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시중은행에 크게 밀려
중소기업 상생, 틈새시장 전략 등으로 ‘당돌한’ 도전장
시중은행 전환 후 5대 은행과의 격차 어떻게 줄일지 ‘시선집중’

이달 초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DGB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 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열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기존 5대은행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영업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DGB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 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열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기존 5대은행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영업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마트와 소형마트, 프랜차이즈와 동네가게의 경쟁을 비유할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한다.

규모면에서 이미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왜소한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성경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에게 돌팔매질을 이용해 체급 격차를 이겨내고 승리한다.

이러한 일이 실제 기업 간 경쟁에서 가능할까. 

최근 은행권에 다윗이 등장해 조만간 골리앗과의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 발표 직후 가장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바로 ‘DGB대구은행’이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컨설팅사와 협업해 이른 시일 내 전환 인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는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전환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 경쟁력을 높이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에 더 든든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기존 5대 시중은행과 DGB대구은행의 체급 차이는 어떨까.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총액은 KB국민은행(493조 7500억원), 하나은행(471조 3600억원), 신한은행(445조 6700억원), 우리은행(420조 2300억원), NH농협(383조 4100억원) 순이었다.

대구은행의 자산 총액은 67조 2300억원으로 1위 KB국민은행의 15%에도 못 미친다.

당기순이익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9707억원), KB국민은행(9315억원), 신한은행(9315억원), 우리은행(8595억원), NH농협(6721억)은 6000억원 이상 수익을 거뒀다.

대구은행은 당기순이익 1278억원을 기록하며 부산은행(1453억원)보다도 낮은 순이익을 달성했다.

원화대출금 상황도 유사하다. KB국민은행(327조원), 우리은행(293조원), 신한은행(282조원), 하나은행(274조원), NH농협(270조원) 순이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51조원으로 시중은행들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즉, 자산 총액·당기순이익·원화대출금 등 모든 면에서 대구은행은 5대 시중은행과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5대 시중은행 쏠림 현상’ 해소에 별다른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기를 풀어서 시중은행 과점을 해소한다고 표현하는데 대구은행이 과연 ‘메기’가 맞나 모르겠다”며 “시중은행 전환 후 대구은행이 어떤 전략을 내세워 점유율을 높일지 궁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낮은 인지도 해결부터 영업망 확충까지 시중은행으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을 끌어오려면 높은 금리 제공 등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만한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는 “굳이 지금 이용하고 있는 시중은행을 대구은행으로 갈아타야 할 이유가 없다”며 “대구은행 지점을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B씨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야기도 처음 듣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며 “월급 통장으로 지정한 시중은행이 편리하고, 장기 가입 고객 혜택도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구은행은 시중은행들에게 소외당하던 중(中)신용등급 기업, 개인사업자,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중소기업 상생을 지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지점을 개설하는 게 아니라 거점 지역에 진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뻔한 전략’으로 시중은행과 경쟁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출현은 반가운 일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들에게 우수한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에 대구은행이 어떤 참신한 전략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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