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 빠진 것은 유감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의  선흘초 분교는 학생수가 16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있었지만 최근 생태교육을 통한 학생 수 증가에 힘입어 본교로 승격했다. 사진은 '기적의 놀이터'에서 뛰놀고 있는 선흘초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의  선흘초 분교는 학생수가 16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있었지만 최근 생태교육을 통한 학생 수 증가에 힘입어 본교로 승격했다. 사진은 '기적의 놀이터'에서 뛰놀고 있는 선흘초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2년 여 기간의 공을 들인 후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올해 12월 고시될 예정이다.

총론 발표 당시 교육목표 최초로 ‘노동’을 명시하고, ‘생태전환교육’이라는 글로벌 의제를 포함한 것에 교육계 시민사회 등의 기대를 받았다.

총론은 ‘초·중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문서’이다.

그러나 지난 8월 구체적인 총론 시안이 발표되면서 내용을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교육부는 11월 29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국민참여 소통채널’을 통해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했다.

행정예고안이 11월 9일 발표되고, 의견수렴 종료일이 다가오자 교육계, 시민사회 등에서 교육과정 내용 자체와 의견수렴 과정에 관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요약하면, 작년 총론에 포함되었던 ‘노동자’과 ‘민주주의’가 이번 총론시안에서 ‘근로자’와 ‘자유민주주의’로 용어가 대체되고, ‘생태전환교육’이 빠졌으며, 시안 수정과정에서 연구진, 학계, 시민사회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월 28일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존중하고, 교육과정에 노동인권,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충실히 담아야 한다”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1년 11월 교육과정 총론 시안의 주요사항 발표에서 명시한 내용 중 ‘노동자’를 ‘근로자’로 ‘성평등, 성소수자’를 ‘성에 대한 편견,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지난 8월 발표한 총론시안을 통해 용어를 대체했다.

인권위는 역사·한국사 과목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 채택에 있어 교육계와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소극적 차별금지를 넘어 적극적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용어변경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11월 29일 민주노총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충분한 국민 소통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이 되었다고 말하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교육·시민단체가 주장한 총론의 교육목표에 ‘노동교육’을 반영하라는 요구를 묵살했다”며 ‘명백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민주주의’, ‘생태전환교육’, ‘성평등’, ‘성소수자’의 변경 혹은 삭제를 강력히 성토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초·중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총론에서 ‘생태전환교육’이 빠진 것은 가장 뼈 아픈 대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생태전환교육 삭제에 대한 사과와 총론 반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생태전환교육 삭제에 관해 사전설명은 물론 의견도 내지 않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이지 권의지계(權宜之計)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당장의 정파적 이익을 좇아 고식지계(姑息之計)를 꾀하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위기 상황에 수동적이고 도구적인 교육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사회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개입할 역량을 계발하고 경로를 열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같은 방향설정은 사실상 우리 사회나 세계가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

‘민주주의’나 ‘노동자’의 용어 변경이 문제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생태전환교육’이 빠진 것이다. ‘생태전환교육’은 정권의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에 휘둘린 사안이 아니다.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전 정권이 한 것은 무조건 배척하려는 시도는 교육은 물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간다. 당장 ‘생태전환교육’의 삭제를 취소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한다.

초가 삼간 다 타도 빈대 죽은 것만 시원하다는 게 교육부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백 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걸 교육부가 정녕 모르지는 않을 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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