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월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월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11월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인 0.29퍼밀리어드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에 따르면 2021년 사고사망자는 828명으로 전년 대비 54명 감소했고, 사고사망만인율은 전년 대비 0.03퍼밀리어드 감소한 0.43퍼밀리어드로 나타났다.

사고사망만인율이란 임금근로자수 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을 말하며,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 0.43퍼밀리어드(’21)는 1999년 사고사망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긴 하나, 미국 0.35(’20), 독일 0.15(’19), 일본 0.13(’20), 영국 0.03(‘20~21), OECD평균 0.31(’21)퍼밀리어드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올해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22.1.27.) 시행 등으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83건, 산업재해 사망자는 510명이어서 2022년 전체 중대재해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재해 중 심각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혹은 동일한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11월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조사는 194건이지만 검찰이 실제 기소한 사례는 6건뿐이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배경이다. 안전주체의 책임에 기반한 위험성 평가 ‘자기규율’과 ‘예방 역량’ 향상이라는 기본원칙에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볼 멘 소리를 내고 있다.

로드맵은 10년 전에 도입[(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위험성평가)]되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위험성 평가’에 처벌 규정을 신설하여 ‘위험성 평가’를 비로소 의무화하였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또다른 규제 강화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위험성 평가’에 노동자 참여와 개선사항 이행이 담보되지 않으면 경영책임자가 형식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고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상습, 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형사처벌 확행과 핵심 안전수칙 위반 시 엄정한 조치 등 처벌 강화 의지가 포함되었지만, ‘위험성 평가’와 진단 결과에 대한 조치를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고, 경영책임자의 의무사항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법의 모호성이 해결되지 않은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기재부가 보낸 중대재해법령 개정방안에 대한 노동부 입장’ 문건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 사실상 중대재해법 무력화를 시도했음이 드러났다.

문건에는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재부가 법 개정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처벌 규정의 삭제와 형사처벌 대신 ‘경제벌’로 전환을 제안하고, 경영책임자를 법에 명시된 대표이사나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로 해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 발생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에 중대산업재해를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그 외에 시행령의 10개 항목에 대해 개정방안을 제시했는데, 기재부가 제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안 의견은 그동안 기업들이 주장한 의견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와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계는 시행령 개정안에 경영계의 의견이 반영되어 기존에 명시된 경영책임자의 범위나 의무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시행령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제대로 중대재해 처벌이란 것도 해 보지 못한 채 완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법을 허무는 행태이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이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고용노동부의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