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슬포항 출항 갈치낚시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이날 잡은 조과. 25킬로 정도. 
이날 잡은 조과. 25킬로 정도. 

금어기 합법적 갈치낚시 해역은 마라도 남단

 7월은 갈치 금어기다. 대한민국 정부는 어족 자원의 고갈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어로행위(낚시 포함)을 위해 어종별로 금어기와 체포 금지 체장 규정을 정해 놓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주로 산란기에 고기를 잡지 말고 새끼고기도 잡지 말라는 규정이다.

 갈치를 예로 든다면 7월은 갈치 금어기다. 그러나 예외 조항이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별표1을 보면 갈치의 경우 “북위 33도 이북해역에 한정하며 7월1일부터 31일까지(단 근해 채낚시어업 및 연안복합어업은 제외)는 조업금지. 단 혼획시 10% 미만은 제외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을 보면 첫째 채낚기 어선 낚시, 둘째 마라도 남단 수역, 셋째 손님고기 등은 허용한다는 말이다. 

 이런 규정을 이용해서 사실상 불법 어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낚시꾼을 일일 어부로 둔갑시켜 출조하는 경우다. 갈치 채낚기의 경우 어부나 낚시꾼이나 조법이 동일하기에 편법으로 동원하는 방법이었다. 낚싯배 선사에서는 돈을 받지 않는 것처럼 꾸며서 출조를 하곤 해서 어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경우 해경의 단속 대상이지만, 정작 해경이 위장 일일 어부가 탄 배를 단속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은 없다. 해경이 바빠서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7월 한 달은 갈치 금어기니까 애꿎은 남해 문어나 한치들이 죽어난다. 7월 갈치 낚시의 공백기에 한치나 문어낚시를 대체한 것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을 잘 보면 합법적으로 낚시하는 방법도 있다. 북위 33도 남단으로, 즉 마라도 남단으로 가서 낚시하면 된다. 그런데 낚시꾼을 태운 낚싯배는 연안 직선 기선으로 12해리(약 22km)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 규정 때문에 무작정 남쪽으로 갈 수 없다. 따라서 금어기에 갈치낚시를 합법적으로 하려면 지도상에 표시된 수역으로 가야 한다.

빗금친 해역이 7월 갈치금어기에 합법적으로 낚시 가능한 수역이다
빗금친 해역이 7월 갈치금어기에 합법적으로 낚시 가능한 수역이다

이 지도를 보면 제주 남단 마라도 아래에 12해리 안에 있으면서 북위 33도 남쪽에 해당하는 빗금 수역이 바로 합법적으로 낚시꾼이 갈치낚싯배를 타고 갈치낚시를 할 수 있는 해역이다. 뭐 그렇게까지 해서 갈치를 잡아야 하나 하고 물으면 별 할 말이 없다. 뭐 취미로 해외낚시도 가는데 마라도 남단이라도 못 갈 거야 없다.  

 

두근두근 마라도 남방 낚시

 금어기에 갈치를 꼭 잡자고 마라도 남단으로 낚시가는 것은 아니다. 금어기가 아닐 때 남해나 제주 해역에서 낚시를 해 보면 낚싯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집어등을 단 휘황찬란한 배가 제주 북쪽 바다 전역에 뒤덮여 있어, 남아나는 갈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제주 전체에 갈치배만 360여 척이란다. 아무리 갈치가 많다 해도 집어가 제대로 될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고 배끼리 너무 촘촘히 붙어 있어 낚시 도중에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조황이 잘 나올 리가 없다. 결국 낚시도 한정된 자원을 인간끼리 경쟁해서 누가 많이 잡아먹느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여 그렇게 먹이 경쟁을 해왔다. 갈치낚시 역시 첨단화되었을뿐 낚시의 기본 원리는 대등소이하다. 

 서해 밥말리호에서 주꾸미 낚시를 하다가 옆자리 낚시꾼과 제주 갈치낚시 한 번 같이 갑시다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올해 이주원 대표((주)아이믹스정보기술)와는 두어번 같이 낚시를 다녔다. 같이 다녀보니 매사 정확하고 낚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한때 인생의 슬럼프를 낚시를 하면서 헤쳐나왔다고 한다. 이대표가 자신의 단골 낚싯배인 구룡호가 7월에 마라도 남단으로 낚시를 간다고 해서 그럼 함께 출조하자고 한달 전부터 예약을 해 놓았다. 그러나 장마가 한반도 전체를 뒤덮어 낚시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낚시 전날 기이하게도 해상 날씨도 좋아지고 비도 그쳤다.

