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 '무혐의' 종결
국과수 3D 시뮬레이션 공개...최대 560㎏에 질식사
유가족 측 "이 장관, 오 시장 등 모든 지휘부 책임져야"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밤, 이태원은 코로나 발생 이후 3년 만의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 젊은이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골목은 물론 대로변에도 밀려드는 사람으로 시시각각 혼잡도가 더해졌다. 몰려드는 인파로 곳곳에서 위험이 감지되고 있었고, 이미 112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떠밀림을 통제하고 조정할 경찰은 도로의 차량 정체를 막는데 주력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과 등을 돌린 위치에 서 있었고, 결국 좁은 골목길로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159명이 목숨을 잃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의 재구성'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 참사의 시작은 이와 유사했다.

정부는 참사 직후인 11월 1일 수사 인력 501명 규모로 경찰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출범시켰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그동안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왔지만, 윗선 수사에는 한계를 드러내며 74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수본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구청·경찰 간부 4명 등 모두 6명을 구속하는 등 총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등 서울청 간부 3명과 참사 당시 구조 지휘 책임을 맡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불구속 송치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또 기관들의 이러한 과실이 겹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판단,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상급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입건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실무진만 처벌하는 ‘꼬리자르기식 수사’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측은 특수본 수사 결과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수본에선 수사 결과에 대해 유족에게 상황 설명한 것이 전혀 없었다"며 "이 장관, 윤 청장, 오 시장 등 모든 지휘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왼쪽)와 이정민 부대표가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왼쪽)와 이정민 부대표가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3D 시뮬레이션 감정 등도 공개됐다. 특수본은 사고 원인을 당일 밤 10시15분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압력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국과수의 3D 시뮬레이션과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당일 밤 9시 이후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일대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T자형 삼거리 좌우로 군중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몸이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사고 직전인 밤 10시13분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왔고, 10시15분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인근 시간대 참사 발생 골목엔 1㎡당 최대 10.74명, 세계음식거리엔 12.09명까지나 있을 정도로 밀집도가 높아졌으며, 현장 희생자 및 부상자들은 개인당 평균 약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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