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고품질 특수강 소재 경쟁력 저하, 한국업체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최근 중국의 제조업 및 부동산 경기침체, 실업률 등 위기로 인하여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각국의 경제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서 한 국가의 특별한 위기는 주변국가에게 ‘동조효과’를 통해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 동안 중요한 교역상대국이었던 중국의 위기는 분명 우리나라에 일정규모의 부정적 동조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국가간 산업간 상호관계에서는 ‘동조효과’는 물론 ‘대체효과’라는 것이 존재한다. 동조효과는 협력하는 산업간에 많이 나타나고 대체효과는 경쟁하는 산업간에 주로 나타난다.

필자는 대체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산업이 어떻게 유럽, 특히 독일 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현상으로부터 특별한 기회요인을 맞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픽=야후파이낸스]
[그래픽=야후파이낸스]

위의 그래프는 최근 1년여 간의 독일DAX지수와 일본TOPIX지수의 비교이다. 최근 3개월간 일본증시가 갑자기 독일증시를 급히 앞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이 그래프가 중요한가 하면, 우리나라에 앞서서 일본의 선행적 긍정적 대체효과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가 이렇게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엔저효과와 일본의 최근 분기 GDP성장률 전망치가 5%를 상회한다는 점, 워런버핏이라는 세계적 투자가가 투자를 급히 늘리고 있다는 사실 등이 보도되고 있다.

반면 독일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전망과 함께 유럽의 환자가 되었다라는 악평도 나오고 있다. 왜 일본경제는 러-우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에너지 가격, 국제금리도 높고 인접한 중국경제의 침체라는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필자가 제시하고 싶은 이유들은, 중복되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1)엔저현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사실 외에도 2) 미국주도의 제조업 공급망 재편에서 일본기업들의 역할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3) 일본 고기술 제조업의 상대적 원가가 급격히 낮아져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향상 기대감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특히 고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상대적 원가하락은 독일 제조업의 현 상황과 비교해보면 매우 분명하다. 독일이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자동차나 기계용 특수강 등 금속소재 산업의 예를 보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전력요금인데, 올해 하반기 독일의 산업용전력요금의 평균은 원화환산 킬로와트당 약 345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출처: Statista)

이는 원화환산 약 100원대 초반인 일본이나 한국 전력가격의 3배 이상에 달한다. 그런데, 독일이 현재 수출량 세계1위를 자랑하며 유명브랜드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 등의 핵심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알루미늄기반 경량합금의 예를 보면, 제조원가의 최고 40%가 전력요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전력비용 상승에 취약한 분야인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러시아산 PNG로 발전한 킬로와트당 원화기준 최저 50원대의 값싼 전력으로 생산하던 독일 특수강 소재업계는 높은 품질과 낮은 원가를 무기로 동 분야 세계고급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급경량특수강 소재시장에서 일본과 한국 등 경쟁국가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큰 변동 없이 킬로와트당 100원대 초반 원가로 경량합금을 생산하고 있는데 비해, 과거 40% 전력비용에 나머지 60% 기타비용으로 구성되었던 독일의 경량합금의 생산원가는 전력비용 40%의 3배인 120%와 기타비용 60%의 합인 18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었다. 약간 품질이 좋다 하더라도 두 배 가격으로 일본이나 한국산 대신 독일산 경량합금을 사줄 자동차회사는 거의 없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자율주행 ID 버즈 차량. [AFP=연합뉴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자율주행 ID 버즈 차량. [AFP=연합뉴스]

2020년 기준 세계 자동차용 특수강시장을 보면, 품질은 떨어지지만 물량기준으로는 중국이 1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독일은 9.7%, 일본은 7.8%, 우리나라는 2.8% 등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고품질 특수강소재 분야에서는 독일이 실질적 세계 1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지위를 갖고 있는 독일제품의 원가가 2배 상승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중국에 비해서 품질측면 대체가능성이 큰 일본과 한국제품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동차용 특수강 소재기업인 세아베스틸은 러-우전쟁으로 독일의 전력가격이 급등한 이후 이미 50% 이상의 수출증가율을 보고한 사례도 있고 주가도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독일이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물량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중국발 경기침체현상으로 전체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인한 부정적 동조효과에도 불구 이를 크게 능가하는 긍정적 대체효과가 우리나라 산업에 나타난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세계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의 0.5%만 더 뺏어오더라도 세아베스틸 같은 한국 개별기업의 수출성장율은 소위 기저효과로 인해 그 100배인 50%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조효과’로 인한 불경기로 10% 매출감소가 있더라도 ‘대체효과’로 60% 성장하면 순성장율은 50%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독일의 산업전력가격 상승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후퇴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인가, 또한 좁은 분야에만 한정된 현상인가의 여부도 궁금해진다. 필자는 적어도 5~10년 동안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범위도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는 독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정치, 사회, 환경운동 문제 등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내용을 연재하려고 한다. 많은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은 물론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기후변화 대응전략의 심각한 경제적 딜레마도 다룰 예정이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필자 약력

- 피크투자자문 대표
- 씨티글로벌증권홍콩 AP Equity Derivatives
- 삼성증권 자산운용팀,랩운용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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