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부패 상상초월,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들 몫

 

부패하기로 유명한 중국 의료계 사정 총 책임자로 나선 취샤오리 기율감찰위 위건위 주재 기율검사감찰조장.[사진=런민르바오]
부패하기로 유명한 중국 의료계 사정 총 책임자로 나선 취샤오리 기율감찰위 위건위 주재 기율검사감찰조장.[사진=런민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의 부패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악명 높다고 아예 단언해도 좋다. 특히 의료계 부패는 완전 상상을 초월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의 병원이나 의사들이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엄청난 뒷돈을 챙기면서 환자들에게 폭탄 진료비를 안기는 것이 거의 상식으로 통했다고 해도 좋다.

사례를 들어봐야 상황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중년 이후의 남녀들이 많이 고생하는 심근경색이라는 질환에 생명수라고 해도 좋을 스탠트 가격을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원가가 별로 비싸지 않다. 하나의 가격이 100 위안(元. 1만8600 원) 전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제약회사에서 출고된 이후 유통을 거치면서 엄청나게 뻥튀기가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려고 할 때는 몇 만 위안까지 치솟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기본적으로 의료 관계자들이 비리에 깊숙하게 개입,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ㆍ

하지만 앞으로는 이 상황이 엄청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한 사정 당국이 의료계 부패에 칼을 들이대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 책임자가 반부패 여걸로 손꼽히는 취샤오리(曲孝麗. 60) 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이하 기율감찰위)의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주재 기율검사감찰조장이므로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

당국이 작심하고 추진하게 될 의료계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과 사정 작업을 최소한 수년 동안은 진두지휘할 취 조장은 산둥(山東)성 창이(昌邑)시 출신으로 1985년 톈진(天津)사범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사회에 나온 이후 쌓은 젊은 시절의 스펙은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1996년까지 톈진 41중학교의 교사로 일한 것이다. 최종 직위는 교감이었다.

이처럼 초창기에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취 조장의 운명이 바뀌는 계기는 1996년 10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톈진시 허시(河西)구 서기로 전격 발탁되면서 찾아오게 된다. 이후 톈진시 허시구 상무위원이 되더니 2006년 부서기에까지 오른다. 이어 2011년에는 시로 근무지를 옮겨 민정국 부국장에 취임한 다음 국장을 거쳐 훙차오(紅橋)구 서기로 영전하게도 된다. 48세의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에 한국으로 따지면 구청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2년 후에는 드디어 산시(山西)성 부성장으로 취임하면서 성부급(省部級. 장차관) 고위 관료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취 조장이 반부패 여걸로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계기는 2021년 1월 찾아온다. 근무지를 허난(河南)성으로 옮겨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감찰위원회 주임 자리에서 성내의 사정 작업을 총지휘하게 된 것이다.

실적은 엄청났다. 2022년 한해에만 3만2000여 건의 부패 사건을 조사해 정계 및 금융계, 국유기업 관계자 3만6000명을 처벌하는 성과를 올렸다. 공무원 340명은 취 조장의 서슬에 자신들의 비리를 자진 신고하기도 했다. 취임사에서 “반부패에 대해 엄격하고 실질적인 행동을 견지하겠다. 대중이 감독에 참여토록 해 성취감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한 공약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의료, 보건 분야를 총괄하는 위건위의 사정 책임자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활약 덕분이 아니었나 보인다.

취 조장이 발탁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이 우선 ‘위건위 지도부 조정, 반부패 여걸 베이징 입성’ 제하 등의 기사를 통해 열렬한 환영의 입장을 피력했다. 의료계 부패 탓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고생해온 일반 민중들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취 조장이 자신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주셴차오(酒仙橋)의 개업의 천젠민(陳健敏) 씨의 고백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인들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미국을 제외할 경우 세계적으로 너무 과도하기 이를 데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병원과 의료인들의 책임이 크다. 현장이 부패하지 않으면 이렇게 의료비가 많이 들 까닭이 없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반성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도적인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취 조장은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반부패 척결에 앞장 선 여걸로 유명하다. 기대가 크다.”

취 조장이 허난성 등에서 올린 그동안 실적으로 볼 때 천 씨의 기대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취 조장의 능력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취 조장의 의지도 강력하다. 당국이 자신을 임명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면 그렇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중국 사정 당국에 의해 낙마한 공립병원 원장과 서기는 총 184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0명의 무려 2.7배에 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뒷돈을 받은 의사들이 처벌받은 경우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최근 산시성 시안(西安)시 소재 제1병원 의사 두 명이 제약업체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장면을 실은 영상이 온라인 매체에 의해 공개된 것은 이로 보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이들은 구속되는 횡액을 치렀다. 앞으로는 취 조장의 등장으로 이런 케이스가 부지기수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항간에는 오래 전부터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 병원 가기가 어렵고 병원비는 비싸다).”라는 말이 유행해오고 있다. 어쨌거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말이 불후의 진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지속적 증가로 이제는 맹목적으로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게 된 중국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체제 유지에 결코 좋을 까닭이 없다. 중국 당국이 황급히 올해 들어 의료계 사정에 적극 나선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취 조장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향후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도 없다. 중국 전역의 의료계 관계자들이 지금 벌벌 떨고 있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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