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계·정치권 출신' 부정적 시선에
"전경련은 선배 기업인들이 쌓아 올린 위대한 유산이고 자산"
"그 자산을 버리는 것은 나라에 큰 손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국내 최대 민간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수장에 올랐다.

전경련은 23일 총회를 열고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이로써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에 이어 12년만에 새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창설 이후 62년만에 최초로 재계 총수 출신이 아닌 인물이 회장에 오르게 됐다.

전경련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회원사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출연하도록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SK 등 국내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에는 다른 경제단체외 비교해 위상과 구실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말 경제단체장과의 비공개 만찬, 아랍에미레이트(UAE) 경제사절단에서 배제되는 등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을 비롯해 지난 국정농단 사태때 탈퇴를 선언했던 기업들의 복귀가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꼽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허창수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롯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 회장,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박정원 두산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이 모두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번에 전경련이 사상 처음으로 정치권 인물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동안 잠잠했던 정경유착이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2018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친여권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나는 스스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누가 '전형적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며 "나는 대학에서 34년간 봉직한 학자이고, 학자로서 사회에서 필요할 때마다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등에서 전경련이 비판받은 이유가 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 회장 직무대행직 수락 배경에 대해 "전경련은 선배 기업인들이 쌓아 올린 위대한 유산이고 자산"이라면서 "그 자산을 버리는 것은 나라에 큰 손실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에서 할 첫 과제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기조와 방향의 재정립"이라며 "국제적 수준의 싱크탱크 설립도 추진하고,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건립해 나갈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동떨어진 조직은 존재가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전경련이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는 그 첫 걸음은 국민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업자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이끌겠다"며 "전경련은 이제 편안하고 익숙한 길이 아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며 임직원들과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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