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최근 정치영역과 일상적 SNS에서 사실에 반하는 거짓말과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정직은 최상의 정책(Honesty is best policy)”이라는 영국 속담은 거짓말이 탄로나면 그 사람의 도덕성과 순수성(Integrity)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정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진술하거나 은폐나 왜곡하여 진술하는 거짓말은 여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악의적 거짓말과 선의의 거짓말로 구분한다. 악의적 거짓말은 자기를 이롭게 하거나 타인을 해롭게 하는 의도적으로 사실에 반하는 말이다. 이러한 거짓말은 도덕적 비난과 함께 자칫 사기, 무고, 위증, 허위사실 명예훼손,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하여 선의의 거짓말은 타인을 보호하거나 난처한 상황에서 둘러대기 위한 것으로 타인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서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러한 거짓말도 그 자체로 타인에 대하여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자기기만(自己欺瞞)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어 도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정치인이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거짓말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쳐 거짓말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거짓말이 특정 개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인류 전체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칸트와 같은 원칙론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을 말해야 하고 거짓말을 말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도그마적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실제에 있어 그대로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구나 군사와 외교의 영역에서는 진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 못된다. 특히 전쟁이나 국가의 위기시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정확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략적 미스를 넘어 국가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칭병(稱病), 유머나 농담, 허튼소리, 정황의 과장은 거짓말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 중간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허구적 내용의 서사인 소설은 거짓말과는 다른 문학의 장르이다.

정치를 본업으로 하는 정치인이 권력지상주의적 가치관에 기반하여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거짓말로 선동을 하거나 본질을 호도하기도 한다. 정치인이 자신이나 진영에 이익을, 타인이나 공동체에 고통과 불편을 준 거짓말이 탄로나서 정계 은퇴한 사례도 있다. 1970년대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1980-90년대 독일의 야당(SPD) 당대표 비욘 엥 홀름(Björn Engholm)사건 등이 바로 단적인 예이다.

정치인은 거짓말과 진실의 중간 어딘가에 머무는 것이 통례이므로 항상 진실을 말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와 관련하여 선거과정의 공약은 진실과 거짓말의 중간지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입후보자가 당선만을 목표로 선거과정에 무리한 공약을 하면 곤란하다. 또한 유권자들은 선거공약을 그대로 믿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인 것으로 생각하고 투표하는 것도 문제이다. 국가의 재정 등을 감안하지 않고 선거로 당선된 공직자가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더 큰 공익을 해할 경우라면 공약의 불이행을 거짓말로 간주하여 도덕적으로 비난할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교의 공자, 맹자 및 주희 등의 유학의 계보에서 학문의 요체가 되는 곧음, 다시 말해 사욕이 없는 깨끗한 마음과 행위를 지칭하는 직(直)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자는 논어의 옹야편 제17장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은 정직이다. 직(直)이 없이도 살고 있다면 이는 요행이 죽음을 면한 것이다(子曰 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라고 하여 거짓의 삶은 비록 살고 있어도 가치와 의미가 없는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읽힌다. 맹자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직(直)을 통해 기른다고 하였다.

조선시대 직(直)사상을 대표하는 문신이면서 유학자로는 노론의 영수인 우암(尤庵) 송시열(1607-1689)을 들 수 있다. 그는 율곡 이이·사계 김장생·신독재 김집으로 이어지는 기호유학의 학맥과 정통성을 계승하였고 그의 스승인 사계, 신독재의 부자(父子)와 함께 문묘에 배향되었다. 이처럼 우암은 직(直)을 자신의 학문과 처신의 요체로 삼았고, 주자가 임종한 자리에서 직(直) 한 글자를 남기듯이 우암도 제자인 수암 권상하에게 직(直) 한글자를 유언으로 남겼다. 이처럼 우암의 직(直)사상은 그의 스승인 사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사계선생의 학문은 직 한글자에서 나왔고 일찍이 스승의 언행에 조금도 굽힘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정직은 최상의 정책이라는 서양의 격언과 동양 유학의 직(直)사상은 일맥상통한다. 거짓말이 확산되는 오늘날 정치인은 정직을 강조하는 유학의 직(直)사상을 실천하면서 이를 계승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김용섭 박사 프로필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경희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 법제처 행정심판담당관
- 한국법제연구원 감사
- 법무법인 아람 구성원 변호사
- (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변호사
- (현) 국회 입법지원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 (현)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한국조정학회 명예회장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