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요는 우리의 향토민요의 기반이 되는 노래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향토민요란 지역 공동체의 기층민들이 공동체 안에서 생활 속에서 축적된 감정 및 생각을 노래로 표출하여 오랜 세월 동안 전하여 온 것을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향토민요는 작곡자나 작사자가 없다. 이는 민요가 어느 일개인의 창작물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지고 많은 이들이 함께 다듬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향토민요는 성인들이 부르는 노래와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로 나눌 수도 있고, 성격에 따라 노동요(일노래)와 부요(婦謠), 참요(讖謠), 의식요(儀式謠), 놀이요 및 일반 흥민요로 구분할 수도 있다. 노동요는 일의 종류에 따라 농요(農謠), 어로요(漁撈謠), 임요(林謠), 잡역요(雜役謠) 및 의식 노동요(儀式勞動謠)로 나누어진다.

  향토민요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기반이 되는 노래는 노동요 중 농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사를 가장 중요시하던 농본 국가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무형 문화유산 중 가장 앞자리에 자리 잡아야 할 노래는 농요라고 생각한다. 

  농요는 주로 농사일과 휴식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으며, 새참이나 점심이 나올 무렵에 그리고 한 곳에서 일을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일하러 가는 길에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농요는 하루 일을 마무리할 때 함께 노래하며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그날의 피로를 함께 풀고, 다음날 이어지는 일에 활기를 불어넣어 재충전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것은 마치 젊은 병사들이 군영에서 함께 군가를 함께 부르며 행군하면서 전우애를 다지고 병사로서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농요는 직접적인 농사일과 관련된 노래와 농사일의 결실로 얻은 산출물을 그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작업할 때 부르는 길쌈노래, 제분요(製粉謠)를 말한다. 농요에는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모심고 귀가 길에 부르는 소리, 논매기소리, 장원질소리, 소모는소리(밭가는소리, 써래질소리), 논두렁 가래질소리, 거둠소리(收穫謠; 벼베는소리, 벼묶는소리,나부질소리,등짐소리,소마차끄는소리,말 되는소리)종자심는소리, 밭밟는소리, 밭떼는소리, 나물캐는소리,두렁개래질소리,물품는소리(맞도레질소리, 용두레질소리,무자위소리), 못뚝다짐소리, 작두소리, 길쌈노래(삼삼는소리,물레소리,베틀소리),제분요(製粉謠; 맷돌소리,절구방아소리,디딜방아소리,연자매소리) 등이 있어 참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농요는 지역 사람들의 애환과 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   

  우리나라는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나라는 아니지만, 산골짝마다 마을이 형성되어 마을마다 독특한 문화가 발전되어왔다.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듯이 마을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선율과 가사가 있는 농요가 발전되어 왔다. 농요 속에는 그 지역의 생활환경과 풍속, 그리고 사람들의 애환이 어려있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농요는 고대사 연구에도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의 ‘논매는 소리’의 가사를 살펴보자.

(선소리) 에라 농부야 내 말 들어라 천하지대본이 농사로다 / (뒷소리) 에 헤에에헤에 에 에헤에 헤에헤로다 오 호오 오 / (선소리) 노자 노자 젊어서 놀아 늙고 병들면 못 노나니 / (뒷소리) 에 헤에에헤에 에 에헤에 헤에헤로다 오 호오 오 / (선소리) 천 길 만 길에 뚝 떨어져 살아도 당신 버리고서 나는 못살겠네 / (뒷소리) 에 헤에에헤에 에 에헤에 헤에헤로다 오 호오 오 / (선소리) 살림의 살이는 할지말지 하는데 호박의 넝쿨 왜 요리 뻗나 / (뒷소리) 에 헤에에헤에 에 에헤에 헤에헤로다 오 호오 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녹아 들어가 있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고된 농사일을 잠시 잊어버리게 하는 농요는 이처럼 대부분 선소리(앞소리)꾼이 선창으로 소리를 멕이면,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받는소리로 함께 화답하여 노래하여 고된 농사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내게 한다. 우리 농요에는 기본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돕고 상생하는 두레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농요를 기반으로 창작 음악을 재창조하여 K-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해야 

  이젠 고전적인 농촌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전국이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에 가면 젊은이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농번기면 들을 수 있었던 구수한 농요 소리 또한 사라지고 있다. 60년대 초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농요가 발굴되고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어 다행히 전승 기반이 만들어졌으나 대다수 지역에서는 종목 지정에 필요한 연구조사가 미진하였고 전승자들의 전승 기반이 퇴화하고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종목 지정이 된 지역에서는 전승 기반이 만들어지기는 했어도 그나마 전승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적어 주로 노인들이 전승의 주체로 남아 있어 안타깝다. 이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을 대표하는 농요를 발굴하고 종목 지정하여 전승 기반을 만들어주고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박한 생각이다. 

  농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기층민들이 농경 생활 속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이기에 중독성이 강한 선율이 배어있는 노래이다. 그러므로 전국의 농요 중 음악적으로 우수한 농요를 발굴하여 이를 기반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감성과 소통할 수 있는 창작 음악을 재창조하여 K-pop의 레퍼토리를 다양화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얼마 전 작곡가 ‘오철’이 판소리 ‘춘향가’의 ‘쑥대머리’를 발라드 음악으로 편곡하여 소리꾼 박애리가 노래해 크게 히트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우리 농요에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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