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廣東)성 대표 기업 주하이거리(珠海格力)전기 회장
대기업 회장 10년 이상 장기 집권에 무려 34세 연하 남성과 열애설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중국은 여권(女權)이 한국보다 훨씬 더 강하다. “하늘의 반은 여성이 떠받친다.”라는 말이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경제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다고 하기 어렵다. 최고 경영자(CEO)가 되는 것도 자신이 재벌이거나 친인척이 아니면 쉽지 않다. 때문에 이런 여성이 어쩌다 나타나면 바로 화제가 된다. 톱 연예인 반열의 인기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둥밍주 주하이거리전기 회장. 국민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둥밍주 주하이거리전기 회장. 국민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들 중 최근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광둥(廣東)성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주하이거리(珠海格力)전기(이하 거리)의 둥밍주(董明珠. 69) 회장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 회장 자리에서 10년 이상이나 장기 집권하는 것도 모자라 요즘 무려 34세 차이가 나는 남성과 열애설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나 보인다.

‘국민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당분간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수년 동안은 더 활약할 것이 분명한 그녀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아주 평범했다. 아니 가난했다고 단언해도 좋았다.

그럼에도 공부는 잘한 탓에 1990년 안후이(安徽)성의 푸후(蕪湖)간부교육학원 통계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어 다음해 주하이로 이주한 후 바로 막 설립된 신생 회사 거리에 입사,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재계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거리에서의 행보는 입사 초창기부터 범상치 않았다. 우선 1992년의 경우 회사 전체 매출액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600만 위안(元.30억4000만 원)을 혼자 올렸다. 1년 후 그녀의 활약은 더욱 기가 막혔다. 시장이 포화상태였던 고향 난징에 파견돼 무려 3650만 위안의 매출액을 혼자 기록한 것이다.

이랬으니 94년 고작 30세의 나이에 경영부장으로 발탁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녀는 회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소속 부서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까지 믿고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했을 정도였다.

95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속 11년 동안 거리의 판매량과 매출액, 시장 점유율을 전국 1위로 올려놓는 쾌거까지 달성했다. 그녀는 이 맹활약으로 2002년 9월 ‘중국기업 여성 풍운인물’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다.

2003년은 그녀가 정치적으로도 비상한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2004년 3월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에 의해 ‘중국 10대 여성 경제인물’로 선정된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2005년 11월에는 미국 잡지 포브스에 의해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50명의 여성 철인’으로 선정돼 국제적 인정도 받았다. 2년 후 거리의 총재(사장에 해당)로 승진한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그녀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를 비롯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도 집중 조명되기에 이르게 된다. 이 와중에 2012년에는 거리의 회장 자리까지 차지하게 된다.

그녀는 지금도 시가총액이 무려 2000억 위안에 이른 거리를 안정적으로 잘 이끌고 있다. 워낙 건강한 탓에 최소한 70대 중반까지는 현재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설사 은퇴한다고 해도 경영에는 계속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녀만큼 거리를 잘 아는 경영인이 회사 내에 드문 상태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그녀가 이처럼 중국 재계에서 드물게 보는 여성 기린아로 성장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몸에 베인 일중독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거리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보유한 베이징 사업가 가오청즈(高承志) 씨의 회고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둥 회장은 입사 이후 상당 기간 거의 휴가를 가지 않았다. 설사 휴가를 간다고 해도 항상 회사 일을 생각했다. 지금은 아주 가끔 여유 시간을 즐긴다고 하는데 그게 다 그녀가 만들어놓은 회사 내의 안전판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대단한 일중독 여걸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들도 배워야 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뛰어난 판단력 역시 그녀를 경제인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좋을 두둑한 배짱과 앞뒤 안 가리는 저돌성도 거론해야 한다.

이는 그녀가 총재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거의 매년 냉장고, 에어컨 판매 여왕 자리를 굳건히 지킨 사실이 무엇보다 확실히 증명한다.

그녀는 70세를 바라보는 요즘 열애설에 휘말리면서 또 다른 화제를 만들고 있다. 그것도 무려 34세나 어린 총각과 염문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내 올드 걸들의 열렬한 지지까지 받고 있다.

얼핏 보면 엽기적인 것으로도 보이는 이 열애설의 다른 쪽 주인공은 거리의 부총재인 왕쯔루(王自如. 39)로 알려지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부하 직원을 오피스 애인으로 두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그녀는 소문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들보다 왕 부총재가 네 살이나 어린데 어떻게 연인 관계가 될 수 있냐는 항변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둘의 열애설은 끊임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에 떠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이라면 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렇다고 그녀를 비난하는 중국인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정력적으로 사니까 거리를 오늘날의 대기업으로 키운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이해한다는 입장을 마치 약속이나 하듯 피력하고 있다.

현재 거리의 국제적 지명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중국 시장에 안주한 탓에 세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때문이 아닐까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 생각은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거리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세계 시장 진출’ 운운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34세 애인까지 두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인 그녀의 대단한 정력으로 미뤄볼 때 이 야심찬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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