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투승기로 편리해진 갈치낚시

중간에 연통 같이 생긴 것이 자동투승기다. 박격포처럼 위로 봉돌을 넣고 밑에 단추를 누르면 작동된다. 
중간에 연통 같이 생긴 것이 자동투승기다. 박격포처럼 위로 봉돌을 넣고 밑에 단추를 누르면 작동된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TV 같은 데서 갈치 배낚시 현장을 보면 검은 밤바다를 향해 채비가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모르는 사람이야 저게 무얼까 하는 궁금증도 없지만, 갈치낚시를 좀 해본 사람은 그 장면만 보아도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제주에서는 1kg짜리 봉돌을 사용하는데, 바늘 10개를 달고 봉돌을 멀리 던지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익숙하다 하더라도 밤새도록 봉돌을 투척하는 것은 거의 노동이다. 갈치 조업을 평생한 70대 제주 어부도 나이가 들어 봉돌 던지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냥 바닥에 하나하나 채비를 내려도 되지만 이렇게 투척을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원하는 수심대에 신속히 채비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이다.

내리는 것보다 투척이 시간적으로 훨씬 채비 정열이 빠르다. 둘째 두벌 채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채비를 투척해서 회수한 채비와 서로 엉키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투척하는 수밖에 없다.

투척을 잘못하면 옆 사람 채비와 엉키기 때문에 이는 갈치낚시의 민폐 중의 민폐다. 때문에 초보자들은 따로 봉돌투척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게 바로 갈치 자동 투승기다. 압축 공기를 이용해서 1kg짜리 봉돌을 밤바다 멀리 쏘아 올린다. 

제주의 은갈치호 선단에서 투승기 설치를 완료했다 해서 2주 전 시험삼아 출조를 해서 평균 조황을 거두고 철수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출조를 감행했다. 냉동고에 일년 치 먹을 갈치를 쟁여두기 위함이다.

 은갈치 VIP호는 4시경 출항, 30분 정도 나가서 풍을 내린다. 파도가 심해서 백파가 일고, 북서풍이 심하다.

다행히 배가 크고 폭이 넓어 덜 꼴랑거린다.

이 배는 승선 인원을 11명으로 축소하여 한쪽 면에 5명이 탄다. 원래는 22인승이나 옆 사람과의 트러블을 해소하기 위해 대폭 승선 인원을 줄여 간격을 넓힌 것이다.

바람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옆 사람과 줄 엉킬 일이 거의 없다. 

갈치낚시는 바쁘다. 채비를 펴고, 바늘 10개를 묶어 꽁치를 썰어 달아 내리고, 투승기를 이용해 채비를 내린다.

수심은 90m정도이니, 채비 길이 20m를 뻬고 60m정도 내린다. 그리고 한 벌 채비를 더 마련하니, 전부 바늘 20개, 미끼를 썰고 해야 하니 익숙하지 않으면 바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갈치 채낚기 낚시는 낚시인지 조업인지 경계가 아주 애매하다.

낚시의 끝이 갈치채낚기 낚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낚시는 손맛도 없다. 초릿대를 보고 짐작해서 채비를 회수해서 갈치를 떼고, 미끼달고 투척하고, 회수하고, 투척하고를 밤새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조황이 이 낚시의 유일한 매력이다.

보통 20kg의 갈치, 많이 잡을 때는 40kg도 잡는다. 익숙한 꾼은 하룻밤에 100kg을 잡을 때도 있다.

그러니 이게 조업이지 낚시가 아니라고 하는 꾼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과는 그 결과물로 찬란하다.

가족과 친지, 이웃까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갈치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두툼한 갈치구이 한 토막과 갓 지은 쌀밥 한 그릇이라면, 코로나 환자 정도는 벌떡 일으켜 세운다.

매콤한 갈치 조림 국물에 흰쌀밥 비벼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가 갈치 준다고 하면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갈치의 인기가 좋으니, 갈치 낚시꾼들은 그 칭송을 위하여 밤새 조업을 감내하는 것이다.

날물에 갈치가 따문따문 올라온다.

바람이 심해 채비가 날려 투승기로 날린 채비마저 초릿대에 엉킨다.

