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k-pop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그 동안 어렵게 피땀흘려가며 쌓아왔던 한류의 명성을 한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엉망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대회를 겨우겨우 어르고 달래면서 끝까지 끌고 왔다.

물론 재앙에 가까운 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도 대회에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준비과정과 대처에 있어서 상식 이하의 모습들이 계속 드러내왔다.

준비하는데 있어서 촘촘한 계획수립과 이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예산도 계속 삭감되었다.

인력도 부족하여 단계별로 계속 점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되고 있다’라는 답변만 기계적으로 내뱉는 책임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대회 한 달 전, 일주일 전 현장에 준비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대회를 강행하는 모습 또한 나타났다.

대응과정에서는 어떤가?

기상 문제로 온열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현장의 조치 역시 미흡하였으며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 위생 관련한 시설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서 국격을 떨어뜨리는 지경이 되자 정부가 콘틴전시 플랜이라고 들고 나와서 지방정부나 교육기관에 사전 예고없이 막무가내로 잼버리 대원들을 밀어넣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입국하지도 않은 국가의 대원들을 배정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덕분에 해당 기관 혹은 대학의 구성원들은 음식과 숙소를 어려운 환경에서도 준비하였다가 그런 사람들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낙담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국민과 공무원, 기업의 희생이 강요되었다.

오늘 얘기할 부분은 잼버리 대회의 면면을 살펴보자는게 아니다.

이후에 벌어질 책임론에 대해 과연 사람들은 어떠한 대처를 하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을 예상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은 5명이었다.

처음에는 여성가족부장관과 김윤덕 국회의원 2인체제로 시작하였다가 올해 2월에 행정안전부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추가 선임하여 5인체제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전북도지사가 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맡음에 따라 6인이 실제로 이 행사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현재 가장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고, 현장에서 가장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람은 여가부장관이다.

현장 준비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점도 드러났고, 이후 현장에 갔을 때도 상대적으로 편한 시설에서 기거하였던 점도 드러났으며, 기자회견 때는 모든 일을 남에게 미루는 모습도 보여서 실제로 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사태의 해결을 누가 책임질까에 대해서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모두 예측대로 흘러가는 바는 아니기에 펭귄 무리의 의사결정을 살펴보며 각자 예측을 해보도록 하자.

펭귄들은 무리를 지어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펭귄이 생존을 위해 들어가야만 하는 바다에서는 펭귄을 주식으로 하는 바다표범 또한 펭귄을 노리고 있다.

이 때 무리를 위해서 펭귄이 해야 하는 일은 어느 누군가가 바다를 뛰어드는 것이다.

운 좋으면 그 펭귄이 신호를 보낼 거고 그 이후 모든 펭귄이 뛰어들어 마음껏 물고기를 잡게 된다.

그러면 펭귄 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을 해야 하나?

이를 수학적 모델로 풀고, 내쉬 균형을 통해서 설명하는 게임이론도 있긴 하겠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남들이 먼저 뛰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물론 다들 그런 심정으로 안 뛰어들게 되면 펭귄 집단 전체가 굶어야 하지만, 나라는 개인은 죽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보다는 남들 뛰어든 이후 안전함을 확인하고 뛰어들어 무임승차 (free loading)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과연 펭귄무리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대략 세 가지 현상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가 성격 급한 한 놈이 결국 뛰어든다고 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길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론 수학자들은 이 계산을 한다고 한다) 명확한 사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며 한 놈씩 뛰어들기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뛰어드는 펭귄 없이 꽤 장시간 서로 눈치보며 기다린다고 하니 미리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계속 버틴다고 보는 것이 맞다

둘째, 펭귄의 무리 규모가 제법 크면 모두 함께 물에 뛰어들 수도 있다.

펭귄이 100마리가 무리이면 적어도 바다표범이 한 마리를 사냥한다고 가정할 때, 내가 죽을 확률은 백분의 일이다. 따라서 펭귄이 수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확률을 믿고 다같이 뛰어드는 모습 또한 관찰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전쟁을 다룬 코미디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지만, ‘다같이 돌격’을 위칠 때 소리만 지르고 안 뛰거나 후방으로 뛰는 병사가 있듯이 펭귄 무리에서도 몇 놈은 의도적으로 아주 천천히 뛴다고 한다.

셋째, 인간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힘센 놈이 미는 전략을 취한다고도 한다.

무리에서 덩치도 크고 힘도 셀 것으로 보이는 놈이 약간 나약해 보이는 펭귄으로 다가가서 바다로 슬쩍 밀어넣기도 한다.

밀린 놈은 얼마나 황당하겠냐마는 그렇게 바다로 뛰어들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자원자가 생기기도 한다.

위의 상황은 진화게임이론에 나오는 상황들인데,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들, 특히 정당이나 정부 혹은 이익단체에서 서로 간 책임 공방시에도 유사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이번 잼버리 사태에 도입해 보자.

오늘 행사가 끝난 후에 누가 책임이 있느니 없느니 문제로 다양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위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특히 장관들은 서로 바다에 뛰어들지 않으려는 펭귄처럼 아마도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다.

두 번째 경우처럼 집단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되는데, 결국, 세 번째 경우처럼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서 물러나라는 얘기를 힘센 놈이 등을 밀어서 떨어뜨리듯이 집단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하지 않을까 싶다.

여가부장관의 며칠 전 기자회견을 생각해 보자.

어떤 기자가 '부산 엑스포 유치 차질'을 질문하자 "오히려 위기 대응능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대답을 하기 바로 전에 행안부 장관이 입을 가리고 직접 여가부장관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고 바로 여가부장관이 답을 한다.

물론 다른 얘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럴리는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될 만한 답을 하도록 가장 힘센 펭귄이 등을 민 것은 아닐까?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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