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2위지만 中 극복하는 대한민국 기업들 주목

현대로템은 현대로템 미국법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LACMTA·LA County Metropolitan Transit Authority)에서 발주한 LA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에 최종낙찰자로 선정됐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사업 규모는 약 8688억원(6억 6369만 달러).[사진=현대로템/뉴스퀘스트]
현대로템은 현대로템 미국법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LACMTA·LA County Metropolitan Transit Authority)에서 발주한 LA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에 최종낙찰자로 선정됐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사업 규모는 약 8688억원(6억 6369만 달러).[사진=현대로템/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미국의 도로, 철도, 수도,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또는 인프라(Infrastructure)의 기본골격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작,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완성했다고 평가된다. 당시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국 인프라의 상징과 같은 후버댐은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고 있고 대륙횡단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망은 70년 이상 된 구간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노후화된 인프라는 미국의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까지 건설된 중국의 최신 인프라와 비교되면서, 현재 진행중인 미-중 경제전쟁에서 높은 임금은 물론 열등한 인프라에 발목 잡힌 미국 제조업이 궁극적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많다. 물론 세계 최고의 첨단기업들과 이들이 이끄는 미국의 기술산업은 결정적 우위요인이지만, 이러한 주장이 나올 정도로 미국 인프라는 이제 세계적으로 낙후된 부문으로 전락해 있다.

◇ 미국 인프라 주요부문 투자소요 규모 (2020~29, 10년간 누적치 기준. 단위: Bil. USD)

[그래픽 자료=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그래픽 자료=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미국 전문가들이 추정한 미국 인프라개선 비용은 막대한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할 즈음부터 10년간 추정된 미국 지상교통인프라(Surface Transportation)부문의 필요 투자규모는 원화환산 4,000조원에 육박한다. 위의 그래프에 제시된 예를 보면, 이 중에서 절반 남짓만이 확정예산으로 반영되어 있는 상태인데, 그것만으로도 실제 10년간 2,000조원 이상이고 결국 매년 평균 200조원을 넘는 공공 및 민자투자가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성적 예산압박으로 인해 소위 ‘가성비’ 높은 인프라 장비를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표적 대도시인 로스앤젤리스 시정부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하철도(LA Metro) 차량으로 중국산을 선호해 왔다. 대표적 중국 철도차량기업으로서 뻬이징에 본사를 둔 CRRC가 현재 LA지하철의 철도차량 주요공급자인 상태이다.

그런데, 과거 장기간 수주를 독식해 왔던 CRRC에 이어 며칠 전 우리나라 현대로템이 약 9,000억원 규모의 LA지하철 철도차량 공급계약을 수주했다고 한다. 정확한 수량은 비공개이긴 하나 이는 CRRC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었던 LA지하철 B라인과 D라인에 투입되는 차량으로서 원래 이 중국업체에 배정되었던 물량을 현대로템으로 대체하는 계약으로 보인다.

현지 보도자료에 의하면 중국 CRRC가 납품지연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도 하고 현대로템은 조기납품실적과 품질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보도자료상 판단컨대 현대로템의 가격경쟁력이 수주성공 요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식 보도내용에 더해서 이번 수주 성공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미국 인프라의 중국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가격과 품질에 대한 국제적 종합평가에 의하면 중국 철도기업을 이길 수 있는 서방진영 업체는 사실상 없다. 중국 CRRC는 그간 개도국 철도시스템은 물론 유럽과 호주, 미국에서도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 실적을 쌓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철도차량 시장마저 중국에게 완전 장악되고 나면 미국의 국가안보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중국 철도차량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미국 교통이 마비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성비만을 기준으로 중국 교통인프라 장비로 국가 기간시설을 100% 채워 나간다면 특수한 상황하에서 인프라 장기운영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진영의 높아진 안보의식이 반도체나 첨단기술분야 이외에도 인프라 등 기타 기간산업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등만이 살아남는다고 하던 국제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은 가성비 1등으로 부상하는 사례들이 속출했고, 그 시장에서 장기적 퇴출의 두려움에 떨던 대한민국 기업들에게도 부활의 기회가 찾아온 듯 하다.

최근 K-2전차의 폴란드 수출로 주목받은 바 있는 현대로템이지만 과거 주력사업이었던 철도차량 분야에서는 가격경쟁력 저하로 국제시장에서 수주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가격경쟁의 상대는 대부분 세계 1등 가격경쟁력의 중국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3등이라면 몰라도 2등은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2등 기업이 미국과 서방의 동맹국 기업인 경우 더욱더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대한민국의 현대로템을 철도차량 2등 기업이라고 폄하하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 제조업 기업들이 중국에 이어 2등이 된 경우들이 많이 늘어났고 기업의 사기도 저하되고 있었으나, 새로운 국제정세나 시장질서는 2등의 지위나마 어렵게 지켜온 대한민국 기업들을 다시 인정해주고 기회를 부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프라 투자현황 그래프에서 보듯이 상하수도나 전력 등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이 유망하다. 다만, 3등 기업들에게까지 기회가 부여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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