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력가격 급등세 러의 가스 공급불안정 때문만은 아냐...
러-우 전쟁 6개월 전에 이미 가격 급등 현상 나타나
친환경 발전 의존이 화석연료발전 파산으로 연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유럽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은 전통적 발전소들을 파산시키고 있고 유럽 전체의 산업경쟁력을 급락시키고 있다.'

2020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영국은 성탄분위기에 연이어 또 하나의 국민적 축제가 열렸고, 언론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는 환경운동가들의 파티를 보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날 오후 영국은 단시간 동안이나마 100%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국가전체의 전력수요를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던 것이다.

그날 영국의 발전믹스 주요 수치들을 보면 풍력 50.7%, 바이오매스 21.2%, 태양광 12.5%, 수력 3.1% 등 이었다. 당연히 그 순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소들은 0% 가동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해냈다. 최초의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은 최초의 Net-Zero혁명도 이룬 국가가 되었다.' 등등 영국 국민들은 자긍심과 희망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그 전 해인 2019년에는 영국 내 태양광발전소들의 발전량이 충분히 증가하면서 태양광전력 공급단가가 0원까지 떨어지기도 하면서 이런 날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친환경전력으로 지구의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으며, 그것도 아주 낮은 전력가격은 덤으로 산업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더해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소들은 나라를 구하고 지구도 구하면서 산업경쟁력을 높여주고 서민들의 생활전력요금까지도 낮춰주는 ‘천사’ 같은 존재로 등극했다.

환호의 뒤안길에서는 과거 최초의 산업혁명을 지원했던 석탄화력,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소들이 ‘악마’로 몰리면서 쓸쓸한 퇴장을 준비해야만 하는 운명을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2021년 한 해만도 영국의 민간 화석연료 발전소들은 35개나 파산한 바 있다.

이렇게 영국으로서는 성취와 희망의 해였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이 시작되었는데, 영국 전력시장에서는 뜻밖의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그래픽 출처=ICIS (Independent Commodity Intelligence Services)]
[그래픽 출처=ICIS (Independent Commodity Intelligence Services)]

2021년 가을에 들어선 9월,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약하게 나마 전력가격의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유독 영국의 기저전력가격은 킬로와트당 원화환산 100원대 초중반에서 800원대를 넘어서며 6배 이상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유럽의 전력가격 급등세가 러-우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가스의 공급불안정으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언컨대 사실과 다르다.

러-우전쟁의 개전일은 2022년 2월 24일로서 이러한 영국의 전력가격 이상급등 현상이 최초로 나타난 시기보다 6개월 이상 뒤에 일어난 사건이다. 러-우전쟁 6개월 전에는 아무도 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독일도 아니고, 러시아로부터 가스공급을 거의 받지도 않았던 영국에서 일어난 이 현상을 러-우전쟁과 연관짓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일 것이다.

영국의 전력가격에 대한 주목할만한 한 예를 더 들자면, 전력사정이 나빴던 작년 2022년 겨울 영국의 테슬라 충전사업부는 킬로와트당 원화환산 최고 1,000원 이상을 부과하기도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현재 킬로와트당 200원 후반에서 300원 초반 정도의 전기차 충전비용이 부과되고 있다. 이 가격에는 순수전력가격 외에 충전시설 운영비용 등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면 “영국에서 왜 이렇게?”라는 질문의 답에 대해 이미 필자는 앞의 내용들에서 단서를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영국의 태양광, 풍력발전소들이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석탄, 가스, 원자력 등 기저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들의 전력판매 기회를 빼앗았다.

이는 가동시간 감소에 직면한 화석연료 기저전력발전소들의 전력판매 단위당 고정비를 급증시켰고, 자연스럽게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민간 발전회사들의 파산이 시작되면서 기저전력 공급용량 급감현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바람이 풍부한 시간이 끝나고 대체전력이 필요한 시간이 온 시점, 부족한 공급에 직면한 영국전력시장에서는 가격만이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경제학의 고전적 기본이론은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재화나 용역은 가격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전력시장은 대표적으로 이런 속성을 갖는 시장이다.

이전 회에서 다루었던 독일은 영국에 뒤이어 세계 2위의 친환경발전설비 비율을 달성한 국가로서 2022년, 역시 영국에 뒤이어 전력가격 급등현상이 시작된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2022년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우전쟁이 시작되고 러시아가스의 공급마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결국 독일은 영국을 능가하는 최고의 전력가격을 자랑(?)하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필자가 독일이 아닌 영국전력시장을 다룬 이유는 독일전력시장의 가격급등현상이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 되었기 때문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속담처럼 주요원인을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미 병들어가던 독일 화석연료 발전부문에 마지막 치명타를 가한 것뿐이었다. 다음 회차들에서는 이 현상이 어떻게 장기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추가설명과 프랑스마저 어떻게 특이한 이유로 유럽전력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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