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기반, 자랑스러운 우리 국악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시나위 연주(민속악)
시나위 연주(민속악)

 K-Pop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기반이 되는 우리 국악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그렇게 된 데에는 우리 춤과 풍물이 융합된 ‘BTS’의 현란한 퍼포먼스, 민요 보컬리스트 ‘이희문’의 국내외 공연의 성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의 퍼포먼스 동영상이 세계인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것이 한 몫을 거들었다. 

  알 듯 모를듯한 우리 국악은 무엇인가? ‘국악(國樂)’의 한자(漢字)를 우리말로 그대로 풀어쓴다면 나라의 음악을 뜻한다. 이것은 정확한 풀이가 아니다. ‘한겨레음악 대사전’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총칭, 일명 한국음악’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한 풀이가 아니다. 여러 사전에 ‘국악’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음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 ‘국악’이라는 용어는 기악, 성악, 타악 등으로 이루어진 전통음악이라는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 풀어본다면 국악은 전통음악을 포함하여 전통무용과 풍물, 가면극, 인형극, 곡예, 무술, 놀이 등으로 이루어진 전통연희를 모두 아우르는 공연예술, 즉 전통공연예술 모두를 통칭한다. 

국악, 우리의 문화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예술성이 뛰어난 소중한 문화유산

  2016년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전통공연예술 공급 중심 중장기 발전 방안 기초 연구’에서도 전통공연예술의 개념을 ‘전국의 전문, 비전문인에 의해 전승된 공연예술 분야인 음악, 무용, 연극, 놀이, 의식의 원형 및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 창작된 공연예술 분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국악은 우리의 문화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예술 장르이다. 

  일단은 국악의 큰 영역에 속한 전통음악에 한정해서만 생각해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날 우리가 듣고 있는 대부분의 전통음악은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이후의 음악이라고 보아야 한다. 요즘 한참 듣는 판소리 다섯 바탕이나 산조 음악이 그렇고, 경기, 서도, 남도 통속민요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음악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계승되고 발전되면서 형성된 음악이다. 전통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은 우리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적 원형질은 유지한 채 끊임없이 진화, 발전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전통음악이 모두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음악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고려 때 중국 송나라로부터 들어온 노래 곡이 한국화, 기악화한 ‘보허자’와 ‘낙양춘’, 고려시대 궁중에서 추던 ‘무고(舞鼓)’의 무원(舞員)들이 부르는 노래인 ‘정읍사’를 노래하던 음악이었다가 조선 중기에 이르러 노래는 없어지고 관악 합주곡으로만 남은 ‘수제천’, 세종 때 만들어진 궁중음악인 ‘문묘제례악’, ‘종묘제례악’, ‘여민락’ 등 일부 악곡은 그 이전부터 전승되었던 음악이다. 또한 많은 전통음악 악곡은 현재 문헌에만 남아있고 전승이 단절된 것도 많다.

정제된 명상음악 우리 ‘정악’ 

  전통음악을 조금 더 아는 분들은 전통음악은 아악(雅樂)과 민속악(民俗樂)으로 분류된다고 알고 있다. 이보다 조금 더 아는 분들은 전통음악은 궁중음악(궁중악), 정악(正樂), 민속악, 불교음악(염불, 범패), 무악(巫樂)으로 분류된다고 알고 있다. 정악(正樂)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 이유는 조선조 후기에 선비들이 양심정(養心情)을 위해서 풍류방에서 누리던 음악을 스스로 정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말이지 음악적 분류는 아니었다.

  그래서 선비들이 즐기던 그런 음악을 ‘풍류음악’ 혹은 ‘풍류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속악(民俗樂)이라는 용어는 과거에는 사용되었으나 신분제도가 없어진 이 시대에 비천함을 뜻하는 속(俗)자가 들어간 민속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하여 요즘에는 ‘민간악’ 혹은 ‘민악(民樂)’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요즘에는 전통음악을 ‘궁중음악(궁중악)’, ‘풍류음악(풍류악)’, ‘민간악(민악)’이라는 분류법을 쓰기도 한다.

정악 연주
정악 연주

인간의 정서에 깊숙이 감응하는 친화적인 음악, 우리 ‘민속음악’

  국악계에서는 오랫동안 양반과 지배계층을 향유층으로 하는 음악을 ‘정악’, 기층민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을 ‘민속악’이라고 구분해놓고 국악인들 간 갈등 구조를 겪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장르 구분은 잘못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말하는 ‘정악’과 ‘민속악’의 연주 층은 똑같이 상민 출신의 동일 집단이었다. 그러니 그러한 대립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갈등이었다. ‘정악’과 ‘민속악’은 서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국악의 균형적 발전을 이끌어왔다.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 짓고 어느 한쪽으로만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국악의 균형적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정악’과 ‘민속악’을 굳이 구분한다면 즐기는 사람이 달랐던 것만은 아니고 레퍼토리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정악’은 대체로 조금 느리면서 장중한 느낌이 난다. 물론 개중에는 속도가 빠르고 흥겨운 곡도 있지만, 그 빠르고 느린 속도의 편차가 ‘민속악’에 비해 심하지 않다. 그에 비해 ‘민속악’은 구성지고, 느린 음악에서부터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음악이 있고, 또 어떤 음악은 열정적으로 몰아가는 아주 빠른 속도의 음악까지 아주 다양하다. 

정악과 민속악은 상호 보완적인 소중한 우리 음악이다

  ‘정악’과 ‘민속악’은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정악’은 한 음을 쭉 뻗어 내다가 마지막에서만 가볍게 떨지만, ‘민속악’은 처음부터 격렬하게 떨어준다. ‘정악’이 감정이나 느낌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좀 절제하면서 담담하게 표현한다면, ‘민속악’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이, 감정을 듬뿍 담아 표현한다는 점이 다르다. 

  ‘정악’이 정제된 명상의 음악이라고 한다면, ‘민속악’은 우리 내면에 일렁이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정서에 깊숙이 감응하는 친화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정악’의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합주곡 ‘영산회상(靈山會上)’이나 대금독주 ‘청성곡(淸聲曲)’을 들어보시고, 이어서 ‘민속악’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가야금산조’나 ‘시나위합주곡’을 들어보시면 더욱 이해가 빠르실 것 같다. 바로 행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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