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성음의 특징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김수연 명창과 송원조 고수
김수연 명창과 송원조 고수

그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목 성음과 변화를 가진 판소리

  세계 어느 나라의 성악도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다양한 음색에 의한 목 성음과 목 성음의 변화를 가진 성악은 없을 것이다. 판소리는 서양 성악처럼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등으로 명칭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목 성음에 의한 여러 명칭이 있다. 이 명칭들을 성음의 고저, 음색, 목 성음의 변화에 의한 구분이다.

  박헌봉은 그가 저술한 창악대강(唱樂大綱)에서 판소리의 목 성음의 고저를 일곱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평성(平聲)’은 보통소리, ‘상성(上聲)’은 윗소리, ‘중상성(重上聲)’은 상성의 배음(倍音), ‘최상성(最上聲)’은 ‘중상성’의 배음(倍音), ‘최하성(最下聲)’은 ‘중하성’의 배음(倍音), ‘하성(下聲)’은 아랫소리, ‘중하성(重下聲)’은 ‘하성’의 배음(倍音), 이렇게 일곱 가지 소리는 ‘평성’으로부터 위로 삼성(三聲), 아래로 삼성(三聲), 합하여 칠성(七聲)으로 구분한다.

  음색에 의한 목 성음은 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는 소리를 ‘통성(桶聲)’이라 하고, 쇠망치와 같이 견강(堅强)하고 딱딱한 소리를 ‘철성(鐵聲)’, 쉰 목소리와 같이 껄껄하게 나오는 소리를 ‘수리성’, 아주 가늘게 미약하고도 분명히 나는 소리를 ‘세성(細聲)(살세성)’, 목에서 구부려 나오는 소리를 ‘항성(亢聲)’, 코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비성(鼻聲)’, 깨어진 징 소리같이 부서져 나오는 변화된 소리를 ‘파성(破聲)’, 떨리며 나오는 변화된 소리를 ‘발발성(轉聲)’, 튀어나오는 소리, 즉 천연적인 명창의 성음을 ‘천구성(天口聲)’, 상 중 하 성음을 어긋남이 없이 상하청(上下淸)을 맞게 하는 소리를 ‘화성(和聲)’, 귀신의 울음소리같이 사람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신비한 소리를 ‘귀곡성(鬼哭聲)’, 목청을 좌우로 젖혀가면서 힘차게 내는 소리를 ‘아귀성(餓鬼聲)’이라 한다. 

‘감는목’, ‘노랑목’, ‘방울목’ 등 성음의 변화에만도 35가지가 넘어 

  목 성음(聲音)의 변화에 의한 분류를 살펴보면 소리에 공력이 없어 많이 쓰이지 않는 성음. 즉 목이 트이지 않은 성음을 ‘생목’, 목 안에서 내며 불분명하게 목 밖으로 발하지 않는 성음을 ‘속목’, 피상적으로 싱겁게 쓰는 성음을 ‘겉목’, 목소리를 느직하게 스르르 푸는 성음을 ‘푸는목’, 서서히 몰아들이는 성음을 ‘감는목’, 소리의 어떤 요점(要點)에 맛이 있게 찍어내는 소리를 ‘찍는목’, 소리를 하다가 어느 경우에 맺어서 꼭 잘라 떼는 성음을 ‘떼는목’, 느린 목소리를 차차 빨리 돌려 차근차근 몰아들이는 성음을 ‘마는목’, 소리를 댕기다가 다시 놓아 밀어주는 성음을 ‘미는목’, 궁글궁글 구을려 내는 성음을 ‘방울목’, 텁텁하고 얼붙어서 별 조화(造化)를 내지 못하는 성음을 ‘떡목’, 너무나 교묘하게 지나쳐 넘치게 쓰는 성음을 ‘노랑목’, 아주 깔깔하게 말라버린 성음을 ‘마른목’, 소리가 굴곡이 없이 아주 뻣뻣하게 멋이 없이 나오는 성음을 ‘굳은목’, 예민하고 날카롭게 맺어 끊는 성음을 ‘끊는목’, 삽푼삽푼 아주 멋있게 엮어내는 성음을 ‘엮는목’, 떼지 않고 달아서 붙으며 하는 성음을 ‘다는목’, 소리를 하다가 모가 있게 깎아 내는 성음을 ‘깍는목’, 상성(上聲)은 없고 언제나 하탁성(下濁聲)으로만 내는 성음을 ‘눅은목’,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언제나 상성으로만 쓰는 성음을 ‘된목’, 평범하게 소리를 하다가 쥐어짜서 맛있게 내는 성음을 ‘짜는목’, 최상성을 내어 높이 찔러내는 성음을 ‘찌른목’, 아래로 깊이 파서 들어가는 성음을 ‘파는목’, 소리를 무덕무덕 널어서 흩는 성음을 ‘흩는목’, 아주 넓게 범위를 넓혀 부르는 성음을 ‘넓은목’, 뽄이 있고 원만하게 내는 성음을 ‘둥근목’, 숨길이 짧아 길게 뽑지 못하는 성음을 ‘짧은목’, 자유로이 숨결을 길게 할 수 있는 성음을 ‘긴목’, 장단 한배에 맞지 않게 늘어지게 하는 성음을 ‘느린목’, 목소리를 맺어 떼려고 바싹 조아들이는 성음을 ‘조으는목’, 소리를 쭉쭉 뻗어 널어놓는 성음을 ‘너는목’, 차근차근 주워 담는 성음을 ‘줍는목’, 소리를 평성으로 하다가 위로 튀어나오는 성음을 ‘튀는목’, 평탄하게 나가다가 휘잡아 뽑아 올리는 성음을 ‘뽑스린목’, 흥이 날 때 혼자서 맛있게 한번 구을러 내어보는 성음을 ‘군목’, 소리를 바로 하여 나가다가 한번 엎치어보는 성음을 ‘엎는목’, 평범한 소리로 하던 것을 옆으로 젖히기도 하고 또는 엎어진 소리를 바루어 들이키는 성음을 ‘젖힌목’이라고 한다.

기산풍속도 판소리
기산풍속도 판소리

 풍자와 해학으로 권선징악의 교화를 희곡화하여 악곡으로 구성한 판소리

  어떠한가? 놀랍지 않은가? 어느 나라의 성악에서 이렇게 다양한 음색에 의한 목 성음과 목 성음의 변화를 가진 성악이 있을 것인가? 게다가 판소리는 그 사설 속에 우리의 역사, 문화, 사회, 종교적인 모든 요소를 품고 있으며, 풍자와 해학으로 권선징악의 교화를 희곡화하여 악곡으로 구성해 놓고 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당당히 등재될 수 있는 것은 결코 놀라울 일이 아니며,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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