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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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며칠 전의 일이다.

의사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부부 중 부인되는 여에스더라는 분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허위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었다.

여에스더가 만들었다고 하고 홈쇼핑에서 판매하면 거의 모든 제품이 완판되는지라 연 매출만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이끌고 있으니 그 고발이 진실된 내용인지 아니면 그 사람을 폄훼하기 위한 일종의 명예훼손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실, 여에스더와 홍혜걸 부부가 유명해진 건 방송에 자주 나와서 자신들의 일들을 타고난 입담으로 재미있게 풀면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그들의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침방송과 케이블 방송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일이 많다.

거의 유사한 포맷으로 진행되는데 요새 걱정이 많은 연예인 패널, 그리고 거의 죽을 병에 걸렸다가 살아난 사람들의 일과와 건강을 위해 신경쓰며 먹는 음식, 의사 패널들의 음식에 대한 극찬 등이 기본 내용으로 반드시 들어간다.

여기서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뇌에 탁 들어와서 박히는 것은 ‘의사’라는 타이틀과 ‘건강기능식품 혹은 음식’이다.

의사라는 ‘후광’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이 소개하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이미 병을 치료해 주는 ‘약’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여에스더부부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름이면 더욱 좋지만, 어느 이름모를 의사와 약사로도 효과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하얀 가운 하나로 충분하다.

누가 속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얼마 전 보도된 사기꾼 기사를 보면 충분히 속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LH투자자문관, 의사, 부동산 전문가 등 수시로 직업을 바꿔가며 200억원을 뜯어낸 사기범 서씨는 일본 게이오대 최연소 교수이자 정신과를 전공했다고 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학회,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칼럼 기고까지 했다고 했으나 실은 동대문에서 옷을 만드는 일을 했던 사람이라고 밝혀졌다.

속았던 사람 중에는 전문가, 그리고 공직자들도 있다 하니, 그들과 대중들이 속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흰색 의사 가운’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제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그 권위에 복종하고자 할 수도 있다는 것은 밀그램의 실험 이후 오랫동안의 주제 아닌가?

우리는 그 사람이 너무도 알려진 사람이라는 후광효과(Halo Effect)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문가’임을 연상할 수 있는 상징을 이용해 고객을 유혹하는 행위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영양제를 선택할 때, 유명한 약사 유튜버가 영양제를 비교하는 영상을 보고 구매하곤 한다.

그러니, 아침방송에서도 유튜브에서도, 그리고 TV 광고에서도 너도나도 의사들과 약사들의 추천이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고, 우리는 여기에 기꺼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전문가가 숫자까지 제시한다면? 그냥 그걸로 게임 끝이다.

우리는 ‘숫자’를 신성불가침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주관적인 수치, 애매모호한 수치, 호도하기 좋은 수치는 그냥 악마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5년 후 암 생존률은 7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우리나라의 암 치료 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전국민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나라다.

따라서 조기에 암을 발견할 경우 5년 후 생존율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높은 5년 후 암 생존률의 비결은 훌륭한 수술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기 검진을 하도록 만드는 국가 시스템의 우위 때문이기도 하다.

상당히 긍정적인 예를 들었지만 이렇게 하나의 현상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원인을 다각도로 짚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예를 건강기능식품의 과다광고 형태로 들여다 보자.

“이 제품을 복용한 사람들의 50% 이상이 체중 감량 효과를 봤습니다.”라는 멘트를 어떤 의사가 나와서 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대부분이 “오 그래?’ 이거 한번 먹어봐야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멘트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의문점이 숨어져 있다.

진짜로 이 제품을 복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고 하더라도 복용한 사람들이 몇 명인지, 그리고 그 수는 통계적으로 충분한 모수인지, 복용한 사람들의 환경 조건이 동일했는지, 어느 정도 무게를 감량이라고 보는 건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몇 Kg를 뺀 건지, 현재 체중에서 상대적으로 몇 %가 빠진 건지), 전체 중 50%라는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등 숫자가 들어간 문장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가 고려할 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광효과와 결합한 숫자의 힘은 비교할 바 없이 강해서 나도 모르게 주문을 하게 된다.

우리같은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은 전문가가 나오고 숫자가 나올 떄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고, 안타깝지만 국가기관이 그런 행위를 잘 없애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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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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