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과 중고차 가격 반영 감가상각비용 급증
수리비용 과소평가 정상화를 위한 보험료 상승
정부보조금 폐지 또는 감축
화석연료 대비 상대적 전기요금 상승 등 오중고

테슬라 독일 공장 전경 [사진=AP/연합뉴스]
테슬라 독일 공장 전경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대표적인 글로벌 자동차 렌탈업체인 허츠(Hertz Global Holdings)가 최근 2만대 가량의 렌탈용 전기차 모델들을 매우 낮은 가격으로 미국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가장 대중적인 테슬라 Model 3의 경우는 USD 20,000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가격은,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비슷한 연식의 동 모델이 한달 전 USD 30,000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던 것에 비해 30% 가량 큰 폭으로 할인된 수준이다. 참고로 허츠가 보유한 Model 3들은 가장 오래된 것이 2018년 이후 생산분이다.

중고 전기차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은 이유에 대해서, 허츠는 예상보다 높은 유지비용과 충돌이나 손상사고 수리비용 과다 등으로 인해 전기차 렌탈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능성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기존에 알려졌던 허츠의 경영정책에 따르면 2024년 올해 말까지 전체 대여차량의 25%까지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은 당분간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허츠는 전기차 감축으로 줄어든 분량을 내연기관차로 다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허츠 뿐 아니라 독일 자동차렌탈 업체인 식스트(Sixt)도 작년 12월 실적발표에서 당분간 고객 렌탈용 전기차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과도한 유지비용과 감가상각비용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픽=Recurrent Research]
[그래픽=Recurrent Research]

우리나라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내용에 의하더라도 전기차 수리비는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높다. 2021년 자료이긴 하지만, 보험사고 한 건당 평균수리비는 전기차 164만원, 내연기관차 143만원이었다.

물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경우처럼 엔진오일 교체비용 등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고 부품수도 적어서 고장요인이 적다는 주장 등 그 동안 전기차의 유지비용상 경제성이 내연기관차 대비 우위라는 견해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운용한 결과 자동차 렌탈업체들이 대여사업을 당분간이나마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전기차의 종합적 유지비용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현장증명이 나왔다는 의미가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감가상각 폭도 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렌탈업체뿐 아니라 유사한 사업구조의 리스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테슬라의 오너인 엘론 머스크는 자사 제품의 판매증가율 감소가 과도한 이자율 때문이라고 했지만, 자동차 할부금융업체들과 리스업체들은 이자율 요인 외에도 중고차시장 감가상각 급증현상 때문에 계약자들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기 할부비용이나 월 리스료를 급격히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테슬라의 Model 3의 경우 연초 대비 연말 약 15% 정도 신차판매가격이 인하되었고 그 영향으로 중고차 가격도 연쇄적으로 내려간 측면도 크다. 그러나 이유가 어쨌든, 잔존가치가 예상보다 빨리 낮아지는 상품을 담보로 금융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가치하락분을 월납부금에 신속히 반영시켜야 해당 금융상품의 급격한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 결국 전기차 구매자는 높아진 이자율에 더해 높아진 감가상각율 등을 매월 부담하게 되다 보니 갑작스런 전기차 소유비용 증가에 당황하게 된 것이다.

유럽 자동차 구매자의 약 60%는 리스금융을 이용한다. 리스료에는 보험료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리스회사들과 제휴관계인 자동차 손해보험 회사들도 전기차 보험료를 내연기관차 대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초기에 내연기관차 기준으로 손해율을 산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과소평가된 수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손해율 상승사례로서, 보험회사들은 배터리팩 소규모 손상시에도 전체 팩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배터리팩의 커버만 손상됐을 때 이를 부분수리할 경우 화재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체교체 방식으로 매뉴얼화되었기 때문이다. 한화 기준으로 배터리팩의 가격은 2천만원에서 시작해서 4천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 기사에서도 다루었지만 EU 각국들은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아예 폐지하거나 상당폭 감소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전기차 구매자들이 부담하는 상대적 비용을 전년 대비 상승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는 덜하지만, 유럽은 전력요금마저도 상대적으로 휘발유나 경유 대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는 러-우 전쟁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한 전기요금이 현재에도 고착화되고 있다. 전기요금 역시 중요한 전기차 유지비용 상승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에서 이미 충분히 다루었다.

알고 그랬는지 또는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엘론 머스크는 자사 전기차 구매비용 증가요인들 중에 이자비용 한가지만을 지적했고, 이자율이 낮아지면 판매증가율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하지만 적어도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요인들 때문에 전기차 판매는 어려워지고 있다. 이상에서 지적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전기차 판매둔화는 1) 이자비용 급증 2) 중고차 가격에 반영된 감가상각비용 급증 3) 수리비용 과소평가 정상화를 위한 보험료 상승 4) 정부보조금 폐지 또는 감축 5) 화석연료 대비 상대적 전기요금 상승이라는 오중고 때문인 것이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아직도 양호한 전기차 판매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내연기관차의 대도시 등록제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고 전력사정도 양호하며 업체들간의 치킨게임으로 전기차 최초 구매비용의 급락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위에서 지적한 다섯가지 요인들 중에서 적어도 세가지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산업들은 현재 중국시장과는 일정부분 분리되어 있는 상태이며, 선진국 시장의 추세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상호대체효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부문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연기관차 부문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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