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한 통에 2900원...와이파이 쓸 수 없어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금지 등 옷차림도 간섭
핵・미사일로 도발하면서 관광 벌이는 건 모순

알렉세이 스타리치코프 연해변강정부 국제협조국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제1차 관광단이 지난 2월 9일 평양에 도착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알렉세이 스타리치코프 연해변강정부 국제협조국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제1차 관광단이 지난 2월 9일 평양에 도착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미국 CNN방송의 이슨 조단 국제담당 사장은 북한과의 사업 협의를 위해 지난 1999년 8월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 일정을 마친 그는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정말 환상적이고 멋진 여정을 가졌다”고 말했다.

철저한 통제를 가하는 최악의 독재국가인 북한 당국이 외국 인사나 관광객에게까지 얼마나 깐깐하게 대하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조단 사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전화와 회의, 업무 일정에 하루 종일 정신없고 심지어 휴가에 가서도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내가 처음으로 완전한 해방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25년이 흐른 지금 북한의 상황은 얼마나 나아지거나 달라졌을까.

러시아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최근 홈페이지에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올리며 방북 관광 시 유의사항을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연해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밀착하고 있는 양측은 3월부터 러시아인들의 평양 관광을 본격화하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여행사가 올린 내용들에는 북한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인들에게는 분신과 마찬가지인 휴대전화는 북한에 반입할 수 있지만 로밍 체계 등이 전혀 없어 통화는 되지 않는다.

미화 120달러짜리 심(sim) 카드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와의 통화는 불가능하고 해외로만 통화할 수 있다. 주민과의 접촉은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호텔에서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데 그나마 유선만 이용할 수 있고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은 이용하기 불가능하다.

핸드폰이나 인터넷 기반 전자기기를 반입한다 해도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메일을 보내려면 한 건당 2.2달러(약 2930원)를 내야하는데 첨부파일이 30MB 이하만 가능하고, 이를 넘어서면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여유로운 시간과 넉넉함이 여행 체류지에서는 핵심이지만 북한의 경우 옷차림 하나까지 깐깐하게 챙겨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2회 생일을 맞은 지난 16일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2회 생일을 맞은 지난 16일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특히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미이라 형태로 보관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옛 금수산의사당)에서는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는 착용이 금지되고 샌들도 신으면 안된다.

치명적인 건 관광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어렵다는 점이다.

주로 낮에 이뤄지는 공식 투어 일정 외에 밤거리를 돌아다니거나 하는 행동이 금지된다는 얘기다.

여행사 측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다면서 겨울옷을 챙길 것을 권장하면서 특히 지방 호텔의 경우 온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 관광 유의사항을 살펴보면 과연 이러고도 관광객을 맞이하겠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감시나 통제가 러시아나 중국 등 친북성향 국가의 관광객들에게는 비교적 덜하다는 점이다.

다른 서방국가나 미국・일본(현재는 대북제재로 방북은 원칙적으로 금지)의 경우는 더 철저한 통제로 벌금을 물리거나 억류・추방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2015년 말 관광을 위해 방북했다가 북한 당국에 장기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은 집권 이후 평양 순안공항을 리모델링한데 이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라는 대규모 리조트 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방치된 상태다.

아무리 북한 내부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 해도 찬물 샤워를 감수해야 하는데다 자칫 간첩으로 몰려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관광에 돈을 주고 나설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촘촘해진 상황에서 벌어지는 김정은의 평양관광 호객행위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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