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사망자 1만5000명 넘어...더 큰 지진 위험성
日 강진 땐 우리나라 지진 깨울 수도...발생건수도 증가 추세
정밀한 단층 조사, 강화된 내진 설계 필요...지진 대응훈련도

튀르키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시민들이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시민들이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튀르키예(터키)·시리아 지진. 지난 6일 새벽(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 강진은 9일 현재 1만50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으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사망자 8831명)의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8500명)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진 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큰 지진이 튀르키예에서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인구 1500만이 넘는 이스탄불 주변이 강진 발생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대지진 발생 위험은 우리나라 주변에도 항상 존재하고 있다. MBC-TV는 지난 8일 방송에서 일본의 수도권 지역에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방송에 따르면 일본 본토의 남쪽(시코쿠 남부-오사카-시즈오카) 해안인 난카이 해구가 일본을 위협하는 단층 지역이다. 일본은 이곳에서 30년 안에 규모 8~9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 남부지역 고치와 시즈오카현 등에는 30m가 넘는 지진해일(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최대 3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방송에서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필리핀판과 북미판이 충돌하고 있는 도쿄만 남쪽 사가미 해구도 위험 지역으로 꼽았다. 해당 지역은 도심과 가까운 위치라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에 강진이 일어났을 경우 충격은 일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충격파가 우리나라 지진판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일본, 네팔, 인도네시아 등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한 곳에 속한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유체 상태인 맨틀(mantle 지각과 핵 사이)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곳으로, 지구의 껍데기에 해당하는 지각이 맨틀의 움직임에 의해 부딪히거나 갈라지는 곳이다.

이곳을 판의 경계라 한다. 대지진 피해를 겪은 나라들은 모두 이 부근에 있다. 지각에 있는 지층이 판의 경계에서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끊어지거나 충돌하면서 지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기상청의 지진 발생 현황 자료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지진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월성원전은 지진 단층대인 '양산단층' 위에 건설됐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월성원전은 지진 단층대인 '양산단층' 위에 건설됐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대표적 단층대는 부산-경주-영덕을 잇는 ‘양산 단층’이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와 월성원전이 그 위에 있다. 지진과 원전은 함께 묶일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조합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에 타격을 입으면서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규모 6.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규모는 6.0~6.5에 달할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다. 지진에 앞서 발생하는 다양한 전조 증상을 통해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최선의 방책은 지진이 발생해도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지진 단층지대에 위치한 지리적 위험성에도 주택과 건물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아 붕괴로 이어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네팔도 마찬가지다. 벽돌로 지은 전통가옥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컸다.

9일 오전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지진 대응 안전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지진 대응 안전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이 지진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진설계다. 압력(미는 힘)과 장력(당기는 힘)에 모두 강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통상 규모 5.0의 지진에도 치명적인 피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골격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내진설계 건물은 규모 7.0에도 버틸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지각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은 규모 7 내외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진 발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이 임박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강화된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진은 지구에 사는 누구에게나 ‘시한폭탄’과도 같은 자연재해다. 우리나라도 강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다 정밀한 단층 조사, 보다 튼튼한 내진 대책은 물론 지진 대응 훈련의 생활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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