한 두 번 실수하고는 낚싯대를 뱃전 아래로 내려놓고 봉돌을 날리니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투승기를 쏘니 힘도 덜 들고 재미있다. 다만 채비를 가지런히 잘 놓아야 한다. 간격이 넓고 투승기를 사용하니 두벌채비를 할 수 있어 이게 큰 매력이다.

두벌 채비를 하면 조과는 두 배 이상이 된다. 갈치를 수심층에 묶어두기 때문이다.    

 갈치낚시는 갈치와의 싸움이 아니라 경험과 숙련도와의 싸움이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내가 20여 마리를 잡는 동안 내 옆의 꾼은 한 마리밖에 못 잡고 있었다.

밤이고, 또 바쁘기도 해서 남의 몰황을 신경 써 주진 못한다. 은갈치호 선단의 선주이자 선장인 최선장이 나선다.

대부분의 갈칫배 선장은 배만 대고 꾼들의 개별 낚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장은 다혈질이다. 기둥줄에 다는 바늘줄(목줄) 길이가 너무 짧다고 1.8m로 다 바꾸라고 하며 자신이 직접 바늘줄을 묶어 준다. 이런 게 최선장의 인간미다.

그 후 옆의 꾼은 조금씩 조과를 올리기 시작한다.

위의 예는 하나일 뿐이다. 갈치낚시는 현장에 맞는 미끼와 그날그날의 테크닉, 바늘줄 길이, 이런 게 세팅이 잘 되어야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초보자나 자신이 없는 꾼은 미리 준비하지 말고 배에서 구매해서 쓰는 게 제일 안전하다. 남해권의 여수 다르고 통영 다르고, 특히 제주는 더 다르다. 

12시 무렵, 들물로 바뀌고 사납던 바람이 잦아들면서 입질은 조금 활발해진다. 하지만 4지 이상은 가뭄에 콩나듯 귀하고, 2지 짜리가 너무 많다.

갈치를 썰어 미끼로 하니 조금은 낫다. 한 마리 잡힌 고등어를 미끼로 하니 확실하게 갈치가 달려있다. 고등어나 삼치가 특효미끼인 것만은 확실하다.

살을 잘 발라내어 너무 두툼하지 않게 해야 한다. 껍질이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한다.

파도가 없거나 여름에는 낚싯대를 흔들어 주는 게 조과가 좋았는데, 겨울이나 파도가 높은 날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고참 꾼에게 잔소리를 듣고, 가만히 두었더니 오히려 씨알이 좋아졌다. 갈치낚시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고 그날그날 상황이 다르다.

5시 정도, 낚시가 끝난다. 새벽에 씨알 좋은 4지짜리 몇 마리가 추가되었다. 밤새 낚시를 했건만 시간이 늘 아쉬운 게 갈치낚시다.

이날 갈치 자동 투승기 낚시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미끼가 가장 중요하다. 꽁치보다는 갈치가, 갈치보다는 고등어와 삼치가 입질이 좋았다. 

둘째 갈치포는 오히려 입질이 없었고, 갈치 토막에 입질이 있었다. 2주 전에는 반대였다. 그날그날 달라지니 여러 시도를 해봐야 한다.

셋째 바늘줄 길이는 길수록 유리하되 너무 길면 꼬이기 쉽다. 1.8m로 하니 자꾸 꼬여 1.5m정도로 바꾸니 꼬이지는 않았다. 어느 것이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다.  

넷째 바늘 선택도 상당히 중요하다. 어부 바늘과 금침이 좋았는데, 상대적으로 금침이 조금 더 효과적이었다.  

다섯째 두벌채비 낚시가 쉬워졌다.

여섯째 투승기를 뻥뻥 사용하니 훨씬 덜 힘들고 재미 있었다. 

갈치낚시는 변수가 너무 많아 정석이 없다. 부지런함과 숙달이 답이다. 조과는 그날그날 다르고 예측도 어렵다. 열심히 하면 적어도 10kg은 잡는다고 봐야 한다.

 제주 공항에서 짐 부칠 때 보니 19킬로였다. 오버 차지를 내야했건만 그래도 즐겁다. 물론 이건 배에서도 평균 조과에 못 미친다. 

갈치는 늘 그렇지만 맛으로 보답한다. 빙장해서 공수한 갈치로 회 파티를 벌인다. 이게 갈치낚시의 작은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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