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약속은 사회생활의 출발점이고 기초조건이다.

약속을 하여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상대방과 상호 교류와 소통을 위해 할애하는 것이다.

우리 말 중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 격언이 있다.

‘아인 만 아인 보르트(Ein Mann Ein Wort)’라는 독일 격언도 있다.

약속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러한 격언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꺼내지 말고, 사람이 한번 꺼낸 말은 구실과 핑계를 대지 말고 실천하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삶의 공동체인 사회는 그 구성원이 서로 약속을 지키는 토대하에서 유지되고 작동된다.

자신이 한 약속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계약은 법률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이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꼼꼼히 계약내용을 살펴보거나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한다는 것은 계약내용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인 계약을 성급히 체결하고 난 후에 조금 더 신중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말 중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 격언이 있다. ‘아인 만 아인 보르트(Ein Mann Ein Wort)’라는 독일 격언도 있다. 약속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러한 격언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꺼내지 말고, 사람이 한번 꺼낸 말은 구실과 핑계를 대지 말고 실천하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남명과 허교를 한 동주도 자신의 언행을 지키기 위해 현감을 사직하고 해인사로 출발하여 8월 한가위에 그곳에서 남명과의 약속을 실천하였다. 그야말로 조선 선비의 풍도(風道)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명의 시간약속에 관한 고사(古事)는 오늘날 식언(食言)과 거짓말, 약속의 파기를 다반사로 하는 탁한 시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약속의 준수와 언행일치(言行一致)는 신뢰사회의 원동력이다.

시간약속의 준수는 사회생활의 입장권에 해당하는 에티켓이며 기본적 상식에 속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지각을 일삼는 사람은 책임감이 없고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업무적 약속이건 업무외적인 약속이건 30분 전에 현장 부근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방문시간의 5분이나 10분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시간 역시 소중한 것이고,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시간약속에 늦는 사람들은 함께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위험성이 있다.

오늘날 복잡한 교통사정 등 불가피한 요인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나라마다 시간관과 문화적 특징에 따라 시간약속 관념이 철저한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약속시간이 정확한 나라의 대표적인 예가 독일과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인은 일반적으로 정확히 약속을 지키는 성실성과 충직함이 있다.

독일인과 비즈니스를 할 경우 정시에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아 더 이상 거래를 지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독일 사회는 사전 약속인 테르민(Termin)이 일반화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약속시간을 넘어서 나타나는 지각을 금기시 하는 사회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일본에서 지하철이 1분만 늦어도 연착방송이 나올 정도로 정확한 시간약속관념이 정착되어 있다.

독일과 일본 사회의 특징은 경제적 비즈니스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신뢰와 신용의 관점에서 시간약속의 중요성과 철저함이 몸에 배어 있는 국민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엄격한 예외가 독일 대학의 경우 학문적 15분(Academische Viertelstunde)이 통용되고 있다.

이 말은 대학은 비즈니스의 세계가 아니라 학문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15분 정도 시간이 늦는 것을 용인하는 문화적 전통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로스쿨 수업에 있어 정시에 끝내지 않고 15분 정도 늦게 끝내면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시간약속의 사례 중에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남명은 벼슬길에 한번도 나아가지 않은 처사임에도 국왕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올곧은 선비였다.

그는 경(敬)으로써 내면을 밝게하고, 의(義)로써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라는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의 철학으로 후학을 길러냈다.

이와 같이 학덕이 높은 실천적 유학자 남명은 경남의 합천과 산청에 기거하였지만 어린 시절 그의 부친이 한양에서 벼슬을 하여 서촌에 있는 장의동에서 성장하였다.

그때 사귄 평생의 친구로 남명선생 묘갈명을 쓴 대곡(大谷) 성운(成雲)이 있다. 때는 1557년이다.

당시 경상도 삼가현에 있던 57세의 남명은 성운이 속리산 부근에 은거하고 있다는 소식에 25년만에 그를 만나 학문과 인생을 논하기 위해 600리의 길을 친구를 만나러 갔다.

성운을 만나고 난 후 그의 소개로 보은현감으로 있던 동주(東洲) 성제원을 소개 받아 허교(許交)를 하고, 헤어질 때 다음에 만날 시간약속을 하였다.

성제원(成悌元)은 현감벼슬을 그만두고 그 다음해 8월 보름에 경남 합천의 해인사로 가서 남명과 만나겠다고 언약을 하였다.

그런데 남명은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 8월 한가위 3일 전부터 비가 많이 내렸고, 추석을 앞두고 있어 처와 아들 등 가족들이 해인사로 향하는 길이 걱정되고 위험하다고 만류하였다.

그러나 남명은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집을 출발하여 비로 인해 길이 막혔는데, 배를 타고 강을 건너 해인사에 도착하였다.

남명과 허교를 한 동주도 벼슬을 내려놓고 가겠다는 약속을 그저 이별의 아쉬움에 의례적 표현이라고 둘러대고 먼길을 떠나지 않을 법도 한데, 자신의 언행을 지키기 위해 현감을 사직하고 해인사로 출발하여 8월 한가위에 그곳에서 남명과의 약속을 실천하였다.

그야말로 조선 선비의 풍도(風道)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명의 시간약속에 관한 고사(古事)는 오늘날 식언(食言)과 거짓말, 약속의 파기를 다반사로 하는 탁한 시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 김용섭 박사 프로필

김용섭 박사
김용섭 박사

- 경희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 법제처 행정심판담당관
- 한국법제연구원 감사
- 법무법인 아람 구성원 변호사
- (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변호사
- (현) 국회 입법지원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 (현)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한국조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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