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치욕적인 부분...한미일 관계 개선 시급한 상황에 찬물 끼얹는 것”
“더 나은 역사로 나아가고자...정치적 이해관계 벗어나 평화·인권수호 위한 기념비적 조형물”

애틀랜타 한인회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개최한 제2 소녀상 설치 공청회에서 한인들이 찬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틀랜타 한인회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개최한 제2 소녀상 설치 공청회에서 한인들이 찬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장예빈 인턴기자 】미국 애틀란타 한인회관에 제 2 소녀상을 건립하는 사안을 두고 한인사회가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애틀랜타 한인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한인회관 소회의실에서 애틀란타 한인회관에 제 2 소녀상을 건립하는 사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는 약 7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 사전에 신청한 찬성·반대 측 의견 개진자 5명씩 2분 간 의견 발표를 진행했다.

소녀상 설치를 찬성한다는  강미쉘씨는 “소녀상 문제는 특정 개인과 단체만의 것이 아닌 애틀란타 동포들의 열망이다”며 “이것은 한인회관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이며, 이미 1000명의 동포들이 찬성에 서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국자 소녀상 설치 위원회 위원도 "유태인의 교육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2세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인회관 내 소녀상 건립 반대 운동을 전개해 온 김일홍 전 한인회 회장은 “한인회관 부지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한인회관 내 소녀상 건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인회관 내 소녀상 설치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녀상 건립 반대 의견 측인 권영일씨는 “제2소녀상 설치는 한인회가 졸속으로 결정한데다 공청회도 한 사람당 2분씩밖에 발언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중국으로부터 당한 핍박은 언급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반대의견을 주장한 은병곤씨는 “일본 유학 당시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인의 잔혹성을 따진 적이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한국군의 월남전을 언급하자 할 말이 없었다”면서 “한국과 미국과 일본의 삼각 동맹이 절실한 지금, 소녀상 건립은 윤석열 정부에 찬 물을 끼얹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이미 3차례 사과와 보상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소녀상 건립 반대의 의견을 강조했다.

이에 애틀랜타 미술협회 박태현 회장은 “소녀상을 봄으로써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는 의미에서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소녀상 건립은 더 나은 역사를 위해 나아가자는 의식을 준다”고 찬성 의견을 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26일(현지시간) 제2 소녀상 설치 공청회를 연 한인회관 외곽에 평화의 소녀상이 임시로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틀랜타 한인회가 26일(현지시간) 제2 소녀상 설치 공청회를 연 한인회관 외곽에 평화의 소녀상이 임시로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틀란타 한인회관 내 제2소녀상 건립에 대한 미국 내 한인사회의 갑론을박은 SNS 상에서도 이어졌다.

교민 A씨는 “소녀상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우리 역사의 치욕”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한인회관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A씨는 “현재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점점 쇠락하는 일본을 고발하고 우리의 치욕적 역사인 소녀상을 한인회관에 세운다는 것은 생각이 좁은 것 같다”며 “한국을 빛나게 한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비판 또는 찬반주장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는 B씨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 지배국과 피지배국 사이의 정치적 이해관계성에 있지 않다”며 “국제사회 전체의 지향점인 '평화'와 '인권수호'를 위한 인류사적인 담금질에 있음을 명확히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씨는 이의 근거로 이미 수많은 국제사회의 의회와 인권 관련 국제기구들이 오래전부터 책임을 촉구하는 법안이나 성명서들을 공동체적으로 채택·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공동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인권문제로 널리 인식하고 대응해 오고 있는 문제를 피지배국만의 감추고 싶은 과거사로 축소·왜곡하는 것은 역사인식 부재로 인한 지나친 피해의식”이라며 소녀상을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역사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C씨 역시 “평화의 소녀상을 치욕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본 극우들이 주장하는 논리”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로 징발돼 유린당한 한국 여성만을 특정화한 것이 아닌 수십만에 달하는 동일한 피해국 여성 전체를 포괄하는 기념비적인 조형물”이라고 짚어냈다.

한편 이경성 애틀란타한인회 이사회장은 애틀란타 제2소녀상 건립에 대한 최종 결정은 공청회에서 발표된 교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인회 이사회에서 금년 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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