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 수준이지만 정찰·감시 분야 '압도적 우월'이 '상대적 우월'로 전환

 지난 21일 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TV가 23일 공개했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김정은 위원장(왼쪽)과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TV가 23일 공개했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김정은 위원장(왼쪽)과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 북한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안착시켰다. 미국은 22일 그것에 공식번호 58400, 식별번호 2023-179A를 부여해 지구 궤도를 회전하는 위성으로 공식 인정했다.

물론 이번 북의 정찰위성은 초보적 수준이다. 미국과 우리가 보유한 능력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유의미한 성능을 가질 때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58400 2023-179A는 남북 군사력 관계에 새로운 분수령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마주해야 한다.

첫째, 그동안 정찰·감시 분야에서 우리가 누렸던 ‘압도적 우월’이 ‘상대적 우월’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소련 붕괴 이후 지금까지 거의 장님에 가까웠던 북한이 감시능력을 가진 것은 우리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다.

한 때 군사적 눈·귀를 북한에 제공했다 거두었던 소련이 러시아로 바뀐 푸틴 시대에 다시 눈·귀를 열어주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성이 정찰을 넘어 조기경보, 도청, 항법 등 실질적 첩보위성으로 언제 어떻게 진전되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둘째, 금년 내 정찰위성 성공을 장담했던 김정은이 당분간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첩보위성으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김정은의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굳히는 데, 그의 권력 상징조작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두 번에 걸쳐 실패한 탓에 김주애를 대동조차 못하고 이번 발사를 지켜보았던 김정은, 자축 행사를 김주애와 함께 거하게 열고 있다. 전국을 돌며 ‘군사대국 김정은 시대’ 열기(熱氣)를 지펴갈 것이다.

북한은 정찰위성으로 한반도는 물론 괌과 하와이 미군기지까지 들여다본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군사적으로 정말로 의미가 있을 정도였다면, 지금까지의 김정은 행태를 고려할 때 공개하지 않을 리 없다.

자칭 ‘전술핵공격잠수함’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탄)을 잠수함에서 사출할 능력을 갖추었다면, 김정은이 직접 잠수함을 몰고 나가거나 혹은 육안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그 성능을 과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진수에 그쳤고 자찬에 모든 나발통을 열었다.

원래 한 국가가 신무기나 전략무기를 개발할 경우, 그 성능을 감추거나 다 밝히지 않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뭔가 갖출 때마다 그 재원 소개를 넘어 오히려 더 과장해 선전해왔다. 대내외 과시, 협상 압박, 판매 홍보 등이 이유일 것이다.

셋째, 북한 도발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유엔안보리의 현주소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추가적인 대북제재 논의조차 없다. 북한의 기존 제재 위반에 구속력 있는 대응도 없다. 이와 관련한 한·러 및 한·중 대화는 막혔고, 영국과 프랑스의 무게감은 느낄 수 없다. 유엔사무총장의 대북 비난 성명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다.

넷째, 미국도 별 대응이 없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 엄중 대응하겠다는 성명이 빠짐없이 나오지만 말빨이 통하지 않는다. 대북제재 명단에 몇 명, 몇 기관을 추가하고, 해킹과 가상화폐 탈취에 맞서지만 북한은 눈 하나 꿈쩍 않는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핵 폭격기를 포함한 최첨단 전투기의 한반도 진입도 마찬가지다. 김일성,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이런 미군의 전개를 그냥 ‘쇼’로 받아들인다.

미국이 선제공격할 수 없다는 진실을 이들은 진즉 파악하고 있다. 위험성을 과장하고 침략성으로 호도하여 대미 비난, 핵 무력 건설과 도발, 주민 단합과 독재권력 틀어쥐기에 이용할 뿐이다.

북의 무력 증강과 도발을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종국적으로 대중국 연합태세 강화와 무기 판매에 활용하는 미국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군사적 대미 의존이 더 심화되고 있다.

11월 15일 1년 만에 바이든과 시진핑이 만났다. 우리에게는 절박한 북핵 문제는 두 사람 대화에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다섯째, 우리만 대응했고 한반도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북의 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면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저촉한 것이다. ‘도발에는 반드시 응징’을 원칙으로 세운 윤석열 정부, 22일 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공중 감시·정찰을 복원하기로 했다. 김정은 이에 23일 9.19 합의 전면 파기로 맞섰다.

문제는 더 고착화되는 한반도 분단과 그 속에서 시간을 벌면서 자유롭게 행보하는 김정은이다. 경제력이 50배가 넘는 우리가 북한과 1대1의 평행선을 달리는 현실이다.

ㅜ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10월 1일 국군의 날, 전방 부대를 시찰하면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1초도 지체 말고 응사를 지시한 윤 대통령이다. 도발 자체를 억제하고, 안보태세를 확실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북한이 초보적 정찰위성 하나를 가졌다면, 우리는 최신의 군사첩보위성을 경제력이 허용하는 한 많이 자체 보유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자문(自問)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추구해야 할 현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 최악의 독재정권 김정은 체제와의 ‘적대적 공존’이 우리의 국가이익인가? 미국과 일본의 현실적 국가이익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한·미·일 공통의 미래이익으로 이끌 것인가?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