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버들피리

버들피리
버들피리

버들피리와 풀피리로 멋진 연주도 가능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시냇가에서 버들피리 불며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버들피리는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초봄에 아이 손가락 굵기의 버들가지를 잘라 적당한 길이로 잘라 가지를 조심스럽게 비틀어 속심에서 껍질을 분리하여 속이 빠진 껍질에서 부는 쪽 겉껍질을 살짝 벗겨 낸 곳을 눌러 잡고 가볍게 불면 삐리리 소리가 난다. 

  버들피리도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음색을 조절하면 멋진 연주도 할 수 있으나 그 정도까지 가려면 상당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버들피리 연주자로는 춘천의 박산일 명인이 있다. 봄에는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가을에는 뽕나무 나뭇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풀피리는 글자 그대로 풀잎이나 나뭇잎 등을 입에 대고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피리인데 한자 명칭으로는 초적(草笛) 혹은 초금(草琴)이라고 한다. 풀피리 연주는 나름대로 기법이 필요해 상당한 교습과 연습이 필요하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풀피리 예능보유자 오세철 명인이 전승하고 있다. 풀피리로 민요, 청성곡, 산조 등의 전통 악곡을 비롯하여 다양한 창작곡 등을 연주할 수 있다. 

풀피리를 연주하는 오세철 명인
풀피리를 연주하는 오세철 명인

피리는 궁중악과 민간음악에서 주선율을 담당하며 널리 쓰여

  우리 전통 악기인 피리는 대나무 관대를 잘라 만든다. 손가락으로 막고 여는 구멍인 지공이 뒷면에 1개, 앞면에 7개가 있다. 대나무를 얇게 깎아서 만든 겹서[複簧(봉황)]를 대나무 관대에 끼워, 입에 물고 세로로 부는 관악기이며 한자로는 필률(觱篥)이라고 쓴다. 세로로 부는 국악기 중에서도 퉁소, 단소와 달리 피리는 리드를 떨어 소리를 낸다. 몸집은 가늘고 작지만 불기 어려운 악기로 손꼽힌다. 

  피리는 옛 고구려 고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거쳐 5세기 중엽 고구려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피리는 국악 관현악에서 주선율을 담당하며, 음량도 큰 편이다. 피리는 제례 음악은 물론이고 궁중의 연향(宴享) 음악, 민간의 굿이나 연희의 반주 음악 등 한국의 모든 음악 갈래에서 편성되어 주선율을 담당하는 악기이다.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 피리 전공자 출신이 많아

  피리 주자들이 합주의 주선율을 담당해서 그런지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들 중에는 피리 전공자들이 유난히 많다. 국립관현악단 지휘자를 역임한 박범훈, 한상일이 그렇고,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를 역임한 김광복, 중앙국악관현악단 지휘자였던 김재영, 안산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임상규 등이 그렇다. 

  피리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의 3종이 있다. 향피리는 음량이 크면서도 부드럽고 장중한 음색을 낸다. 향피리와 비교할 때, 당피리는 좀 더 어두운 음색을, 세피리는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낸다. 흔히 피리라고 하면 이 향피리를 말하고, 대피리라고도 하며 우리 민속음악을 연주할 때 쓰인다. 당피리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당나라의 피리라는 뜻으로, 향피리보다 굵으며 궁중제례악 연주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세피리는 당피리와 길이는 비슷한데 상당히 가늘어 지름이 1㎝도 안 되며 향피리의 축소형이라고도 볼 수 있고 악기가 가늘어 음량도 적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실내악이나 가곡, 가사 등의 성악곡 반주에 편성된다.

위에서부터 
위에서부터 당피리, 향피리, 세피리

 

  예전의 일이다. 국악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예술학교의 기악과에서 국악기 연주 경험이 없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전공 분류를 하게 되면 여학생들은 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선호하는 데 비하여, 남학생들은 대금을 선호하는데 볼품없이 작은 피리 전공을 택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악기값이 비교적 저렴한 피리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학생들이 마지못해 선택하는 서글픈 일이 벌어졌던 때도 있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교향악단도 감탄한 우리 전통악기 피리

  피리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등 여느 전통악기에 비해 가격이 싸서 부담 없이 구매하여 배워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피리가 볼품없다고 피리 연주를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피리가 뿜어내는 연주의 색깔은 다양하고 섬세함과 역동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피리의 명인으로는 최경만, 김광복, 한상일 명인 등이 있다. 

  피리 연주자인 김광복 명인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교향악단과 피리 협연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관객들이 조그만 대나무 악기를 갖고 무대에 선 한국인 연주자를 냉소적인 표정으로 지켜보다 연주가 끝나자 전원 감동의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 속담에 자기 주관이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사람을 비꼴 때 ‘남의 피리에 춤춘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 주관을 갖고 꿋꿋이 살아가라는 뜻일 것이다. 자기 주관을 갖고 주변에 쉽게 흔들리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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