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 본격 발동 시작점
'북한주민의 민심이반' 우려

북한 조선중앙TV는 15일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며 그동안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샛별-9형' 공격형 무인기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북한 조선중앙TV는 15일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며 그동안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샛별-9형' 공격형 무인기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김정은의 ‘민족 거부·전쟁 협박’이 연일 거칠어지고 있다. 신년사를 대신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2023.12.31)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라면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데 이어, 1월 8·9일 군수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 우리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한다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 위협했다.

김정은이 ‘민족 거부·전쟁 협박’으로 대항하는 주원인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인권정책에 있을 수 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최악의 인권 및 최악의 독재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의 민심이반이기 때문이다.

동독을 포함해 모든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의 변혁이 주민들의 밑으로부터의 요구에 기인했음을 유럽에 유학했던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그만큼 남쪽으로부터, 경제력이 50배가 넘는 대한민국으로부터의 영향에 의한 주민 동요를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필자가 주장하는, 희망하는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란 전략적 목표 아래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는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한다. 1차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 주민에 다가가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어 그들 스스로 체제의 개혁·개방은 물론이고 핵무기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깨달아 북핵 폐기를 요구하고, 자유·민주·인권·복지로 향한 통일로 전진하는, 북한 변화 전 과정의 시작 기치(旗幟)를 북한 인권문제 제기로 보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윤 대통령의 “북한 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건 국가 안보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 “북한 주민들도 가능한 한 (자신들의) 실상을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자유와 인권이 없는 야만 국가라는 점이 드러나면 국제사회가 남북 중에 어디를 지지하겠느냐”, “남쪽이 훨씬 잘산다면 남쪽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되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 등의 발언에서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 의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제 윤 정부는 통일부에 ‘인권인도실’과 ‘통일협력국’을 확대·신설했다.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 대책팀’도 두었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북한인권 증진활동 지원’에 거금(?)의 예산을 편성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민공감대 형성·확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외교부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2023.08.18)에서 북한인권 증진과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을 이끌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북한 인권문제 제기와 협력의 틀도 재정비했다.

한마디로 금년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이 본격적으로 발동하는 시작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민족 거부·전쟁 협박’에는 다음의 노림수가 있다.

첫째, 북한 인권문제 제기와 개선을 위한 압박에 우리가 가지는 가장 큰 동력은 한 민족 한 동포라는 거부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시각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19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출발이 되는 ‘헬싱키최종의정서’에서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존중”이 회원국 간 상호관계를 규율하는 지도원칙의 하나로 정립되면서, 인권문제 제기가 내정 간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규범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민족 거부·전쟁 협박’으로 우리의 동족에 근거한 당위적 인권문제 제기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제기도 내정간섭으로 규정해 반발하려는 사전작업이다.

둘째, 우리의 대북 인권정책에는 당연히 이산가족상봉 요구가 포함된다.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이 죽을 때까지 보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끝나야 한다는 데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국제사회 모두가 지지한다.

김정은이 민족을 거부하고 전쟁 중 교전국을 운운하는 것은 윤 정부가 이산가족상봉을 아예 제기하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산가족상봉을 고리로 북한 주민을 흔들 생각조차 말라는 사전 작업이다.

셋째, 우리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는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도 포함된다. 김정은이 남쪽과 전쟁 상황이고 교전국으로 못 박은 것은 이들 문제에 대한 우리의 요구 역시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6.25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다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교전국 간에 “무슨 포로·납북자·억류자요” 라는 의도다. 전쟁 상황에서는 어떠한 행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이다.

김정은은 ‘민족 거부·전쟁 협박’을 뒷받침하기 위해, 1월 5·6·7일의 포격 및 14일의 탄도탄 발사와 같은 통상적 도발에 이어 내적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연말 전원회의에서 함께 제시되었다고 하는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 데 대한 노선”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첫째, 주민을 사상적으로 더욱 옥죄고 통제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2년)을 제정해 남한 사조 차단을 강화한데 이어, 오래된 ‘긍정감화교양’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산 모범으로 보여야 하며, 이 모범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이 감동이 부정을 이겨내기 위한 명확한 방도를 밝혀준다는 김일성에서 시작된 사상교양의 한 방법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김정은에 충성해라는, 배급을 줄 수도 경제난을 극복할 수도 없는 김정은이 나를 믿고 무조건 복종해라는 것이다.

둘째, 대남 사업의 기관·매체를 개편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조국통일범민족연합북측본부·민족화해협의회·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대남 기구·단체를 정리하고,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평양방송·통일의 메아리·류경·조선의 오늘·려명 등도 방송을 중단하거나 접속을 차단했다.

이제껏 한 민족에 기초하고 평화 통일의 나팔을 불었던 이들이 김정은이 주장하는 ‘민족 거부·전쟁 협박’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제까지 선전·선동해 온 내용을 그대로 두고 ‘민족 거부·전쟁 협박’을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대남 선전·선동을 멈출 리 없다. 아직까지 북한 지령을 따르고,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을 결성하는 무리가 있는 우리 사회 아닌가. 대남 사업 기관·매체들은 곧 김정은의 정책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수단이 되어 더욱 강력하게 나타날 것이다.

셋째, 김정은은 특권층의 기득권 유지에 힘쓰고 있다. 술·시계·화장품 등 사치품 수입이 모두 김씨 일가용만은 아니다. 김씨 일가 세습체제를 떠받치는 당·군·정의 핵심 지배엘리트들에게 베푸는 선물용이다.

김정은에는 그의 권력을 지탱해줄 이들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김정은에 북한 주민의 삶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김정은이 민족 거부를 강하게 하면 할수록 역사와 진실에 근거해 한 민족 한 동포임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더욱 어려워질 북한 주민의 삶과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 한반도 모든 주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린 모든 한민족의 삶과 인권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무얼 주장하고 의도하건 간에 이산가족상봉,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의 생환을 국제사회와 함께 요구해야 한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북한 민주화’에 우방국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들을 대통령실,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의 연두 업무보고 시에 지난해보다 더욱 강하게 육성으로 표현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되는, 대화와 협력을 제안하는 ‘윤석열표 평화이니셔티브’가 제시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김정은의 어떤 도발에도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할 태세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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