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취업 박람회. 행사는 언제나 성황을 이루지만 정작 취업에 성공하는 케이스는 드물다.[사진제공=신징바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취업 박람회. 행사는 언제나 성황을 이루지만 정작 취업에 성공하는 케이스는 드물다.[사진제공=신징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중국의 청년 실업이 광풍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정도로 상당히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국가적 재앙 상황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의 전체 실업률은 크게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다.

대략 5%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16∼24세 사이 청년들의 실업률이 화제가 될 경우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지난 4월의 경우 무려 20.4%를 기록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5월에는 18.4%로 떨어지기는 했어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해도 좋다. 언제든지 다시 20%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봐야 하는 탓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현실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잘 알 수 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올해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쉬즈화(許志華) 씨는 어려운 가정 사정 상 취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개인적인 욕심만 부리면 외국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하고 싶으나 편모 슬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대학을 졸업하는 입장을 생각할 경우 그건 사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가 더 잘 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무려 100장의 이력서를 작성, 각종 기업들에 보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락을 해온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는 최근 100전 100패의 슬픈 전과를 올렸다는 자조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눈물로 취업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한 국유기업이 최근 진행한 신입 사원 채용과 관련한 화제 역시 주목해야 할 것 같다. 1000명 남짓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는 무려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 기업은 할 수 없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일일이 이력서를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실업자들이 ‘아이훙볜예(哀鴻遍野. 벌판에 그득한 슬픈 기러기. 기근에 시달리는 이재민을 의미)’라는 고사성어로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현실이 말해주듯 상황이 이처럼 상당히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3년 동안 경제가 치명타를 입은 현실을 무엇보다 우선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역병의 창궐로 인한 후유증 내지 내상이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무려 5년째 치열하게 전개 중인 미중 무역전쟁 역시 이유로 꼽히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청년들 대상의 고용 시장이 얼어붙게 됐다고 해야 한다. 이외에도 외자 및 중국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 러시, 4차 산업 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감원 돌풍 등도 청년 실업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로 부족하지 않다.

당연히 당국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별로 뾰쪽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농촌으로 눈을 돌려라.”, “좌판 같은 적은 기업이라고 창업하라.”는 권고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러니 타의에 의해 백수가 된 청년들의 가슴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국에 대한 원망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내년과 내후년으로 갈수록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재계에서도 최근 이 현상이 2025년에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관측한 바 있다. 경제 당국과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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