낚시 삼매에 빠진 이주원 대표
낚시 삼매에 빠진 이주원 대표

 늘 그렇지만 낚시는 떠날 때가 가장 기분이 좋고 설렌다. 김포공항에서 이대표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고(비싸고 맛없다, 김포공항 식당들. 반성해라!) 비행기를 탄다. 공항에 가니 픽업을 나온다. 오늘 낚시객은 모두 4명. 우리 둘과 인천 낚시꾼 둘이다. 이들은 장인과 사위란다. 아버지와 아들 못지않게 장인과 사위 콤비도 환상적인 조합이다. 그 집 딸은 아버지가 잡아다 준 싱싱한 고기 먹다가 시집가서도 남편이 잡아온 싱싱한 고기를 먹게 되었으니, 어찌 환상이라 하지 않으리오. 

 하여간 선사는 손님이 적어서 아쉽겠지만, 낚시객 입장으로서는 황제 낚시나 다름없다.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몇몇 갈치낚싯배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마라도 남단 해역으로 나가는 배다. 오후 4시 30분경 출항. 좀 지나니 가파도가 보이고 곧 마라도가 보인다. 가파도는 평평한 섬이고, 마라도는 약간 높이가 있다. 이 해역은 원래 파도가 좀 거칠다. 겨울철 방어포인트이기도 한데, 이 해역이 거칠다보니 모슬포 사람에게서 가파도나 마라도 사람들이 돈을 꿔가면, ‘가파도(갚아도) 그만, 마라도(말아도) 그만’이라는 엣날 제주 속담이 생겼다. 오래전에도 아재개그를 하는 아재가 많이 살았다.

선상에서 바라본 가파도. 평평하다.
선상에서 바라본 가파도. 평평하다.
선상에서 바라본 마라도. 가파도보다는 언덕이 높다. 
선상에서 바라본 마라도. 가파도보다는 언덕이 높다. 

 낚시를 오래도록 했지만, 이번 낚시는 한국에서 하는 낚시로는 가장 남쪽 지점에서 하는 셈이다. 그만큼 마음의 기대치가 크다.

물반 고기반

 6시가 거의 다 되어 풍을 내린다. 여름 해가 기니 집어등에 불이 들어오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천천히 채비를 하고 저녁을 먹는다. 제주산 흑돼지 수육이 맛있게 삶아졌다. 천천히 먹어도 낚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건만 마음이 급해 모두 허겁지겁 먹고 자기 자리로 간다. 갈치낚시를 오면 마음부터 바쁘다. 바다에는 약간 백파가 있어도, 구룡호는 너비가 넓고 무게 중심이 좀더 아래에 있어 거의 요동이 없다. 갈치낚시에 최적화된 매우 편리한 배다. 봉돌을 쏘는 투척기(봉돌을 압축공기의 힘을 쏘는 장치)도 자리마다 설치되어 있다. 요즘 제주 갈치배들은 거의 투척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투척기가 있으면 무게 1킬로의 봉돌을 밤새 던지는 수고를 아낄 수가 있다. 갈치꾼들 중에는 류현진급 투척 실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동네 야구도 못해 본 꾼들도 있기에 투척 실력에 따라 조과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제 투척기를 사용하면 누구나 고교 선수급 투척 실력 정도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통영 출신인 구룡호 선장은 수심 30미터를 주라고 한다. 제주 채비는 바늘 하나가 2.5미터 간격이니, 목줄 길이가 25미터, 여기에 낚싯대 길이가 6미터, 그러니 수심 30미터를 주면 대충 35미터에서 60미터 사이에 먹음직스러운 꽁치 미끼를 단 바늘 10개가 떠있게 된다.

 8시가 되었을까. 선장이 수심을 20미터로 올리란다. 올리자마자 우당탕 초릿대에 입질이 온다. 밑으로만 얌전히 박히면 갈치. 위로 펴졌다가 내려갔다가 요동을 치면 고등어나 삼치나 줄삼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리니 팔뚝만한 고등어다. 고등어도 좋다. 환금을 해야 하는 어부는 싼 고등어보다는 비싼 갈치를 선호하지만, 집에서 먹는 낚시꾼은 고등어도 좋고 갈치도 좋다. 오징어나 한치도 환영. 만세기만 빼놓고 다 환영이다. 

