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와 연계된 가석방 불허 무기징역형은 형사사법 정책 관점에서 사회안전 고려한 대응책이 될 수 없어...

【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I. 머리말

사형은 인간존재의 근원이 되는 생명 그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가장 중한 형벌의 일종이다. 이러한 사형의 집행은 형벌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에 의한 ‘합법살인’ 또는 ‘제도살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사형수는 다모클레스(Damokles)의 칼처럼 하루하루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흉악범죄자 스스로가 자초한 범죄에 대한 책임과 대가이므로 그 자체가 사형제도 존치가 갖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엠네스티 등 각종 NGO단체들이 각국의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70퍼센트의 국가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형 미집행 국가 중에 미국, 일본, 싱가포르와 대만 등은 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엔총회는 2007년 12월 18일 결의를 통해 사형집행을 계속하는 국가에 대하여 사형집행을 받은 자의 수를 감소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향해 사형집행의 일시적 정지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2016년 12월 19일 유엔총회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모든 국가에 대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사형집행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유엔총회의 일련의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사형집행을 인도적 측면에서 잠정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한 나라의 형벌제도로서 사형의 존치여부는 범죄에 걸맞는 책임과 형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를 사형집행한 이래 2023년 6월 기준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올 연말 기준 30년을 넘겨 수감 중인 사형수도 있다. 극형(極刑)의 일종인 사형이 형법 등 각종 법률상의 제도로 존치하고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집행하지 않는 집행부전(Vollzugsdefizit)의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II. 사형제도 찬성론과 폐지론

1. 양측 주장의 대립

사형제도 찬성론과 사형제도 폐지론의 문제가 형사사법정책의 문제라면, 사형제도가 위헌인가 합헌인가의 문제는 헌법적 쟁점에 속한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사형제도 찬성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사형제도 폐지론과 사형제도 찬성론이 나름대로 논거를 갖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은 기본적으로 사형제도가 갖고 있는 비인도적 측면과 오판가능성, 세계적인 추세를 강조하는 반면,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국민감정, 사형의 형벌로서의 위하력과 범죄억제 효과, 응보적인 정의, 피해자 감정의 해소, 흉악범죄자의 재범가능성의 원천제거 등을 논거로 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론은 그동안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어온 사회적 논쟁에 속한다. 필자는 사형제도의 찬성론 내지 존치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사형제도 폐지 위헌론의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2. 사형제 폐지론의 오판가능성과 이에 대한 반론

사형제 폐지론 중에 오판가능성과 이로 인한 불가역성의 문제점 지적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재판은 사람이 형사재판절차의 특성상 잘못하여 범인이 아닌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과학수사에 따라 사법 시스템이 오작동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잡한 현실에서 절차를 통한 정당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하여 신속한 재판을 도모하여야 하는 형사재판에 있어 오판의 가능성으로 인해 삼심제와 재심제도 등을 마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이나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오판가능성을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적절히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오판가능성의 문제는 1970년대 말 한국사회를 떠들썩 하게 한 사형수 오휘웅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는 정당한 우려에 해당한다. 그러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장주의와 엄격한 증거법칙의 채용, 수사절차와 공판절차에 있어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대책없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보다는 공정하고 적정한 수사절차와 재판절차의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가일층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3. 사형제 찬성론의 논거

가.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 사적 해결로 인한 사회불안

사형제의 찬성 논거 중의 하나는 고도의 흉악범에 대하여 형법상 규정하고 있는 사형이라는 형벌을 부과하거나 집행하지 못하게 되면, 피해자의 복수심리를 국가의 형벌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복수(復讐)는 연기된 보복이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복의 내용이 증폭되기도 하고 감소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적인 제재를 통한 피해자의 복수심의 해소는 사회적 불안과 또 다른 새로운 범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 흉악범죄에 대한 억지력

사형에 고유의 범죄억지력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비록 사형의 범죄 억지력을 과학적,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하더라도 사형은 다른 형벌과 비교하여 특수성이 있다. 사형제도의 존치는 실제적 집행여부는 차치하고 그것이 집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의 규범의식의 유지에 유용하게 작용하여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잠재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사형제도가 법대로 집행되어 자신의 생명이 단절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은 잠재적인 흉악범죄자들이 범죄행위로 나아가는 것을 단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자신의 소중한 생명이 국가로부터 박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범죄를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 응보적 정의 실현

형벌의 목적은 응보적 정의를 달성하는데 있다. 국가가 인간이기를 거부한 흉악한 범죄자에 대하여 온정주의에 따라 관대한 처벌을 하게 되면 사법적 정의가 무너지는 결과가 된다. 이와 같은 응보적 정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Auge um Auge, Zahn um Zahn)’와 같은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형은 종종 가장 끔찍한 범죄에 대한 적절한 형벌로 간주되어 피해자 유족의 피해감정을 위무하고 범죄자에 대한 적법절차를 통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억울하게 사망에 이르게 된 피해자에게 도덕적 질서의 균형을 회복하고,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에 따라 가해자도 상응하는 업보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라. 흉악범죄자 사회복귀의 원천 차단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흉악한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분리하여 재범가능성을 완전히 절연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사형에 대체하여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형에 대체하여 절대적 종신형의 성격을 띠는 무기징역형으로 변환되어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으로 될 경우 그 자체가 또 다시 위헌론의 공방으로 전환되어 국제규범상 종신형에 있어서 특별감형제도 창설 요청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흉악범죄자가 다시 교도소를 걸어나와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과 위험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III. 사형제와 헌법적 쟁점- 사형제의 위헌논의

