의 공영방송이 아니다.

BBC 두 개의 B중 하나는 블랙록이다. 나머지 하나는 바이든으로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 C는 코로나를 뜻한다.

아마 블랙록과 바이든 코로나가 ESG 확산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누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닌 재치있는 해석과 발상이지만 정색하고 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ESG를 BBC로 설명하는 것과 같은 이러한 말장난 마케팅이 ESG 바람의 세기를 보여줄 뿐이다.

아무튼 BBC에서 참고할 건 블랙록이 ESG 열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확실히 해야 할 것은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의 선언과 관련, 그 선언이 ESG 확산을 일으켰다기 보다는 ESG 확산의 화룡점정이 그 선언이라고 봐야한다.

블랙록의 핑크가 ESG 바람을 촉발한 게 아니라 ESG 바람이 핑크를 ESG 쪽으로 불러냈다는 이야기다.

바람이 얼마나 강력한지 조사 결과를 블랙록 뿐 아니라  전세계 10대 자산운용사 모두 ESG 투자를 도입했다는 것은 물론 그 ESG 투자라는 것이 알맹이의 변경없이  포장지 변경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포장지만 바꾼 것이라고 해도 그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 블랙록의 ESG 투자 선언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까지 내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가 어떤 곳인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더 많은 돈을 벌수만 있다면 말하자면 영혼까지 파는 업종이다.

그곳까지 ESG를 내세운 상황은 자본주의 체계의 대대적인 전환 기대마저 품게한다.

블랙록 선언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블랙록이 굴리는 막대한 자산 때문이다.

블랙록이 운영하는 자산규모는  현재 약 10조달러(약 1경2800조원)인데 이게 얼마나 큰돈이냐 하면 2021년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이 1조8000억달러 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단박에 알수 있다.

한국 1년 국부의 4배 이상의 돈을 굴리는 곳이 블랙록이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림짐작을 위해 비교해보면 GDP가 블랙록의 운용자산보다 큰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블랙록의 덩치에 현혹돼서는 안된다.

블랙록을 선두로 한 세계 자산운용업계의 ESG 투자 고려는 비유로서 말하자면 ESG 흐름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업계의 변화가 ESG 흐름을 만든게 아니라 ESG의 도도한 흐름이 자산운용업계의 변화를 만들었다.

빙산의 일각은 떠오르고 싶어서 떠오른게 아니라 그 아래 거대한 빙하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떠오른 것이다. 그말은 ESG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오른게(갑툭튀) 아니라라는 뜻이다.

18세기 감리교 목사 존 웨슬리까지 올라가는 SRI의 깊은 뿌리, 2차세계대전 이후 본격화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논의 등 지속불가능한 우리 문명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 움직임이 축적돼 마침내 ESG 로 분출됐다고 봐야 한다.

즉 ESG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시작이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할 것은 ESG 라는 용어자체는 살펴본 대로 자본시장 그것도 투자와 관련된 것이지만 시대정신의 변화과정에서 떠오른 빙산의 일각을 포함한 ESG 라는 거대한 빙산은 자본시장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ESG투자(자본시장), ESG 경영(경제 산업계), ESG사회(시장 공공 시민사회)로 빠르게 ESG가 넘쳐 흐르고 있다.

이제 이 도도한 흐름과 추세를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가치 에너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 가이드라인, 지속가능 발전목표, 파리기후협약 등으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쌓이는 가운데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면에 도달했고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고 4차 산업혁명의 파도까지 덮치면서 ESG 시대는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포괄한 개념이지만 핵심은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환경이다.

맨 앞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얼음감소와 그롤라베어 이야기를 통해 북극곰의 멸종위기를 논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안치용 ESG연구소장

그러나 기후위기를 극복한다고 더 나은 세상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 극복은 ESG의 핵심과제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최소한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함께 ESG 전반의 문제를 두루 해결하고 ESG 가 주는 통찰을 널리 실천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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