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으로 출발,온라인 종합 쇼핑몰로 변신한 ‘당당(當當)’
적장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도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라고 찬사 보내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로도 불리는 중국 온라인종합 쇼핑몰 업계의 여제, 위위 당당 회장.[사진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로도 불리는 중국 온라인종합 쇼핑몰 업계의 여제, 위위 당당 회장.[사진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재계에는 ‘취다오웨이왕(渠道爲王)’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유통채널이 왕이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미국의 세계적 온라인 종합 쇼핑몰 아마존의 요즘 위상을 보면 진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미국과 함께 G1을 다투는 중국이라고 아마존 같은 기업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구나 ‘취다오웨이왕’이라는 말이 마치 황금알을 낳게 만드는 주술처럼 떠받들여지는 곳이 다름 아닌 중국이니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처럼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다가 온라인 쇼핑몰로 변신한당당(當當)’이 아무래도 주인공이 돼야 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 기업인 알리바바 닷컴 못지않은 기염을 토할 것으로 보이는 최근의 모습을 직시할 경우 이런 단정은 틀리지 않는다고 단언해도 좋다.

중국의 아마존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 그러지 못할 위상의 당당은 지난 세기 말인 1999년에 고고의 성을 토했다. 현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위위(兪渝. 59)가 전 남편이던 리궈칭(李國慶. 60)과 함께 설립, 큰 어려움 없이 지난 25년여 동안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중국의 제프 베이조스로 불릴 법한 위 회장은 1965년 충칭(重慶)시에서 출생, 베이징외국어학원 영어과를 졸업했다. 이어 바로 미국 뉴욕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92년에 MBA를 획득했다. 당시 워낙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탓에 졸업생들을 대표, 연설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MBA 취득 직후 뉴욕에서 설립한 기업합병과 재정고문 사업 전문의 트리포드(Tripod)사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로 인해 위 회장은 당시 전 미국을 휩쓸던 신경제의 물결에 자연스럽게 휘말려 들어갔다.

약 4년 동안 신경제의 노하우를 현지에서 체득한 위 회장에게 96년 더욱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베이징대학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커원(科文)이라는 회사를 통해 도서출판 사업에 종사하던 전 남편을 뉴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둘은 바로 의기투합,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위 회장의 생활 무대는 자연스럽게 다시 베이징으로 바뀌게 된다. 99년에는 드디어 아마존을 완전히 카피한 당당도 설립할 수 있었다. 위 회장의 신경제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노하우, 전 남편의 도서출판 사업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맞아떨어진 만큼 약간 고전한 초창기의 어려움을 벗어난 다음부터 사업은 잘 될 수밖에 없었다.

2000년 4월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800만 달러의 투자도 이끌어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2004년 전체 업계 점유율이 40%에 이르게 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위 회장은 정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아마존의 적대적 M&A 공격을 슬기롭게 방어했다. 사실상 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제프 베이조스로부터도 찬사를 들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아마존의 공격을 가볍게 물리친 능력은 바로 보상으로 이어졌다. 2010년 12월 8일 미국 증시에 상장, 13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던 사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시장의 시선은 갈수록 우호적이 돼 갔다. 위 회장은 그러나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혁신하지 않을 경우 망한다는 생각으로 곧 디지털화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신경제를 경험한 것은 분명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2년 후에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를 모방한 결과물인 더우칸(都看)을 출시할 수 있었다.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이후 당당의 전자책 매출은 오프라인의 그것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경쟁자가 없는 업계의 공룡으로 우뚝 서게 됐다.

2023년을 기준으로 당당은 매출액 300억 위안(元. 5조6100억 원) 전후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순 자산도 150억 위안을 넘는다. 기업 가치는 이보다 2배는 더 높을 것이 확실하다.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고 알리바바 닷컴에 비해서도 아직은 맞장을 뜰 수준은 분명 아니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의 가능성만 놓고 보면 얘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로 볼 때 언제인가는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위 회장이 당당을 이처럼 성공시킨 비결은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실패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도록 모방을 통해 안전 운행을 한 것이 주효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과 킨들 파이어를 카피한 사실을 대표적 사례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혁신을 위해 기울인 부단한 노력도 거론해야 한다. 2010년 이후부터 임직원들에게 디지털화하지 않을 경우 도태는 필연이라는 고언을 꾸준히 해온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쭈(民族)출판사의 리밍허(李明鶴) 주임의 말을 한번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위 회장은 언제나 한 발 앞서가는 혁신적 경영을 했다. 이는 온라인에 만족하지 않고 몇 단계 더 높은 디지털화에 주목한 것에서 나아가 단순한 사이버 서점이 아닌 온라인 종합 쇼핑몰 사업으로 눈을 적극 돌린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아마존보다 더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높다. 25년 동안 위 회장이 펼쳐온 경영 철학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연약한 인상과는 다른 강인한 성격 역시 꼽아야 할 것 같다. 위 회장은 25년 동안 완벽한 인생을 살아왔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나름 실패를 했다고도 봐야 한다. 우선 2016년에는 중국 기업들의 분식 회계 급증으로 인해 촉발된 당당의 나스닥 철수를 눈물을 머금은 채 지켜봐야 했다. 3년 후인 2019년에는 평생의 동지라고 생각했던 전 남편과 이혼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 정도면 좌절할 법도 하다. 하지만 위 회장은 이 어려움들을 다 툴툴 털어내고 극복했다. 지금은 당당의 나스닥 재상장 내지는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할 만큼 강인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최근 위 회장에게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의 제프 베이조스가 되겠다는 위 회장의 야심 실현은 이제 척척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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