1. 2차례 합헌결정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관하여 그동안 2차례의 합헌결정을 내렸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 28일 형법 제250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아니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밝히면서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불법적 효과로서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형은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우리의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는 2010년 2월 25일 형법 제41조 등 위헌제청사건에서 “사형은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추궁이 미흡하고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시하면서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로서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는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합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2. 헌법상 사형 관련 규정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에서는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처벌에는 징역, 금고 등과 함께 사형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렇다면 반대해석상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면 형사처벌의 일종인 사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아울러 우리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을 단심으로 할 수 있으나, 그 조항 단서에서 “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문으로 사형제도를 상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법률에 의하여 사형이 형벌로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의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도 단심으로 할 수 없고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우리 헌법은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적절히 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은 사형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고 헌법상 처벌의 일종으로서 사형제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형법 등에 규정된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사형을 일괄적으로 형벌의 종류에서 제외하려면 헌법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3. 독일과 일본의 사례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GG) 제102조에서 “사형은 폐지되었다 (Die Todesstrafe ist abgeschafft)”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도 기본법 제102조를 개정할 수 있는지, 즉 사형제도를 다시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항상 열려있다.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상 우려를 도외시 한다면 독일의 기본법 제146조에 입각한 완전히 새로운 헌법에서 사형제도의 부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독일의 다수 국민이 사형제도의 부활을 원하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형제 폐지 관련 국제규약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헌법 제36조가 잔학한 형벌을 절대로 금지하는 취지이고, 형법상 사형제를 두고 있는 규정은 헌법 제13조의 생명권 침해로 헌법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위헌주장과 관련한 사형제 위헌여부와 관련된 판결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1948년 3월 12일, 1955년 4월 6일 그리고 1983년 7월 8일 3차례 사형제도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법무대신에 의하여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우에는 100명이 넘는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일본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983년 7일 8일 사형의 적용기준과 관련하여 “법행의 죄질, 동기, 태양 특히 살해의 수단방법의 집요성·잔학성, 결과의 중대성 특히 살해된 피해자의 수, 유족의 피해감정, 사회적 영향, 범인의 연령, 전과, 범행 후의 정상 등 제반정상을 함께 고찰하였을 때 그 죄책이 지극히 중하여 죄형의 균형의 견지에서도, 일반예방의 견지에서도 극형이 어쩔수 없는 경우에는 사형의 선택도 허용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도 사형제를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여러 주에서 사형이 최근까지 집행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사형제도에 관하여는 각국이 처한 범죄의 실정과 국민의 법감정, 각국의 문화수준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도의 흉악범과 같은 천인공노할 범죄자의 경우에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므로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극형으로 대처하는 것을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형을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일본과 다른 점이다.

4. 사형제 폐지에 앞서 헌법개정의 필요성

헌법재판소에 2019년 2월에 형법 제41조와 제250조에 대한 위헌소원이 제기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에 관한 공개변론도 마친 상태여서 3번째로 사형제 위헌소원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오늘날 흉악범이 난무하고 있어 사형제도가 갖고 있는 국가의 형사사법정책적 관점과 국민의 사형제도 찬성의 압도적 우위 등과 함께 국제사회의 사형폐지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에 의한 형법 제41조, 제250조 등 사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문제와 사형제도의 폐지여부의 법정책적 타당성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 헌법이 사형제도를 전제로 하여 헌법 제12조와 제110조 제4항에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사형제도는 헌법상 제도로 법률로써 이를 폐지할 수 없는 일종의 헌법상 제도보장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려면 우리 헌법상 사형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삭제함과 아울러 독일 기본법과 같이 사형은 폐지되었다고 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헌법개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형제도의 폐지론은 그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할 것이다.

IV. 결론과 보론(補論)

1.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일종으로 사형(死刑)을 명문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국민여론만 보더라도 사형제도 폐지론 보다는 찬성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극형의 일종인 사형이 집행으로 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국가가 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면 사형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흉악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위하력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흉악범죄에 대한 응보적 정의와 형벌과 책임의 비례성에 기초하여 소중한 생명을 파괴한 범죄자에 대하여 국가에 의한 사법절차를 통하여 생명의 박탈을 염두에 둔 사형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가석방이 허용될 수 없는 무기징역형제도 신설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사형제도의 폐지는 허용될 수 없다.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와 이에 관한 헌법개정이 있기 전까지 국가는 가장 강력한 형벌인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범죄를 억지하는 위하력을 확보하여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2. 최근 우리 사회에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각종 범죄가 흉포화 되고 있다. 이러한 흉악범죄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윤석열 정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제도의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성안하여 2023년 10월 31일 국회에 제출하였다.

사회 일각에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제도를 마련하게 된다면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형이 사실상 집행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흉악범이 늘고 있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을 마련하는 것은 형사사법 정책의 관점에서 사회안전을 고려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시행되더라도 사형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지 사후적 입법평가를 한 후에 사형제도의 폐지여부를 신중히 논의하여도 늦지 않다고 할 것이다.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사형제도가 폐지를 전제로 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이 형벌로 존속하게 될 경우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에 따라 종신형에 대하여 새롭게 특별 감형절차제도를 창설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형제가 폐지되고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제도로 대체하게 되면 흉악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확보하는데 있어 형사사법정책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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