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 김정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가객 김정호 
가객 김정호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간 님인데/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나의 애창곡 김정호 작사, 작곡의 ‘하얀나비’의 1절이다. 대중가요 ‘하얀나비’를 작사, 작곡한 김정호는 7~80년대 우리나라 가요계를 대표했던 싱어송라이터이다.

그가 솔로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는 포크 듀엣 <사월과 오월>의 3기 멤버로 활약했고, 솔로로 데뷔한 것은 1973년 ‘이름 모를 소녀’가 히트하면서부터이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하얀나비’외에도 ‘이름 모를 소녀’, ‘님’, ‘작은 새’, ‘잊으리라’, ‘빗속을 둘이서’, ‘저 별과 달을’, ‘사랑의 진실’, ‘인생’, ‘나그네’,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기다림’, ‘외길’, ‘보고 싶은 마음’, ‘한 세상에 태어나’, ‘달님’, ‘꿈을 찾아’, ‘세월 그것은 바람’ 등 한국의 전통 선율을 대중음악 속에 깊숙하게 깔아놓은 주옥같은 많은 노래가 있으며, 우리 가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였다고 생각한다.

1952년생인 그는 1985년 11월 29일 폐결핵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불과 3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사후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가수 김광석이 다른 사람이 작사, 작곡한 곡을 노래하였다면, 김정호는 본인이 작사하고, 작곡하고, 노래했던 싱어송라이터로서 길이 남을 명곡들을 남겼다.

김광석도 훌륭한 가수였지만, 김정호가 우리 대중음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였기에 그의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여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 전통 선율을 대중음악 깊숙이 깔아놓은 가객 김정호

대구에는 김광석 거리가 생겨나 해마다 김광석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

목포에 가면 목포의 눈물을 불렀던 고 이난영 추모비가 유달산 중턱에 세워져 있다.

김정호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어릴 적 상경하여 강북구 삼양동에서 성장하였다 한다. 광주나 삼양동에 김정호 거리가 없는 것이 늘 아쉽다.

김정호 노래의 특징은 우리 민요나, 판소리의 전통적인 선율을 기반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교감하면서 내면 깊숙이 애절하게 호소하는 창법에 있다.

특히 그가 죽기 전 결핵 요양소에서 투병 생활하면서 그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 그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님’은 그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그의 음악성이 가장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탄식하듯 애절하게 부르는 그의 노래 ‘님’에는 그만의 창법과 선율이 짙게 깔려 있으며 마치 자기 죽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애절하다. 

간다 간다 정든 님이 떠나간다 / 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 / 님의 손목 꼭 붙들고 애원을 해도 / 님의 가슴 부여 잡고 울어 울어도 / 뿌리치고 떠나가드라 속절도 없이 / 오는 정 가는 정에 정이 들어 사랑을 했던 님 / 어쩌면 그렇게도 야속하게 가시나요 / 간다 간다 나를 두고 / 정든 님 떠나간다 (김정호의 ‘님’ 가사) 

◆ 판소리 명창 외조부 박동실 등 국악 명가 가계의 김정호

그의 어머니는 김소희 판소리 명창과 쌍벽을 이뤘던 소리꾼 박숙자 명창이었다, 그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판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의 음악이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이었던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그의 외가의 가계는 김소희, 박귀희, 한승호, 장월중선 같은 내로라하는 명창들을 길러낸 국창 박동실(1897-1968)이 그의 외할아버님이었고, 서울시 무형문화재 아쟁 예능 보유자인 박종선 명인이 외삼촌이다.

그의 음악 세계는 국악 명가로서의 외가 핏줄의 영향을 깊이 받았음이 분명하다.

김정호의 외조부 박동실명창
김정호의 외조부 박동실명창

요즘의 대중음악이 문화적 정체성에 길을 잃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대중음악을 작곡하고 노래했던 그가 요절하지 않고 계속 대중음악계에 몸담았다면, 우리 가요는 지금보다도 더 크게 발전하였을 것이고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지형을 건강하게 바꾸어 놓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호의 외삼촌 박종선 아쟁 예능보유자
김정호의 외삼촌 박종선 아쟁 예능보유자

◆ 미래 대중음악의 방향을 제시할 김정호 헌정 콘서트 열려

그래서 나는 가수 김정호를 그의 음악적 업적을 재조명하여 우리 대중음악이 가야 할 길에 대하여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하얀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가제)’라는 제목으로 2022년 11월 25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공연을 직접 제작하여 올리기로 결심하였다. 

공연의 내용은 김정호 생전에 가까이에서 음악 활동을 함께 하였던 김도향, 이경우, 임창제, 하남석, 채은옥 등이 고 김정호의 일생을 회고하고, KBS2 ‘불후의 명곡’, MBN ‘로또싱어’, MBN ‘조선판스타’ 등에 출연하며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협업하여 사랑받고 있는 소리꾼 이봉근과 KBS2 ‘불후의 명곡’ 우승자이자 뮤지컬 배우로 잘 알려진 배다혜 등 요즘 핫한 신세대 가수들이 그가 남긴 음악을 재해석하여 노래를 불러 대중음악의 방향을 제시하는 세대를 아우르는 헌정(獻呈) 콘서트로 구성하려고 한다.

11월 25일 저녁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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