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시안컵 8강 안착에 중국은 4류로 전락

쑹카이 중국 축구협회 주석. 취임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으나 수렁에 빠진 중국 축구를 살릴 구세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제공=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쑹카이 중국 축구협회 주석. 취임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으나 수렁에 빠진 중국 축구를 살릴 구세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제공=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축구에 대해 정말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이 종주국인 축구가 자국의 고대 스포츠인 축국(蹴鞠)에서 비롯됐다는 상당히 무리한 주장을 14억 명 중국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진심과는 별개로 실력은 진짜 형편없다. 아시아에서도 4류라는 말을 들어도 항변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해야 한다. 게다가 행정이나 시스템 역시 실력만큼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어느 정도인지는 천수위안(陳戌源. 68) 전 축구협회 주석과 리톄(李鐵. 47)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뇌물수수 혐의 등의 비리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누군가가 완전 빈사상태인 중국 축구를 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다행히 이런 적임자가 최근 맹활약하면서 축구팬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쑹카이(宋凱. 59) 축구협회 주석이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기자 출신인 해설가 왕다자오(汪大昭) 씨의 전언에 따르면 유명한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직접 발탁했다는 소문까지 낳고 있는 개혁 성향의 체육인 겸 축구인이다. 만약 시 주석의 기대와 의중대로 대대적 개혁을 통해 중국 축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경우 국민적 영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축구협회 주석 이상의 정치적인 자리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축구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1965년 허베이(河北)성 줘저우(州)에서 태어나 베이징체육대학을 졸업했다. 뼛속까지 체육인이 될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사회생활 초반은 소박하게 시작했다.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인 1988년에 나중 제2의 고향이 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랴오닝대학 체육교육연구부 강사가 된 것이다. 그곳에서는 약 4년 동안 일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자리가 보장되기는 하나 대졸 학력의 그저 그런 강사로만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1992년 베이징체육대학 대학원에 입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원 직장에 복귀하면서 부주임으로 승진했다. 이어 1998년에는 선양시 체육위원회 부주임으로 이동, 본격적인 체육 관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후 주임조리를 거쳐 35세이던 2000년에 랴오닝성 체육국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나이에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승승장구는 무려 16년 동안이나 멈춰 서게 된다. 된다. 이상하게 직책이나 직위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할 랴오닝성 체육국의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대로 정년퇴임할 것 같은 분위기가 그의 주변에서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50대 나이에 접어든 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바로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16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었던 국장 자리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천신만고 끝에 2016년 국장이 돼 5년을 근무한 그에게 또 다시 행운이 찾아온다. 무려 8103만 위안(元. 15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천 전 회장의 자리까지 그의 품에 안긴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당분간 랴오닝성 체육국 국장과 축구협회 주석을 겸임하게 됐다.

아직 취임한지 6개월이 채 안된 그는 학구파로 유명하다. 베이징체육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것도 모자라 랴오성 체육국 부국장으로 있던 2006년 싱가포르국립대에 유학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썩어빠졌다고 해도 좋을 축구협회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싶다.

물욕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스타일이라는 사실 역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30여 년 가까운 세월을 관료로 살아오면서 비리에 연루된 적이 단 한 번 없었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축구팬들이 앞으로 축구협회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강인한 인상에서 보듯 추진력도 뛰어나다. 시 주석이 요구하는 개혁의 적임자라는 얘기를 언론으로부터 듣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그를 잘 아는 은퇴한 체육 관료 출신인 지인 류찬궈(劉燦國)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것을 자주 봐왔다. 더구나 그는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개혁의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처벌받지 않을 권리인 단서철권(丹書鐵券)도 대체로 함께 받는다. 일을 적극적으로 하다 약간의 실수를 해도 용인이 된다. 그가 개혁에 적극 나설 조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 성과만 보이면 된다.”

그에게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스타일이 강직한 이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타협을 모르는 성품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거대한 조직의 수장으로서는 이상적인 성격이라고 하기 어렵다. 여기에 모든 것을 교과서적으로 판단하는 우직함, 비사교적인 대인 관계 역시 거론할 수 있다. 기대보다는 우려를 살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수렁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는 중국 축구를 건져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주위에 주고 있다. 시 주석이 낙점했을 것이라는 점까지 감안할 경우 바로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대대로 축구협회와 중국 축구 전반의 개혁에 일정 부분 성공할 경우 그는 진짜 일약 영웅이 될 수 있다. 랴오닝성 부성장이나 국가체육총국의 2인자 자리까지 넘볼 기회도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경우 성장이나 국장(장관)이 되는 행운을 바라볼 수도 있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가 되면 심각해진다. 특히 완전히 분쇄되지 않은 채 고질병이 된 것으로 보이는 축구협회의 ‘부패의 덫’에 걸릴 경우 천 전 주석의 처지처럼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있는 그의 입장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수년 내에 중국 축구의 영웅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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