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까밝힌다” 거침없는 막말 퍼부어

지난 7월27일 평양에서 열린 휴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공연에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함께 참석한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7월27일 평양에서 열린 휴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공연에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함께 참석한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여정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위험 수위를 넘은 건 물론이고 최소한의 격식이나 품격도 갖추지 못한 막말과 욕지거리에 가까운 양상이다. 이런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담화’란 이름으로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쏟아진다.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으로 나온 담화는 격앙된 김여정의 감정이 그대로 담겼다. 북한이 18일 정찰위성이라고 쏘아올린 발사체와 관련해 우리 군 당국이 준중거리미사일(MRBM)로 평가한데 대해 김여정은 발끈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입방아질을 해대며 우리를 폄훼하는데 여념 없기에 한 두어 마디 글로 까밝히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재잘거리는 것을 보면 참새 한가지다”라거나 “개 짖는 소리를 한 것도 있더라”는 등의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우리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 그룹의 평가를 겨냥했다.

김여정은 북한이 인공위성 사진이라며 제시한 영상 해상도가 20m급으로 지나치게 낮아 위성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전문가 지적에 기분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0.5m급(50cm이 사물을 식별 가능)은 돼야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적에 김여정은 “두 장의 사진을 놓고 우리 위성 개발 능력을 평하는 건 경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전역에 눈이 내렸는데도 영상에는 눈 쌓인 흔적이 없는 건 이상하다는 조작 의혹에는 함구했다.

일기장에 끄적이거나 사회관계망(SNS)에나 올릴 법한 수준의 글이 난무한다. 그런데도 이를 손질하거나 아예 막아서지 못하는 북한 권력 내부의 매커니즘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브레이크 풀린 폭주를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게 평양 파워엘리트 체제의 현주소란 점에서다.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곤란하다’거나 ‘윤문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는 그룹이 아예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고스란히 관영매체를 통해 담화로 내보내는 것이다.

담화문 등에서는 쓰이지 않는 ‘~있더라’는 표현으로 문장을 맺거나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금방 보고도...?”라는 식의 문구처럼 말줄임표와 의문부호를 수시로 사용한다. 아마도 김여정이 홧김에 초안을 잡거나 메모해서 건넨 내용을 담당자들이 수정하거나 바로잡지 못한 채 그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이 이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행태를 보이는 건 오빠 김정은의 든든한 뒷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함께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다"며 자랑하듯 말하는 등 각별히 챙긴다.

김여정의 대남 비방은 이번뿐 아니다. 지난 8월 코로나 확산 사태와 관련한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는 “남조선 것들 박멸시키겠다”는 등의 격한 발언도 쏟아냈다. 2020년 6월 대남 도발 위협 담화를 낸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백주에 폭파시킨 이후 김여정의 대남 행보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지금 평양 권력의 핵심층과 엘리트 관료 사이에서는 ”모든 길은 여정 동지로 통한다“는 말이 번진다고 한다. 그만큼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도 ‘믿을 건 혈육뿐’이란 생각을 굳히고 김여정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욕지거리 수준의 말폭탄은 북한 체제에 대한 실망감만 더할 뿐이다. 청년세대에 해당하는 김정은-여정(38세와 33세) 남매가 핵과 미사일에 집착할수록 민생은 더욱더 팍팍해지고 엘리트와 주민의 체제이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지 못한 언사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고, 비판과 고립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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