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부동산 시장 부진에 대외수요 둔화로 투자와 수출도 부진' 부정적
그러나 '생산 견조한 증가세, 소비도 개선, 내수 중심 경기 회복세' 긍정적 진단도

중국의 한 매체에 실린 만평.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중국 경제당국 역시 이처럼 올해 경제를 희망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중국의 한 매체에 실린 만평.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중국 경제당국 역시 이처럼 올해 경제를 희망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한때 기적의 성장세를 지속해왔던 중국 경제는 요즘 상당히 힘들다고 단언해도 좋다. 아니 심각하다고 봐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중국의 평범한 장삼이사들도 200% 공감한다고 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 몇 년 잘 놀고먹어도 큰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정도의 재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진짜 살아가기 힘든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도 요즘 실물 경제의 현장인 대도시의 시장이나 마트, 식당들의 풍경을 살펴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식당의 경우 웬만한 핫 플레이스가 아닐 경우 텅텅 빈 끔찍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에 대해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쓰퉁차오(四通橋)에서 중대형 마트와 꽤 소문난 식당을 운영하는 나름의 재력가 쑹자하오(宋佳昊) 사장은 “지금 시중에 돈이 정말 안 돈다. 나도 상당히 괴롭다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떨 때는 럭셔리 방만 무려 10개인 식당의 고객이 한두 팀 정도에 불과할 경우도 있다. 마트는 그래도 조금 낫다. 매출이 한참 좋았을 때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적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있다. 정말 미치겠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시쳇말로 미증유(未曾有)의 역대급 불황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하기야 전국에 월 2000 위안(元. 36만6000원) 미만의 수입을 올리는 중국인이 무려 9억64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감안한다면 쑹 사장의 푸념도 이해가 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갑자기 타계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중국에 월 1000위안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무려 6억 명에 이른다.”고 술회한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이런 현실임에도 중국 경제 당국은 상황을 크게 비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5% 전후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목표도 이렇게 내걸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180도 다르다. 유명 싱크탱크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이 중국이 아직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5%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아예 단언하는 케이스도 없지 않다.

한국은행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당국이 목표로 제시할 5% 전후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4%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4일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베이징사무소를 통해 이날 공개한 ‘2024년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크게 보면 부동산 경기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은 우선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에 대해 “부동산 시장이 부진하고 대외수요 둔화로 투자와 수출도 부진했다. 그러나 생산이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소비도 개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은 보였다.”면서 약간은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가 경기 순환적이고 구조적 요인과 맞물린 부동산 시장 부진, 경제 주체들의 신뢰 부족과 가속화되는 고령화 등 여러 중, 단기적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하면서 올해 경기 전망을 비교적 어둡게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통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수출입 부진 등으로 경제 회복세는 예상보다 상당히 더디게 나타났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3.0%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전년도의 기저효과 덕분에 당국의 목표치인 5% 안팎의 성장률은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대외 여건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저효과마저 사라짐에 따라 올해는 진짜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4.6%로 야박하게 전망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IBRD)은 각각 4.7%, 4.4%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중국 투자은행들이 평균적으로 5% 안팎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한국은행은 중국 정부가 외부의 이런 부정적 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 통화 정책을 기반으로 내수 확대와 기술 혁신, 구조 개혁 등 전방위적인 정책 운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정책적 지원이 인프라와 제조업 투자 확대로 이어져 성장 둔화 흐름이 다소 완충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5% 전후 성장은 다소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 경제가 올해에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말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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