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리더들 "위기 속 멈칫하지 말고 기회 찾자" 한목소리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일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계묘년(癸卯年)이 밝으면서 재계 리더들이 내놓은 신년 메시지의 키워드는 고객, 기술, 문화 등으로 나타났다.

재계 리더들은 올해 고금리·고물가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된다는 상황인식속에서 임직원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자세를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이를 위해 고객과 인류의 경험을 확장하고, 기술과 조직문화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생존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 가장 근본은 '사람'...고객과 인류에 주목

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2023년도 신년사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고객(35회)이다. 

업황이 어려울수록 고객의 마음을 누가 더 잘 사로잡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시무식에서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3년을 '내가 만드는 고객 가치의 해'라고 정의하며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 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에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떄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객의 개념을 확장해 인류의 가치에 주목한 신년사도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으로 '지구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주요 과제라며 "기후변화·질병·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이동을 혁신하겠다고 밝힌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또한 "그룹의 사회 책임 메시지인 '올바른 미래를 위한 올바른 움직임'에 걸맞게 환경을 생각하고, 서로 상생하고 협력하며 인류와 함께 성장하는 모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환위리'(근심을 이로움으로 만든다)의 정신으로 위기를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환위리'(근심을 이로움으로 만든다)의 정신으로 위기를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 "경쟁 밀릴라" 기술 격차 벌리고 새 성장동력 잡고

재계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지금 보유한 기술을 한 단계 더 강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자는 당부가 주를 이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 보다 기존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그 속에서 미래를 개척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 회장은 "우리는 메디컬, 바이오 등 헬스 앤 웰니스 분야와 모빌리티, 수소와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도전을 시작했다"며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우리의 중요한 핵심 가치"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기술 개발은 친환경과 디지털,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의 포부도 주목을 받았다.

삼성SDI 최윤호 대표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이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2030년 글로벌 탑 티어(Top Tier) 회사가 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고 말했다.

이어 "품질 경쟁력은 제품 자체의 설계와 이를 구성하는 부품 및 소재, 그리고 양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과 연결된다"며 "최고의 품질 확보를 위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프로세스에 걸친 품질 관리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SK온의 지동섭 대표 또한 올해 내실 있는 성장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 안정화 및 고도화, 분야별 핵심경쟁력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 자리에서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이 모든 걸 움직일 엔진은 '직원'..."기업문화 개선"

재계 리더들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실행력"이라며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탄탄한 팀워크 확립'을 제시했다.

회사가 출범한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이력을 가진 국내외 인재들이 합류한 만큼, 유관 부서 간 정기적인 교류를 활성화하고 팀 빌딩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소통의 문화'를 정립한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회장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춘 문화는 쉽게 오염되고 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또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임직원 여러분"이라며 "다양성과 공정, 포용에 기반한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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