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일본의 투자 회복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日 투자 확대 대응 위해 韓 기술 경쟁력 강화 절실"
"미·중 갈등 영향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일본 주목"

일본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반도체 기업 JSR. [AFP=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반도체 기업 JSR. [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 일본은 지난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하며 독보적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차츰 한국, 대만 등에 시장을 잠식당하며 쇠락을 거듭하다 지난엔 9%에 불과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차량용 배터리도 2015년 세계 시장 점유율 40%대를 웃돌았지만 불과 5년 만인 2020년 20%로 추락했다.

일본이 '반도체·배터리 강국'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일본의 투자 회복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투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서둘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투자는 '범용반도체의 자국 내 양산'과 '차세대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부문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배터리 산업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용량의 글로벌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민관 공동으로 4500억엔을 투자하는 계획도 있다. 토요타 자동차도 2026년 전기차 연간 150만대 판매 등을 목표로 4000억엔을 투자하는 등 일본 정부의 배터리 산업 육성에 부응하고 있다.

한은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반도체, 배터리 기초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중국·대만에 대한 투자가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일본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조사국은 향후 일본이 반도체, 배터리 투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본의 투자가 궤도에 오를 경우 우리 주력 분야의 세계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따라서 우리도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이 소부장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조언했다.

토요타는 2026년 연간 150만대의 전기차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 EV 설명회. [로이터=연합뉴스]
토요타는 2026년 연간 150만대의 전기차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 EV 설명회.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유가에 대한 보고서도 내놨다. 한은의 '에너지·원자재 수급 관련 위험 요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제유가는 연이은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7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는 미국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생산을 늘리고, 아랍에미리트(UAE),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도 증산에 나서는 등 OPEC 플러스(OPEC+)의 결속력이 약화한 탓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한은은 향후 유가에 상방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봤다. 상방 요인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의 감산 효과,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 재매입 계획, 중국·글로벌 여행수요 회복,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설탕, 곡물, 축산물 등 전 세계 식량 가격도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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