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전 문제 심각, 전력생산 급감에 영국 독일까지 전력난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 원전 확대 결정에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 고성장 기대

프랑스 원전 기업 오라노(ORANO)가 라아그(La Hague)에서 운영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내부 수조 전경[사진=파리/연합뉴스]
프랑스 원전 기업 오라노(ORANO)가 라아그(La Hague)에서 운영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내부 수조 전경[사진=파리/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앞서 다루었던 독일과 영국이 세계최고의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덕이 매우 컸다. 프랑스는 국가 전체 전력발전의 70% 정도를 원자력발전으로 조달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원전국가이다.

2022년 현재 56개의 발전용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어서 미국 93개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미국의 원전비중은 전체 전력발전용량의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 비중으로는 압도적 세계 1위이다.

풍부하고 안정적인 기저전력으로 인접한 독일과 영국이 불안정한 전력사정에 직면할 시에는 즉각적으로 부족분을 메워줌으로써 당해 국가들의 전력가격 급등을 막아왔던 것이다.

많은 독자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용량의 간헐성(intermittency)이 문제이다. 전력수요와 무관하게 전력생산량은 임의적으로 변화한다. 이 문제 때문에 실제수요와 공급간의 간격을 메워줄 수 있는 소위 ‘기저전력’이라고 하는 가동율 안정성 높은 보완적 발전소들이 필수이다.

높은 간헐성이 단점인 풍력, 태양광이라는 신재생 에너지발전소들이 독일과 영국에서 안심하고 보급된 것은 이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프랑스 원전들이 독일과 영국의 전력망에 접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 원전이라는 믿을만한 예비전력이 있었기에 신뢰성이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대규모로 건립되고 운영되면서도 전력가격의 기습적 급등현상이라는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독일, 프랑스, 영국이라는 유럽의 3대 경제강국 전력인프라의 대들보 같았던 프랑스 원전들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한다. 고온의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에서 예상치 못한 금이 가거나 부식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이 가고 부식된 원자로에서 위험한 방사능유출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공포스런 상식이다. 원전운영사인 프랑스 EDF는 원자로 붕괴를 막기 위해 내부온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핵분열 속도를 늦췄고 이는 해당 원자로 발전출력이 평균 40% 이상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작년부터 프랑스는 전력수출량이 급감했고 전력 순수입국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원자로 결함은 1980년대 설치가 시작된 프랑스 2세대 원전들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고 프랑스 전체 원전의 절반 이상인 30기 이상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공포스런 결함의 근본적 원인은 의도한 원자로 설계수명에 못 미치는 부실한 원자로의 제작공정 또는 재질의 원천적 불량 등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독자기술로 제작한 이 원자로들은 가동 이후 30년 남짓의 단기간에 내구성의 한계를 보인 사례도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나라 원전에 사용되는 원자로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기술적 기반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것들로서 동 국가들에서 최대 80년 이상 현장내구성이 증명된 제품들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원자로들도 현장에서 40년 이상에 이르는 실제 가동시간 동안 심각한 균열이나 부식 등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전들은 건설가격이 프랑스 것들의 절반도 안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자로의 교체이다. 일반 건축물 균열의 해결책도 결국 재시공 밖에는 없는 것과 유사하게 원자로도 교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해결책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결책 실행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전력망의 허리 또는 대들보가 와해된 상태가 5년이나 10년, 또는 그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 동안 전력비용이 중요한 원가요소인 독일, 영국, 프랑스 기업들은 신재생 발전소들의 간헐적 전력공급 하에 상상을 넘어서 급등하곤 하는 전력가격을 지불하면서 미국이나 아시아 경쟁기업들과 경쟁하며 버텨야 한다.

그렇게 하느니 사업을 중단하거나 전체 생산시설을 완전 이전하려고 할 수도 있다. 서유럽 가정들도 부담스런 전기요금으로 소비여력이 위축될 것은 뻔하다. 이는 서유럽경제 전체를 장기적 침체로 이끌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러한 프랑스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국가들이 있다. 바로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이다.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신규 원전을 건설함에 있어서 ESG 등 이슈를 내세우는 시민사회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 예를 들어, 폴란드도 독일과 접경한 국가이기 때문에 독일기업들에게 고수익 기저전력 판매가 가능할 수도 있다. 또는, 아예 낮은 전력비용을 제시, 영국이나 프랑스 기업들의 사업장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그 동안 러시아 Rosatom의 구형원전을 소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는 NATO 회원국들로서 안보이슈로 인해 더 이상 국가전력 인프라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달, 자국 최초의 원전을 Westing House와 계약하면서 일단 미국을 일차적 원전기술 도입국가로 선정했다. 이는 비용측면보다는 전략적 기준에 기반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 기준에 충실해야 하는 추가 원전건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한전KPS의 설계와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제작하는 원전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가 자국 산업화에 소요되는 전력공급은 물론, 프랑스를 대체하는 독일향 기저전력 공급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인프라라는 무기를 확보하는 순간 유럽의 생산기지 또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 등을 통해 경제적 급부상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또한 자연스런 결론으로서 서방 진영에서 최상위권인 우리나라 전력인프라 기업들이 고성장 사업기회를 확보할 것도 믿는다. 서유럽 선진국들의 지나친 ESG편향과 정치구도 때문에 효율적 국가전력인프라 보완은 향후 최대 2050년까지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추가적 배경설명과 여타 에너지산업과의 연관성 등은 이어지는 기사들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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