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수고 덜어줄 만큼 외부 공개 개인정보 많아...

중국판 모사드의 수장인 천이신 국가안전부 부장. 군대와 경찰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다.[사진제공=런민르바오]
중국판 모사드의 수장인 천이신 국가안전부 부장. 군대와 경찰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다.[사진제공=런민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현대전은 정보전이라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쟁에서 지면 그 어떤 강대국이라 해도 엄청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체 국면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보게도 된다.

이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최근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 하마스에게 선제공격을 당하면서 농락당한 사례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정보기관의 강화에 국력을 경주하다시피 하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중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국 못지않게 정보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대폭 강화된 반간첩죄를 지난 7월 개정, 전격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국무원의 국가안전부라는 부처가 있다. 미국의 CIA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 국가안전부의 수장은 보통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인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진짜 그랬다. 스펙을 비롯한 개인 신상이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현직인 천이신(陳一新. 64) 부장은 다르다. 외부에 공개된 자료가 상당히 많다.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인식하는 미국조차 의아해 할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CIA의 수고를 많이 덜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출신으로 문화대혁명(문혁) 당시 농촌으로 하방된 이른바 지청(知靑. 지식청년)으로 유명하다. 제대로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10대 후반 시절에 문혁이 종료된 탓에 대학에 진학할 수는 있었다. 진학한 곳은 고향 인근에 소재한 3년제 리수이(麗水)시사범전문학교로 전공은 물리학이었다.

1981년 졸업과 동시에 모교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서기가 돼 3년 동안 일한 그는 곧 인근의 리수이시로 전근, 판공실 부주임까지 지냈다. 이어 33세 때인 1992년에는 저장성 성도(省都항)인 저우(杭州)시로 이동해 무려 11년 동안이나 일했다. 최종 직위는 판공청 부주임이었다. 직급이 낮지는 않았으나 스펙이 아주 평범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2003년 성 부비서장이 된 이후부터는 무서울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저장성 진화(金華)시와 원저우시 서기를 거쳐 2015년에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으로까지 승진한 것이다. 진화, 원저우시에 근무할 때는 현지의 군까지 지휘했다. 2016년 일거에 후베이(湖北)성 부서기를 거쳐 우한(武漢)시 서기, 현지 경비구(警備區. 군대와 경찰을 합친 조직)의 제1서기가 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저장성에서 성장과 서기로 일하던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탓이 아니었나 보인다.

이후 그는 중앙정법위원회 위원과 비서장을 지낸 다음 2022년 10월 205명이 정원인 중앙위원회 위원이 됐다. 당정 권력 서열이 205위 내에 들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올해 3월 경찰 최고 계급인 총경감 직함까지 가지고 국가안전부장에 취임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그는 직책이 부장이나 정보기관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게감은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한때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그가 미국이 주목할 정도로 거물이 된 이유는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실함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관영 언론이 그의 주변 인사들의 평을 종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청 시절부터 대단히 유명했다고 한다.

기본인 행정에 더해 군대와 경찰 경험까지 두루 보유한 스펙도 거론해야 한다. 국무원 부장들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정치 평론가 장웨이(張衛) 씨는 “군대와 경찰 경험을 모두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당정 최고 지도부가 작심하고 키워준 시 주석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된 것은 이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면서 그의 스펙을 높이 평가했다.

저장성에서 근무할 때 맺은 시 주석과의 절묘한 인연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고 해야 한다. 시 주석의 눈에 한 번 찍히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세한다는 공식이 관가(官家)에 통하는 것은 확실히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당연히 그에게는 약점도 있다. 치열한 정보 전쟁의 현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우선 꼽아야 한다. 정말 치명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너무 ‘예스맨’이 아닌가 하는 주위의 시선,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그로서는 뼈아프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불후의 진리를 감안할 경우 그의 앞날은 밝다고 해도 괜찮다. 더구나 중국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치열한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간첩법을 강화해 실시하는 것은 진짜 괜한 게 아니다. 그의 위상이 국무원 부장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보인다. 분위기로 볼 때 실적이나 성과도 많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임기가 끝나는 2028년 3월까지 향후 3년 5개월여 동안 중국판 CIA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무난히 잘 해낼 경우 그는 더 큰 자리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로 볼 때는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국가부주석 정도의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은 높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