 갈치 낚시꾼에게만 통하는 언어가 있다. 갈치꾼이 “생미끼에 반응이 좋다”고 할 때 "생미끼"가 그런 말이다. 갈치꾼들은 냉동 꽁치 미끼로 잡은 갈치나 고등어나 만세기를 ‘생미끼’라 통칭한다. 갈치채낚기는 냉동 꽁치를 기본으로 하되,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고등어, 만세기, 갈치 등의 생미끼로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여기서 효과란 고등어와 같은 잡어를 피하고 씨알이 좋은 4지 이상급 갈치를 잡는 것을 말한다.

첫수로 올린 갈치 4형제 
첫수로 올린 갈치 4형제 

 그렇게 고등어를 대여섯 마리 잡고 나니, 8시 30분경에 갈치 입질이 들어온다. 4마리다. 이때부터 피크 타임이다.  바늘 10개에 9마리가 달려 있는 경우도 딱 한 번 있다.그때부터 2벌 채비를 사용한다. 미숙하지만-누구나 처음에는 다 미숙하다-2벌 채비를 사용하면 바늘 10개가 늘 바다 속 입질 층에 머물게 할 수 있으므로, 집어에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조과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고등어나 삼치와 같은 잡어가 붙을 때 옆 사람과 줄이 엉킬 수 있다. 올린 줄에 잡어가 있는 경우 잡어가 돌아다니면 필히 엉킨다. 때문에 옆사람과의 호흡이 대단히 중요하게 보인다. 옆 사람이 올릴 때 기다렸다가 순차적으로 올리는 패턴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 낚시만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닌 게 바로 갈치 낚시다. 그러나 나도 그 정도 경지는 아직 아니다. 내가 잘못해서 옆의 조사와 엉킨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두벌 채비 땐 이걸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또 잡어가 물리면, 대기 바늘을 투척하지 말고 바로 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려서 배 바닥에 있는 사각 덮게를 사용하여 줄과 바늘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이게 상당한 요령이 필요하겠지만, 조금 노력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8시 반부터 시작된 입질이 12시 30분까지 정신없이 들어온다. 수심은 계속 20미터에 두었다. 하지만 모두 다 좋은 것은 없다. 씨알이 거의 3지급이다. 참 특이했다. 2지도 없고 4지도 거의 없고 모두 3지급. 뭐 충분히 먹을만한 크기다. 욕심내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다가 5지급 한 마리를 올린다. 한치도 함께 올라온다.

4지급 갈치와 한치를 동시에 올린 기자. 한치는 곧 바로 회로 먹었다.

기념촬영. 한치는 바로 회를 쳐서 먹는다. 한치는 살아있을 때 회나 물회가 최고다. 익혀 먹는 요리, 이를테면 볶음이나 숙회는 오히려 오징어가 더 맛있다. 통찜도 오징어가 더 맛있다. 맛이야 주관적이지만 대개 그렇게 말한다.

 1시 이후부터는 입질이 좀 뜸해서 고등어를 썰어서 미끼를 해보니 씨알이 큰 놈이 한두 마리 잡히긴 하는데, 목줄이 돈다. 아마도 고등어 미끼를 잘못 썰어서 그럴 거다. 목줄이 꼬이고 돌면 입질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어지간히 잡았다.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드문드문 갈치를 올린다.

 여름밤 갈치낚시를 하다보면, 삶이 참 치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등어란 놈은 평생을 쉬지 않고 헤엄치면서 먹이활동을 한다. 수면을 뒤덮는 고등어 떼의 헤엄 장면을 보면, 지구는 경이롭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름을 모르는 작은 새는 고등어 떼와 같이 출연하여 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약간 노란 빛을 띄는 병아리만한 그 새의 이름을 모른다. 수백 마리의 흰새가 등장할 때도 있다. 물론 그 새 이름도 모른다. 낚시꾼들은 갈매기 빼놓고는 새 이름을 잘 모른다.

 4시경 철수 준비를 한다. 많이 잡았다. 선장은 잠자지 않고 밤새 손님들 낚시 형편을 봐주었다. 사실 갈치배 선장은 배만 대놓고는 선실에서 잠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총 조과는 마리수로 말하지 않겠다. 고기무게만 25킬로 이상. 적어도 대여섯 집에서는 갓 잡은 제주 갈치를 먹게 되었다. 회와 구이와, 국과 조림으로. 

갈치회. 고소하다.
갈치회. 고소하다.
경상도식 갈칫국. 무와 고축가루를 넣는다.
경상도식 갈칫국. 무와 고춧가루를 넣는다.

 낚시는 변수가 많다. 그렇지만 7월 금어기 때 기필코 갈치를 잡겠다는 꾼은 모슬포 남단 수역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 지역은 아직 물반 고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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