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전제조건 '대통령 사과, 복지부 장차관 파면' 제시
정부, 총파업 가능성 거론에 "이미 법적 대응 검토했다"
의료계 안팎 '새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집단 휴진' 예측

42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2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으로 당선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저출생으로 의대 정원 500∼1000명 줄이고, 필수의료 패키지는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료계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

의료계의 ‘빅 마우스’로 자리매김한 의협 차기 회장이 의대 증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는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임 당선인은 개표 뒤 첫 일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상황이 되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대정부 강경투쟁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와의 대화의 조건으로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며,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모든 안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대정부 강경투쟁을 예고했던 임 회장 당선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임 당선인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강도 높은 표현으로 정부를 비판해 왔다. 지난 20일 정부의 대학별 의대 정원 발표 뒤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임 당선인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말실수를 '의새' 논란으로 부각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2000명 의대 증원'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정부가 증원을 철회한 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등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했다.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 ‘2000명 증원 백지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를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강경한 투쟁으로 정부와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강경파의 등장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의료계에서는 의협을 중심으로 개원의 휴진, 진료시간 단축 등 집단행동이 거론되고 있다.

의협 안팎에서는 새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 단축 진료 등이 현실화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2000명 증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새 의협 회장 선출 이후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이미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의료계와의 극한 대치 '2막'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 제42대 회장 선거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 제42대 회장 선거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당선인은 1970년생으로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건국대병원에서 수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9년째 맡고 있다. 이번 의협 회장 선거 기간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당선인은 현재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에 따른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임 당선인은 26일 오후에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유효 투표 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얻어 당선됐다. 제42대 회장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시작된다.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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