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 등 한국식 표현 자주 등장…북한판 새마을운동 추진 움직임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24일 묘향산에 노동당 간부와 경제관료를 소집해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북한판 새마을운동 성격의 ‘20×10정책’의 추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24일 묘향산에 노동당 간부와 경제관료를 소집해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북한판 새마을운동 성격의 ‘20×10정책’의 추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대남대립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7차 핵 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고 극초음속미사일과 신형 순항미사일, 최전방 지역의 방사포(다연장로켓, MLRS)를 동원한 군사도발과 위협이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아예 남한과는 담을 쌓고 살겠다는 작심인 듯 남북관계를 ‘대적(對敵)’으로 가져가겠다고 공언하고 ‘국가 대(對) 국가’로 지내자고 나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비난 담화 때부터 그동안 ‘남조선’으로 부르던 우리에 대한 호칭을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있다.

자신들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칭해 대한민국으로 부름으로써 외교관계로 서로를 대하는 2국가로 가자는 심산인 듯하다.

사실 ‘대한민국’이란 말은 북한 주민들에게 금기어였다. 아예 입에 올릴 수조차 없었으니 과거 대북지원 식량 포대에 ‘대한민국’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보냈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당수 주민이 남한에서 보낸 쌀인줄 몰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의 남한 따라하기가 김정은 체제들어 부쩍 잦아지고 최근엔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사실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의 ‘국무’도 북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었지만 우리에겐 ‘국무총리’ 등으로 익숙한 단어다. 북한 노동당과 내각, 군부의 조직에서 ‘정책’ ‘정책실・정책국’ 등의 단어도 자주 발견되는데 이 또한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북한 선전포스터에 등장한 ‘농촌진흥’ 표현.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선전포스터에 등장한 ‘농촌진흥’ 표현. [사진=조선중앙통신]

올해들어 북한이 새로 만들어 내놓은 경제선동 포스터에는 ‘농촌진흥’이란 말도 등장한다. 과거 ‘알곡생산’이나 ‘증산투쟁’ 등을 주로 쓰던 북한에서 마치 우리의 1970년대를 소환한 듯한 농촌진흥이란 용어를 쓰는 건 흥미롭다.

김정은은 아예 박정희 대통령 시기 활발하게 추진됐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겠다는 기세다.

그는 지난 1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수준을 한 단계 비약시키겠다”며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건 내놓았다. 이는 현대적인 지방공업 공장을 매년 20개 군(郡)씩 지어 10년 안에 모든 시군과 주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수준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새 문명, 새 생활’을 내세우고 경제・사회 발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판 새마을운동 추진을 염두에 둔 청사진을 던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자신의 구상 제시에도 불구하고 간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판단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간부와 경제관료를 묘향산(평북 향산군)에 집합시켜 지난 23~24일 이틀간 노동당 제8기19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이 과업수행을 놓고 당 안의 일부 정책지도 부서들과 경제기관들에서는 현실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말로 굼때고 있었으며 금번 전원회의에서까지도 조건이 유리한 몇 개의 시군들에만 지방공업 공장들을 건설하고 나머지 시군들은 앞으로 건설을 할 수 있는 준비나 다그치는 것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김정은도 북한의 열악한 민생과 경제난을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는 “지방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의 구상대로 지역사회의 산업이 발전하고 문화생활이 이뤄지는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집권 13년차에 이르도록 핵과 미사일 도발에 올인하는 바람에 대북제재를 자초했고 북한 경제와 민생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이번에도 북한 군인들을 대거 투입하는 명령까지 내리면서 야심차게 20×10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경제가 문제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