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임(사진 왼쪽 검은치마)과 김장순 명창 등 국악인들이 19일 보신각 앞에서 경기민요 보유자 지정에 문제가 있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임(사진 왼쪽 검은치마)과 김장순 명창 등 국악인들이 19일 보신각 앞에서 경기민요 보유자 지정에 문제가 있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국악인 김영임, 김장순 명창 등 수십 여명이 지난 19일 공연무대가 아닌 길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들 명창들은 이날 오전 9시 국립고궁박물관과 보신각 앞에서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악인들이 때아닌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강행한 이유는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지정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12일 김혜란과 이호연 두 사람을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예고 했다.

문화재청은 보유자 인정 예고 이후 1개월 동안 이의 신청을 받고 그 이후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보유자 인정을 결정한다.

관례적으로 보유자 인정 공고가 나가고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보유자가 되는만큼 이 인정 예고는 보유자 지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관련 종사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이번 문화재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김영임과 김장순 명창 등 일부 국악인들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은 수십년 간 축적된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 문제가 누적돼 있다는 지적이다.

국악계 종사자들이 지적하는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애당초 경기민요 문화재 보유자는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 3인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들 명창들이 세상을 뜬 후 이들이 각자 키운 제자 3인이 나와 전승을 하면 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안비취 명창이 돌아가시자 안 명창의 제자인 이춘희 명창만 보유자가 되고, 묵계월과 이은주 명창의 제자들은 보유자로 지정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묵계월과 이은주 명창 쪽 전수조교도 보유자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생겼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김영운 무형문화재 위원장의 보고서를 토대로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기민요의 보유자는 이춘희 명창 1인체제로 가도록 했다.

즉 같은 내용의 소리니까 세 명의 명창을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2023년에 문화재청은 안 명창의 제자인 김혜란, 이호연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다. 

즉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로 안 명창의 제자인 이춘희 명창에 이어 김혜란 이호연 명창을 추가로 지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묵계월과 이은주 명창의 제자인 김영임과 김장순 명창이 반기를 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은 소리꾼 혹은 경기명창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묵계월 이은주 명창의 제자들도 보유자로 지정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또 하나 김영임 명창 등이 문제를 삼는 것은 김영운 위원장이 2009년 사단법인 한국국악학회 명의로 작성한 학술용역조사보고서의 용역 수행 당사자인데, 이번 심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5조 3항에는 “위원이 해당 안건에 증언, 진술, 자문, 연구, 용역, 또는 감정을 한 경우” 해당 심의와 의결에서 제척되어야 하나, 김영운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이번 보유자 인정예고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김영임 명창을 비롯한 일부 국악인들이 19일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임 명창을 비롯한 일부 국악인들이 19일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임 명창이 이날 거리로 뛰쳐나와 강하게 반발하며 제기하는 문제점은 단순하다.

첫째, 안비취와 묵계월 이은주  세 명창의 계보를 인정해서 줘야지 왜 한쪽 계보만 독식하느냐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둘째, 안비취 명창 후계자만 보유자로 인정할 때 그 근거가 되는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이번에 심의위원장이니 이는 부당하다는 것. 

 셋째, 김영임이 훨씬 더 대중적이고 소리꾼으로서 실력이 월등함에도 무슨 근거로 안비취 명창의 후계자들만 문화재로 인정하고 '나‘는 제외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 초반 정부가 경기민요 문화재를 3인으로 정할 때 기준은 형평성을 중요시했다. 당시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 세 명창의 소리는 다른 유파라고 하기 힘들었지만 한 사람만 인정하지 않고 세 명창을 다 보유자로 인정했다.

그 이유는 경기민요는 교육 수요가 많아 한 명의 문화재로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영임과 김장순 명창 등은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지정과 관련 안비취 명창의 제자들만 보유자로 지정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경기민요의 계승발전과 확산을 위해서는 묵계월과 이은주 명창의 후계자들도 보유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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