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목적대로 피해자 권리구제와 제품 안전에 대한 의식 제고로 기업경쟁력 강화해야...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잊을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다.

얼마 전에도 유명 트롯가수의 아내가 몰던 승용차가 택시를 들이받고 인근 식당으로 돌진하여 10여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여 차량 급발진이냐 운전자 실수냐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어난 적이 있다.

차량 급발진 사고는 자주 발생하여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이도현군(당시 12세) 관련 민사소송도 진행중이고, 일명 ‘제조물책임법 개정’ 일명, '도현이법' 제정도 논의되고 있다.

그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제조물책임 관련한 사건들이 많았다. 대량 소비사회에서 제조물 책임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제공하곤 한다.

자동차 급발진 사건 이외에도, 베트남전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 사건, oo전자 텔레비전 폭발 사건, HIV오염 혈액제제 사건, 담배 사건, 비료 암모니아 사건, 계란 엔로플록사신 검출 사건 등 사건이 기억난다.

법원은 텔레비전 폭발 사건, 베트남전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 사건, 비료 암모니아 사건, 계란 엔로플록사신 검출 사건 등 제조물책임을 인정한 경우도 있으나, 자동차 급발진사고, 담배 사건 등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에 가장 주목을 끈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사건이었다. 수많은 피해자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처음으로 제조물 책임이 인정되었다(중앙, 2023.11.10. 보도).

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 제조업자등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을 2002. 7. 1. 도입하였다.

제조물 책임이 인정되는 결함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가 “제조상의 결함”이다. 이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oo전자 텔레비전 사건, 제약사 혈액제 사건에서 책임이 인정되었다.

둘째,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代替設計)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베트남전 고엽제 사건에서는 책임이 인정되었고, 자동차 급발진 사건, 담배사건등에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셋째,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이다.

비료 암모니아 사건, 동물의약품(닭) 사건에서는 책임이 인정된 반면, 담배사건, 항공사 스태빌레이터 사건 등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제조물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즉 제조물의 결함, 손해의 발생 그리고 양자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면 인정된다. 그리고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3배 이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영하여 2018. 4. 19. 법 개정시 결함 추정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모두 증명하면 결함을 추정한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한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특정한 사유가 있다고 입증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기도 한다. 첫째, 제조물 미공급, 둘째, 개발이익의 항변, 법령상 기준 준수,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지시 등 사유이다.

‘개발이익의 항변’이란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제조물책임법이 그 입법 목적대로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제품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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