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3.5% 성장, 용은 커녕 미꾸라지로 전락할 판
홍콩의 경쟁력 상실은 기정사실

한때는 극강의 경쟁력을 보유한 홍콩 경제가 최근 침체 국면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홍콩인들의 입에서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한때는 극강의 경쟁력을 보유한 홍콩 경제가 최근 침체 국면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홍콩인들의 입에서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홍콩 경제는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에서 경쟁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단언해도 좋다. 인구가 8배 가까이 많은 한국이 부끄러워해야 할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세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전의 명성이 무색하게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지리멸렬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용이 아니라 이무기, 심지어 미꾸라지가 됐다고 해도 크게 무리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는 기업들의 도산 열풍을 목도하게 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홍콩인들의 입에서 , 옛날이여!”라는 한탄에 절로 나온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과거의 영광이 월광에 물든 전설이 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홍콩 경제가 이상 징후를 보인다는 사실은 지난해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중화권 경제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최근 전언을 종합하면 전년 대비 무려 3.5%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여파로 -6.5% 성장한 202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해를 건너 뛰고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다면 경제 규모가 완전히 정체됐거나 꽤 축소됐다고 해야 한다. 향후 전망이 상당히 절망적이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13분기에 전년 대비 각각 2.9%, 1.5%, 4.1% 성장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지난해 워낙 죽을 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역시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파산이 일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이 직면한 상황 역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과거 목도하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짊어진 총 부채 규모 하나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GDP(국내총생산)140%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보다도 대략 15%P 전후 높다. 상당수가 좀비 기업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베이징 출신의 홍콩의 재야 경제학자 펑멍룽(馮夢榮) 씨가 현재 영업 이익으로 부채도 갚지 못해 허덕이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에 이른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라고 단정할 만큼 실제로도 디폴트(채무 불이행) 같은 최악 상황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홍콩 경제가 이처럼 과거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는 많다. 우선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중 관계의 악화를 꼽아야 한다. 미국이 쾌도난마처럼 휘두르는 대중 압박 조치들이 강요한 유탄들을 제대로 맞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의해 야기된 부정적 국제 정세의 악영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글로벌 소비 시장의 위축, 최근 더욱 맹위를 떨치는 킹달러 현상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끝없이 터져 나오는 악재들을 한꺼번에 마주하면서 휘청거리게 됐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홍콩 인근의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선전(深圳)시 등을 키워주는 전략 역시 거론해야 한다. 홍콩의 경쟁력이 흔들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런 부정적 요인들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홍콩 경제를 더 집요하게 괴롭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앞으로 홍콩 경제가 광저우와 선전시에게 질적으로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전망이 홍콩인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시간이 갈수록 심화돼가는 홍콩의 중국화에 절망한 홍콩인들의 이민 열풍이 향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은 확실히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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