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탈춤’과 북한의 '평양냉면 풍습' 등재
국립문화유산원, 김치, 장류, 막걸리, 떡 전통음식 기획전 '함께 EAT잇다' 개최

국립무형유산원은 7일부터 내년 5월 4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에서 우리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 장류, 막걸리, 떡 등을 소개하는  “함께 EAT잇다” 기획전을 연다.
국립무형유산원은 7일부터 내년 5월 4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에서 우리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 장류, 막걸리, 떡 등을 소개하는  “함께 EAT잇다” 기획전을 연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이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의 탈춤’이다. 

 지난 11월 30일 모로코에서 열린 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이하 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것이다. 탈춤의 등재로 한국은 ‘종묘제례악’, ‘씨름’ 등 총 22개 종목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탈춤 등재 소식에 가려져 있었지만, 북한이 신청한 ‘평양냉면 풍습(Pyongyang Raengmyon custom)’ 과 프랑스가 공들인 ‘바게트 빵의 장인 노하우와 문화(artisanal know-how and culture of the baguette)’도 함께 등재되었다.

유네스코에서는 ‘평양냉면풍습’을 등재하면서  지난 1일 낸 자료에서 “평양냉면(차가운 국수) 풍습은 북한의 대표적 민속 요리로 쇠로 만든 대접에 고기·김치·채소·과일 등을 얹고, 차가운 고기 국물을 완성한다”며 “평양인들의 삶에 깊숙히 뿌리 박고 있는 냉면은 장수와 환대를 상징하며, 존중과 단결심을 북돋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양냉면과 바게트와 같은 음식 자체가 등재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차가운 국수인 평양냉면과 프랑스의 빵인 바게트가 아니라, 그러한 음식과 결합된 ‘풍습(custom)’과 ‘장인 노하우와 문화’가 등재된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음식 자체를 등재하는 데에는 난색을 표명한다. 과도한 상업성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류 유산 중 음식과 음료에 관련한 목록을 뽑아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벨기에의 맥주 문화(Beer culture in Belgium)’

‘지중해식 식문화(Mediterranean Diet)’

‘은시마, 말라위의 전통 요리(Nsima, culinary tradition of Malawi)’

‘라바시, 아르메니아의 문화 표현인 전통 빵 만들기와 그 의미 및 모양(Lavash, the preparation, meaning and appearance of traditional bread as an expression of culture in Armenia)’

‘프랑스의 미식(美食) 문화(Gastronomic meal of the French)’

‘북부 크로아티아의 생강 쿠키 제빵 기술(Gingerbread craft from Northern Croatia)’

‘멕시코 전통 요리 - 조상 전래의 지속적 공동체 문화, 미초아칸 패러다임(Traditional Mexican cuisine - ancestral, ongoing community culture, the Michoacán paradigm)’

‘호후르에 담아 아이락을 만드는 전통 기술과 관련 풍습(Traditional technique of making Airag in Khokhuur and its associated customs)’

‘피자이올로, 나폴리피자 요리 기술(The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터키식 커피 문화와 전통(Turkish coffee culture and tradition)’

‘케슈케크, 터키의 전통 의식 요리(Ceremonial Keşkek tradition)’

‘와쇼쿠(和食), 특히 신년 축하를 위한 일본의 전통 식문화(Washoku, traditional dietary cultures of the Japanese, notably for the celebration of New Year)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2013, 대한민국)‘김치 담그기 전통(Tradition of kimchi-making, 2015, 북한)

 이렇게 열거해 놓고 보면 유네스코의 의도가 보인다. 역사와 문화와 전통에 중심점을 두고, 전통 음료(술 포함)나 음식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간접적으로 한식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의 전통 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세계 속으로 확산시키자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평양냉면이나 프랑스의 바게트빵이 유네스코 등재 목록의 소재로 올라갔다는 것은 세계 각국이 이제 자국의 음식 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봇물 터지듯이 세계 각국의 고유한 음식(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문화재청도 그 점에 대비하여 2018년에 ‘장담그기(Korean Sauce and Paste Making)’ 2021년에 ‘막걸기 빚기(Makgeolli making and sharing)’, ‘떡 만들기(Tteok making and sharing)’ 등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마침 이들 대표적인 우리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 장류, 막걸리, 떡에 대해서는 국립무형유산원이 “함께 EAT잇다”라는 제목으로 2022년 12월 7일부터 2023년 5월 14일까지 특별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이 특별전은 내·대외적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가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이를 충분히 잘 활용하였으면 한다.

 또한 문화재청이나 관계 기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로 내세울 게 무엇이 더 있는지도 검토해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의 전통 궁중음식, 전통 사찰음식 등도 충분히 세계유산으로 등재할만 하다.

또한 전통 비빔밥, 쌈 음식 문화, 설렁탕이나 곰탕과 같은 함께 나누어서 먹는 고기국 문화, 화로나 식탁에서 구워 먹는 불고기 문화 등도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열린 자세로 이런 아이디어와 의견을 모아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한국전통음식은 그 자체가 다채롭고 다양하며, 전통음식에 대한 자료도 역사적 문헌으로 많이 남아 있다(예컨대 궁중음식은 혜경궁 홍씨의 잔치상이 의궤에 상세하게 전한다).

이들 자료를 잘 활용하고 머리를 맞댄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한국 문화의 힘이 되며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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