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피싱의 소원을 풀다

갑오징어회
갑오징어회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낚시꾼들은 보트피싱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주꾸미 낚시철이 되면 항구와 가까운 포인트에는 카약과도 비슷한 1인승 보트부터 제법 호화스러운 보트까지 수십 척의 보트가 떠서 낚시를 즐긴다.

낚시 예약도 어려우니 저런 보트 한 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낚시꾼은 의외로 많다. 

 고속도로 달릴 때 차 뒤에 보트 달고 가는 차량도 많다. 선상낚시란 것이 늘 배삯을 내고, 배를 빌려타는 것이니, 자가용처럼 내 보트를 타고 맘대로 다니면서 시간 구애받지 않고 낚시하는 게 많은 낚시꾼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트와 별장은 사고 나면 그때부터 고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보트를 사서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보트를 마련하는 데 드는 경비, 육지에서의 주차, 계류, 관리... 태풍이 오면 또 어떻게 하나? 그런 여러 이유로 망설이다가 대부분의 낚시꾼은 실행하지 못한다.

또 이런 불편을 무릅쓰고 보트를 마련한다 한들, 제대로 된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이유 때문에 보트를 마련하여 보트피싱을 하기에는 대단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보트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언젠가 페이스북에 보트를 하나 장만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글을 올렸더니 송선장이, 바쁘지않는 평일 보트낚시를 하루 하자고 한다. 작은 보트를 어쩌다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선장의 7인승 보트, 30노트까지 달린다.
송선장의 7인승 보트, 30노트까지 달린다.

송선장은 오천항에 적을 둔 '밥 말리호' 선장으로 실력있는 낚시꾼이자 낭만주의자다. 배 이름을 '밥 말리'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으로 지은 것으로도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밥말리호는 주꾸미, 갑오징어 잘 잡는 배로 명성이 자자해 가을철에는 예약이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자리 간격이 매우 넓고, 알루미늄 선체에다 휘발유 엔진이라 배가 조용하다.

게다가 배에 커피머신까지 갖추고 있어 한 마디로 낚싯배라기보다는 떠다니는 선상 카페다.

그러니 가족, 연인들 출조가 많다.

 밥 말리는 1945년에 태어나 1981년 36세의 나이로 사망한 자메이카 출신 가수. 제 3세계 음악인 레게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전설적인 레게 음악 스타다.

서양 대중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밥말리의 노래는 흥이 나면서도 어떤 비애가 섞여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하여 친구 세 명이서 베테랑 송선장을 가이드로 하여 평생 처음 보트피싱을 해보게 되었다. 

 10월 28일 금요일 사리물인 10물이다.

아침 오천항에는 안개가 잔뜩 끼여 있다. 7시 30분경 서서히 출발해 오천항에서 천수만으로 나가는 출구쪽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가끔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올라온다.

8시 30분경 해가 떠오르면서 서서히 안개가 걷힌다. 보트는 9시경 안면도 영목항 부근의 조그마한 섬들 사이에서 갑오징어를 노린다.

보트피싱 답게 바로바로 치고 빠지니, 기동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안면도와 원산도를 잇는 원산대교가 보인다. 
안면도와 원산도를 잇는 원산대교가 보인다. 

영목항과 원산도 부근에는 월도, 추도, 육도, 소도, 효자도 등 조그만 섬들이 많다. 섬에는 몇 채의 집들이 듬성듬성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나무나 바위처럼 심어져 있다. 저런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매주 낚시 다녀도 물때 맞춰 매일 낚시하면서 사는 삶이 부럽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한다면 또 육지에 사는 삶을 부러워하며 살지도 모른다. 인간은 해보지 않는 삶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산다.    

그러다가 어느 한 섬, 수심 얕은 곳에서 갑오징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포인트를 지나면 입질이 없어 배를 다시 돌리고, 그 지점에만 가면 딱 입질을 한다. 큰 배라면 잡기 힘든 좁은 포인트에서 일행 모두 서너 마리 이상의 조과를 올린다. 

물이 죽는 시간이 다가온다.

사리 때라서 외해로 나가려면 지금 타임밖에 없다. 송선장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상의를 한다.

영목항과 원산도 부근에서 낚시하면 평균 조황을 올릴 거다. 반대로 외해로 가면 완전히 못 잡을 수도 있고 반대로 씨알 좋은 녀석들을 만날 수도 있다. 뭐, 인생 별 거 있나. 모험을 선택한다.

그 결정으로 보트는 서남 방향 외해로 신나게 달린다.

27노트까지 나온다.

시속으로 딱 50km이다.

차가 50km 달리면 그 속도감을 잘 모르지만, 작은 보트가 50km로 달리면 그 속도감은 엄청나다. 약간의 파도나 너울만 있어도 배 앞이 들리면서 배가 텅텅거린다.

그 스릴로 보트를 타는 거다.

그렇게 한 30분 달려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러나 조과가 거의 없다. 주꾸미 몇 마리다.

그 인근에도 마찬가지다.

낚시만 생각한다면야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신나게 달리는 스릴을 만끽했다.

가을바다 풍광을 제대로 즐겼다. 그게 더 큰 소득이다.

 몇 군데 옮겨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물이 너무 탁하다. 사리물때라 완전히 뻘물이다.

다시 대천 쪽으로 이동 수심이 좀 깊은 쪽으로 간다. 간간이 갑오징어가 올라온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갑오징어 사냥만이 아니다.

영목항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것도 일정의 하나다.

영목항으로 이동, 가까운 횟집으로 들어간다. 금요일 이른 오후니 한가하다. 

횟집의 일일 실장이 되어 갑오징어회를 장만
횟집의 일일 실장이 되어 갑오징어회를 장만

수족관에 부시리와 양식 우럭이 들어 있다.

양식 우럭이라도 산지 부근에서 먹으면 맛있다. 우럭이 스트레스를 덜 받았기 때문이다.

부시리와 우럭회를 주문하고, 잡은 갑오징어  몇 마리는 직접 회를 칠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렇게 먼저 횟집 주방을 점령하여 일일 실장이 되어 갑오징어회를 장만한다.

갓 잡은 갑오징어회의 영롱한 빛깔
갓 잡은 갑오징어회의 영롱한 빛깔

주인장이 내놓은 회와 더불어 매운탕까지, 약간의 반주를 곁들여 포식한다.

선상낚시 다니면서 늘 아쉬웠던 게 이런 거다.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아등바등 잡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먹어 가면서 하는 게 최상의 낚시다.

 영목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포인트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미 물이 너무 많이 간다.

몇 마리 추가하고 미련없이 철수. 

 그렇게 가을의 바다 정취를 즐기면서 보트피싱으로 하루를 보냈다. 보트피싱에 대한 소원을 풀었다.

조과는 갑오징어 15마리, 주꾸미 30마리 정도다.

낚시 시간이 짧았음을 감안하면 괜찮은 조과다. 

 집에 돌아와 다시 몸통은 회를 치고, 회치고 남은 갑오징어 다리와 지느러미로 국을 끓여 미식의 잔치를 벌인다.

이게 갑오징어 낚시의 매력이다.  

갑오징어 초밥도 갑이다
갑오징어 초밥도 갑이다
갑오징어 채로  썬 것을 초고추장과 밥에 비벼
갑오징어 채로  썬 것을 초고추장과 밥에 비벼
갑오징어국도 일품이다
갑오징어국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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