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인터뷰를 하는 셰펑 주미 대사. 외교부 내 최고의 미국통으로 손꼽힌다[사진=CCTV 화면 캡처]
15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인터뷰를 하는 셰펑 주미 대사. 외교부 내 최고의 미국통으로 손꼽힌다[사진=CCTV 화면 캡처]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지금 중국은 미국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2018년 상반기 이후 무려 6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미국이 디커플링(Decoupling. 공급망 배제)이라는 단어로 순화시키고 있기는 하나 자국을 넘어서는 G1이 되려는 중국의 야심을 어떻게든 저지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거세게 가하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지지 않고 맞받아치고는 있으나 분명 버거운 싸움이라고 해야 한다. 아직도 질적으로는 한참 차이가 나는 양국의 국력을 살펴보면 분명 그렇다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14억 명의 인구와 핵탄두 5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당한 대국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달려들면 미국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불후의 진리를 생각한다면 중국이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당할 것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곤란하다. 실제로도 중국에는 미국통들이 미국 내 중국통들보다 훨씬 많다. 외교 전선에서 분투하는 외교부 내에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5월 부부장으로 있다 적(?)의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워싱턴에 부임한 셰펑(謝鋒. 59) 주미 대사가 아닌가 보인다. 외교부 내 최고 권위의 미국통으로 꼽힌다.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시 출신인 그는 아마도 어릴 때부터 미국통 외교관이 되려고 작정했던 것 같다. 외교관 양성소로 유명한 외교학원으로 대학 진학을 한 것은 이 사실을 잘 증명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그는 대학을 마친 직후인 1986년 바로 외교부에 입부, 어릴 때의 꿈을 일단 실현했다. 이어 주몰타공화국 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을 마치고 돌아온 1993년 미국을 주로 담당하는 북미대양주사(사司는 국에 해당)으로 이동, 7년 동안이나 근무하면서 미국통으로서의 경쟁력까지 키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2000년 주미 대사관에 부임해 참사관으로 3년 동안 일했다. 귀국 후에는 또 다시 북미대양주사로 복귀, 부사장(부국장)까지 지낸다. 2008년 주미 대사관 공사로 나간 것은 이 스펙으로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2년 동안의 공사 임기를 마치고 귀국 후 북미대양주사 사장이 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 대사를 거쳐 외교부의 홍콩특별행정구 특파원(대사에 해당)을 역임하는 다소 의외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고 미국통 외교관인 그를 외교부에서 가만히 놓아둘 까닭이 없었다. 2년 동안 외교부 부부장을 지내게 한 다음 바로 주미 대사로 보낸 것이다. 사실상 총성 없는 전장의 최전선으로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출세가 남보다 훨씬 빠르지는 않았다. 올해 7월 비리로 인해 낙마한 친강(秦剛. 56) 전 외교부장이 그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장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외교부 내에서는 유명하다.

우선 뚝심이 대단하다. 이는 지난해 말 주미 대사로 있다 전격 발탁된 친 전 부장이 자신보다 외교부 입부 2년 후배임에도 내색하지 않고 잘 보필한 사실만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외교부 사정에 정통한 시사평론가 류궈푸(劉國福)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도 한국처럼은 아니라 해도 위계질서가 꽤나 강하다. 기업이나 기관을 막론하고 후배가 바로 위의 상관으로 승진을 하면 보통 버티기가 쉽지 않다. 관가에서는 용퇴하는 경우도 있다. 셰 대사도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그러나 그는 용퇴하는 대신 몸을 숙이는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주미 대사로 발탁됐다.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보인다.”

전임인 친 대사가 이른바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의 선봉장을 자임하면서 미국에 날을 세운 것과는 달리 온화한 성품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고개를 숙이는 예스맨만은 아니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15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그가 미국이 성의를 보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온화한 성품에 딱 어울리는 합리적인 스타일 역시 그의 장점으로 봐야 한다. 오래 전부터 외교부 내의 젊은 직원들이 하나 같이 그의 밑에서 일하는 것을 원했다는 것은 이로 보면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연히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예컨대 술을 거의 하지 못한다거나 별로 사교적이지 않은 것은 누구와도 잘 어울려야 할 숙명의 외교관으로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능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다고 해야 한다. 전임인 친 대사와 달리 큰 잘못 없이 무난히 임기를 채울 경우 더 큰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봐도 좋다. 게다가 앞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욱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은퇴하지 않은 채 외교 캐리어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외교부장 자리가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눈에 든다면 충분히 내년 정도에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외교부 내의 가장 선임인 마자오쉬(馬朝旭. 60) 부부장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설사 외교부장 자리가 마오 부부장에게 가더라도 비슷한 비중의 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도 노려볼 수 있다. 이 경우 왕이(王毅. 70)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은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가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가능하게 만들 미국통인 그의 등장으로 다시 급격히 젊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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