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호남의 서편제와 동편제만 있나

심상건 추모비
심상건 추모비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흔히 판소리는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진다고 알고 있다. 동편제의 창법은 우조(羽調)를 많이 쓰기 때문에 씩씩하고 웅장한 가락의 맛을 특징으로 그 소리가 웅건하고 청담하여 호령조가 많고, 발성의 시작이 아주 진중하며, 어느 구절의 끝마침을 쇠망치로 내려치듯이 똑 떨어지게 하는 기교 등이 일반적 특징이다. 서편제의 창법은 계면조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 소리가 유연하고 애절하여 웅건하고 감칠맛을 풍기는 가락이 특징으로 청담한 우조(羽調)를 많이 쓰는 동편제와 음악적으로 대조적이다. 

  동편제는 전라도 섬진강 잔수(전남 구례)의 동쪽 지역 명창들에 의해 완성되어 구례, 남원, 순창, 곡성, 고창 등지와 경상도 서남 지역에 전승되었고, 서편제는 전라도 호남 서남부 지역인 광주, 나주, 보성, 고창 등지에서 발달하여 판소리는 호남의 소리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엄연히 경기도 및 충청도에 전승되어온 중고제가 있다. 

한때 경기, 충청 지역의 중고제가 크게 발전해 

  중고제 판소리는 경기도 수원, 여주, 평택, 장호원, 안산 지역과, 충청남도 논산, 강경을 중심으로 한 금강 유역권과 서산, 해미의 내포 문화권에서 크게 발전하였다. 다만 근대화 이후 중고제 판소리가 원활히 계승되지 못하고 그 전통이 거의 단절되었기에 판소리가 호남의 소리라고 잘못 알게 된 것이다. 

  중고제는 동편제(東便制)나 서편제(西便制)가 아닌 그 중간에 해당하는 유파라는 뜻으로 경기도 남쪽 지방 및 충청도 지방에서 성행(盛行)한 유파이다. 정노식(鄭魯湜 : 1899년~1965년)의 『朝鮮唱劇史』에서 "중고제는 비동비서(非東非西)의 그 중간인데 비교적 동(東)에 가깝다"라고 하였다.

  경기도 여주 출신의 염계달(廉季達:조선 왕조 순조·헌종·철종 등 3대에 걸친 판소리 명창)과 충청도 강경 출신 김성옥(金成玉:조선시대의 순조 때 판소리 명창)의 법제를 표준으로 하여 전승된 중고제는 경기도와 충청도의 음악적 특징을 지닌 유파로서 소리의 상하성(上下聲)이 분명하고, 사설의 구성이 분명하며, 소리에 경드름이 진하고, 반음을 많이 쓰며, 음정은 단계적으로 치켜올려 감으로써 소리 끝은 동편제와 같이 매우 드높고 힘찬 것이 중고제의 음악적 특징으로 꼽힌다.

판소리 팔명창 중 경기 출신의 염계달, 모흥갑은 중고제 명창으로 날려 

  중고제 명창으로는 여주 출신의 염계달(廉季達), 평택 출신의 모흥갑(牟興甲 : 조선시대의 판소리 명창), 안산 출신의 이석순(李錫順), 수원 출신의 한송학(韓松鶴), 장호원 출신의 백점봉(白點奉), 서천 출신의 이동백(李東伯: 1867∼1949), 강경 출신의 김성옥(金成玉), 김정근(金定根), 김창룡(金昌龍), 공주 출신의 박상도(朴尙道), 김석창(金碩昌), 황호통(黃浩通), 당진 출신의 윤영석(尹永錫), 연기 출신의 백점택(白點澤), 서산 출신의 방만춘(方萬春), 심정순(沈正淳), 심화영(沈嬅英) 등 내로라하는 중고제 명창이 있었다.

중고제 명창 심상건과 심태진(1935년)
중고제 명창 심상건과 심태진(1935년)

  경기도 여주 출신의 염계달(廉季達)이 위대한 명창이라도 일컬어지는 것은 그가 김성옥(金成玉)과 더불어 중고제(中古制) 판소리의 시조로 꼽히며 판소리 팔명창(八名唱)의 하나로 그가 꼽히었다고 해서만 아니라 경기도 향토 민요 토리를 판소리화한 경드름을 창제하여 판소리에 도입함으로써 오늘날의 판소리명창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음악적 공로가 크기에 그런 것이다.

충북, 충남 지역에서 중고제 복원과 전승 노력 돋보여

  특히 서산 지역에서는 심정순(沈正淳: 1873~1937) 이후 심상건(1889~1965), 심화영(沈嬅英: 1913~2009)에 이르기까지 심씨 일가에서 중고제 판소리를 전승하였다. 인기 트로트 가수 심수봉은 심정순의 아들인 심재덕(沈載德:1899~1967)의 딸이다. 심재덕은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녔고, 한문을 잘했으며, 글도 잘하는 지식인이었으며 판소리·가야금·양금에 능했으며 이화여대에 출강하였다. 서산에서는 중고제 판소리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중고제 판소리 서산보존회가 설립되어 활동 중이다.

 비록 중고제의 전승이 단절되었다고는 하나 중고제의 시조 명창 염계달이 오랜 기간 독공(獨功)하였던 충북 음성에서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여 중고제 판소리 복원을 위한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중고제 명창 심정순 일가가 활동하였던 충남 서산에서 중고제 복원을 위한 학술회의 개최와 <서산 중고제 판소리 보존회>가 결성되어 노력하고 있으며, 충남문화재단에서 충남 공주에서 중고제 축제를 개최하여 중고제 판소리를 복원하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종달, 박성환, 조동언, 신정혜 등 판소리명창 등이 중고제 판소리를 복원하여 공연하고 있다니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중고제 복원을 위한 전통예술계의 노력에 충남과 충북 그리고 더 나아가서 경기도가 힘을 합쳐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면 중고제 판소리 전승 기반이 구축될 것이고 우리의 문화유산의 창고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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