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결정...도피 22개월, 검거 11개월 만
미국 법원 ‘병과주의’ 적용, 100년 이상의 징역형 가능
한창준 CFO는 국내로 송환돼 구속 상태로 재판 진행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미국 송환이 결정됐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권씨는 각각의 범죄에 형을 매기는 미국 법원의 ‘병과주의’가 적용돼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요청한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법원이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8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결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법률적인 근거를 들어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장관의 정치적 판단에서 벗어나 법원이 법률에 근거해 송환국을 결정한다면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권씨의 미국 송환은 이미 정해진 듯 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송환국과 관련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은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SEC는 2022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검찰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권씨와 함께 체포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국내로 송환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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